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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 행복해지는 문화나눔

  • 조회수 1,671
  • 작성자 이*교
  • 등록일 2006.07.09
나누면 행복해지는 문화나눔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나누면 커지는가 줄어드는가? 우리가 두부를 둘로 나눈다면 두부의 크기는 줄어들지만, 이웃과 정을 나눈다면 살맛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어라’라고 가르쳤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많다. 여러 명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새로운 사람이 오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나누어 먹는다. 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며, 정보를 나눈다.
요즘 눈에 띄는 사업은 문화나눔이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관광부가 수행하는 문화나눔사업이다. 문화나눔사업은 “문화바우처”라고도 불리는데, 저소득층 등, 문화적으로 소외되어왔던 시민들이 보고 싶은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택하여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5년도에 서울, 대구,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었고 2006년에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올해부터는 국무총리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복권기금 문화나눔사업과 기존 문화바우처사업이 통합되어 사업비도 20억원으로 늘었다.
문화는 광의로 보면 삶의 양식이고 좁게 보면 문화예술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생활양식을 갖고 있기에 문화적으로 평등하지만, 문화예술을 누리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가난한 사람은 영화관람 조차 쉽지 않다. 영화관람표를 살 돈보다도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만원내지 5만원을 하는 예술공연을 관람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돈의 유무를 떠나서 장애인은 공연장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의사소통의 제한으로 공연예술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을 위하여 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나누려는 것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나눔이다. 이 사업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고 전국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문화나눔은 뜻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문화소외계층을 무료로 초청하는 수준이었지만, 이 사업은 전국에서 연중 지속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봄에 공모신청을 거쳐 광역자치단체에 1개 기관을 지역 주관사업자로 선정하였다. 주관사업자는 자기지역의 지원대상자 선정, 사업홍보, 문화프로그램 발굴·섭외, 관람권 제공 등의 업무를 맡는다. 현재 광주지역의 주관사업자는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이다.
둘째, 문화나눔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과 장애인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정부가 조성한 문화나눔사업비 약 20억원은 기초생활수급자 137만 명과 등록 장애인 174만 명이 각 시도별로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 지를 고려하여 지역별로 배분되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에는 수급자가 약 5만 명이고 장애인이 약 4만7천 명으로 일차로 7,100만원을 배분받았고 후에 약간 증액되었다.
셋째, 문화나눔의 진정한 뜻은 가난한 이웃과 장애인이 평범한 시민처럼 문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장애인이 영화를 보고 싶다면, 그들이 사전에 영화관에 문의를 해서 단체로 찾아가는 것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영화관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흔히 영화를 보러 혼자 가지 않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듯이 자연스럽게 갈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문화나눔은 상당히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문화나눔사업의 서울지역 주관자로 지정된 한국문화복지협의회는 오랫동안 문화예술에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을 찾아가는 공연을 기획하였다. 섬 지역 어린이에게 연극을 보여 주고, 탄광지역에서 수준 높은 음악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때 세계적으로 이름난 연주자들이 기꺼이 참여하여 무료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의 향수와 문화체험이 필요한 이유는 삶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꿈을 키우기 위해서, 중년에게는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서 문화예술은 매우 필요하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문화적 감수성을 전문가가 일깨워주는 문화나눔은 관객에게 혹은 활동참가자에게 큰 도움을 준다. 문화적 감수성은 삶을 자극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때문이다.
끼를 가진 소녀가 수준 높은 악기연주를 직접 들을 기회가 없다면, 그녀는 연주자가 될 꿈을 키우지 못할 것이다. 풍부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 꿈을 접고 산다면 이는 개인의 불행이고 사회적 손실이다.
문화나눔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도 문화를 누릴 수 있다면, 그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넘어서서 사회를 보다 활기차게 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세계를 향하여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문화는 사치가 아니고 생활이며 우리 문화를 우리끼리만 고집 할 게 아니고 세계인과 함께 누려야 한다.
문화나눔은 문화의 인프라를 키우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 예컨대, 한국에 4천8백만 명이 살지만, 만약 일년에 연극을 한번 이상 본 사람이 4백만 명도 되지 않는다면 연극인은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관객이 5백만 명이나 8백만 명 이상이 되면 더 많은 연극인들이 신들린 듯이 연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요가 있어야 문화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나눔은 관객에게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영화인, 연극인 등 문화종사자와 그 사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문화나눔을 통해서 연간 20억원의 예산이 집행된다면 일차 수혜자는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이지만, 이차 수혜자는 공연종사자와 그 기관이 될 것이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관객이 창출되었기 때문에 현재 고객이 늘어났고 잠재적 고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좀더 시각을 확장시키면 문화나눔은 한국의 문화시장을 키우고 문화적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문화나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공짜로 연극을 본다, 음악회에 무료로 참가할 기회를 준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우리 시대에 새로운 문화적 힘을 키우는데도 역점을 두기 바란다. 300명의 장애인이 수준 높은 연극을 한 차례 보는 것도 좋지만, 15명의 장애인에게 연극을 가르쳐서 이들이 연극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문화적 컨텐츠를 키우는 일이 다.
이점에서 문화나눔은 공연을 무료로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하는 수준을 지양하고 점차 문화소외집단이 문화예술활동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늘려야 할 것이다. 모든 장애인에게 연극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각 장애인의 특성과 가능성을 고려하여 연극, 노래, 악기연주, 그림그리기, 사진찍기 등을 가르치고 이것을 공연으로 연결시키는 사업을 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장애인도 다른 사람들의 공연을 사진으로 찍고 동영상을 편집하여 온라인으로 제공할 기회를 준다면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영상전문가가 될 수 있다.

문화나눔을 총괄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전통예술, 다원예술 등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합의하고 있는 기초예술 분야와 문화산업의 비영리적 실험영역을 대상으로 그 창조와 매개, 향유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그것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역점을 둔 공익기관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전통적인 사업에 비춰볼 때 문화나눔사업은 아직 주변적인 사업이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사업이다. 문화나눔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구상을 제안한다.
첫째, 문화나눔은 그 이름에 충실하게 다양한 나눔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단순히 영화를 공짜로 보거나 연극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을 받은 사람이 주고 준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상호 네트워킹이 가능한 구조로 발전하길 바란다. 일방적인 나눔은 시혜이고 시혜는 오래 가기 어렵다. 나눔의 진정한 의미는 품앗이이다. 처음에는 가난한 어린이와 청소년이 그리고 장애인이 공연물을 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도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나눔이 되었으면 한다. 문화나눔은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워크숍, 작품발표회, 문화교육훈련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품청소년문화공동체는 연극인이 장애인학교로 찾아가서 연극을 지도하고, 매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청소년연극제를 하고 있다. 장애 청소년에게 연극을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라 그들에게 연극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그들이 비장애인에게 공연을 하는 것은 문화나눔사업이 꼭 배워야 할 본보기이다.
둘째, 문화나눔은 문화의 다양성을 살려야 한다. 문화나눔은 몇 가지의 문화양식에 한정되지 않고 가급적 다양성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유명한 공연예술을 관람하는 일은 언론의 주목도 받고 예산 집행도 쉽지만, 전위문화를 살리거나 향토문화를 보존하는 데에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만약, 오페라의 유령을 문화예술회관에서 본다면 일인당 3만원이고 할인을 받아도 2만원이 들 것이다. 그런데 만약, 오페라의 유령 리허설을 볼 수 있다면 훨씬 경제적으로 감상할 수 있고, 연습장면을 봄으로써 오페라에 대한 다양한 이면(조명장치, 음향효과, 배우 간 호흡을 맞추는 법 등)을 볼 수도 있다. 이미 만들어진 공연예술에 집착하지 말고 만들어져가는 공연예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셋째, 문화나눔사업은 문화전문가와 나눔전문가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 문화나눔이 생활 속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문화전문가는 사회복지사를 존중하고, 나눔전문가는 문화예술인을 공경해야 한다. 서로가 전문성을 공유하면서 최상의 문화나눔사업을 하지 못하면 일회적인 행사, 예산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중단되는 사업이 되기 쉽다. 서로가 그 특기와 장점을 인정하여서 협력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100명에게 영화를 구경시켜주려고 신청을 받았는데 500명이 접수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이 저소득층 혹은 장애인인지 여부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영화관을 오고 가는 교통비가 더 들 것이므로 장애인이동봉사를 하는 모범운전자회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가 주관하는 “신나는 예술여행”이 바로 문화나눔의 본보기를 만들 수 있게 되길 축원한다. 문화예술인과 사회복지계 인사들이 지혜를 모아서 문화나눔사업을 발전시키고, 문화나눔을 생활화시킬 것을 권유한다. 문화는 나누면 커지고, 문화나눔은 시민의 행복을 키우기 때문이다. lyg2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