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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대학로'에 거는 기대

  • 조회수 1,731
  • 작성자 채*훈
  • 등록일 2006.07.19
'오프(OFF) 대학로'에 거는 기대

과거에 어떤 선배 하나는 연극을 하면서 계속 제작에 실패하여 집을 팔고 전세집으로, 전세집에서 삭월세로 전전하였습니다. 그이는 고등학교 단체 동원을 한다면서 매일 선물쪼가리를 사들고 학교를 찾아 다녔습니다. 막다른 상황에 몰린 그이는 결국 다락방 구석에서 그나마 남은 유물인 도자기를 들고 나섰습니다. 몸이 성치 못한 팔순 노모는 그걸 왜 갖고 나가냐고 만류하였지만 그로서는 방법이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상황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 그 이는 유명을 달리 하였습니다. 술과 가난과 고통에 찌들어서 말입니다.
이십 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아니 근년에 들어서는 연극을 올리는 것이 해가 거듭될수록 더 힘들어 진다고 만나는 연극인 마다 울상입니다. 비싼 대관료, 한정된 지원, 답답한 사랑티켓, 호객행위, 소음, 시위, 등등...그리고 오지 않는 관객...연극의 본질에 다가 가려는 작품을 하면 할수록 이러한 어려움은 더하기만 합니다. 어떻게 이러한 난국을 헤쳐 나아가야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무언가 일을 해 보겠다고 나선 저희들로서도 특별하고도 뾰족한 통수는 정말 찾기 힘듭니다. 재미있고 호기심나는 수많은 장르들 사이에서 우리 연극은 악전고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더해지리라는 추측에 절망감만 나날이 더해질 뿐입니다.
거의 종착역에 다다른 저희들로서는 이제 남은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것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입니다. 가난한 연극, 저예산 연극! 다들 아시다시피 가장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방법입니다. 옛날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동인제 정신을 다시금 부활시켜야 합니다. 저예산으로 제작하여야만이 실패했다 하더라도 오뚜기처럼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순수연극일수록 대관료가 비싼 중심가에서 처음부터 장기공연을 기획하는 것은 무모하게 보여집니다. 저예산으로 단기공연을 하고 연극적 성과에 대해 심판 받는 것입니다. 실패하면 툭툭 털고 일어나 곧 다른 작품으로 도전하는 것이고 성과가 좋으면 장기공연돌입이나 여러가지 추후 지원을 받는 것입니다. 사후지원이라든가 공공극장이나 해외공연 으로의 추천 등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모든 지원체계는 이러한 작품들을 위주로 우선되어야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정책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들어 무언가 희망이 보이는 몇몇 움직임들이 있어서 안도합니다. 무분별한 인터넷 무료초청을 하지 않겠다는 몇몇 기획사들의 자정선언, 100만원 공동체 동인들의 저예산 연극 만들기운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로 연극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오프 대학로'의 가능성!
혜화동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몇 갈래 형성되고 있는 '오프 대학로'는 우리 서울연극계에 큰 희망을 줄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가난한 연극, 동인제 연극, 실험과 예술정신이 살아 있는 곳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그 어떤 금과옥조 같은 지원 정책도 우리 연극을 만족한 수준으로 이끌 수 있는 방안은 결코 되지 못할 것입니다. 단언합니다. 우리 연극을 살리고 지속시킬 수 있는 원동력은 오로지 우리들 자신의 힘, 무에서 유를 탄생시키는 연극정신 밖에는 없다고 말입니다.

2006년 7월 20일 서울연극협회 회장 채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