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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우리나라 대학무용교육 시스템

  • 조회수 1,758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6.07.29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잘못된 우리나라 대학무용교육 시스템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잘못된 우리나라 대학무용교육 시스템 >

환경적으로 철도가 자동차보다 훨씬 우월하지만, 일단 자동차가 지배적인 교통수단이 되면 이것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화석연료와 원자력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거대한 발전소와 송배전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풍력, 수력 등 새 에너지가 완벽한 대안으로 나와도 바꾸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체방식들이 일정 수준의 수요처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수지가 맞지 않고, 특히 기존 업자들이 경쟁업자들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을 경제용어로 ‘경로의존이론(path dependency theory)'이라고 하는데, 한번 만들어진 관행이나 제도를 바꾸기 힘든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대학교 무용교육 시스템에도 경로의존이론이 정확하게 적용된다. 즉 대학 무용의 교육을 맡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교수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무용학과 교수들은 무용이라는 예술을 학문적으로 탐구해 본 적이 전혀 없는 ‘실기’ 출신들로 대부분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이론’교수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대부분 무용의 학문적인 의미를 정확히 교육받은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다. 심지어는 ‘실기’가 안 되어서 ‘이론교수’를 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대부분의 ‘이론교수’라는 사람들의 정체다 - 경우까지 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겨 있는가? 이는 한마디로 ‘예술가’와 ‘교육자’, 혹은 ‘예술가’와 ‘예술교육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미개한 시스템 때문이다. 무용선진국의 경우 ‘예술가’가 되려는 경우에는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는다. 프로 발레단이나 프로 현대무용단에 입단하여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기량을 무대 위에 선보인다.

그러나 대학교를 가는 경우는 무용을 심각한 학문으로 보고, 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간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신입생을 뽑을 때 실기를 그렇게 많이 중요시 하지 않는다(우리나라처럼 수백, 수 천 만원씩 들여서 급조된 ‘입시작품’을 받아, 다시 수천, 수 억 원을 써가며 입시부정 같은 것을 노리지 않는다).

특히 대학원 이상에서는 아예 ‘실기’ 능력은 입학 기준 사정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무용과 대학원 수업에서도 이론 과목은 장식처럼 해두고, 아예 실기만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식의 대학원이면 ‘학원’ 이상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 대학 이상의 무용과의 교육 시스템은 ‘실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로의존이론’이 우리나라 대학무용교육 시스템에 똬리를 틀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앞에서 이미 대략 살펴보았지만, 지금부터 약 30 - 40여 년 전 우리나라에 무용학과가 탄생할 때, 무용을 학문적으로 탐구하고 교육하고 있어야 할 곳에, 그런 능력이 전혀 없는 ‘실기’ 전공자들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실기도 제일 잘하고, 교육도 제일 잘하고, 학문도 제일 잘하는 전지전능한 ‘대학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는데, 불 본 듯이 뻔하지만 이 중 대부분이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부실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근래 이들은 자신들의 학문적, 혹은 학력적 뒤떨어짐을 만회하기 위해, 박사학위를 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또 문제가 되는 것이 그 박사학위 취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부실함이다. 강의를 듣는 3년 내내 출석을 한번도 안하고 박사를 챙겨주고 챙겨 받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무용박사’를 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여기서 다시 본 글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위해 평자가 공부한 영국 런던라반센터의 무용학 교육 시스템을 살펴보자. 우선 ‘실기교수’라는 것은 없다. ‘실기’는 모두 강사들이 와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수’라는 타이틀을 다는 사람들은 무용을 학문으로 접근하여, 석사 혹은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다. 물론 이중에는 무용을 실기로 공부를 한 경험이 있는 교수들도 있고, 무용을 실기로는 전혀 경험하지 않는 교수들도 있다. 무용실기 경험이 있든 없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용을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학문적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학교육이상의 ‘무용학’강의는 무용예술의 학문적 토론과 연구가 가능한 사람만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용을 실기로 계속해서 추구해 나가 훌륭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사람은 ‘대학’에 오지 않고, ‘무용단’으로 가서 평생 자신의 예술을 심도 깊게 추구해 나가며 예술가로서 사회의 존경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실기하는 사람들이 대학에 까지 와서 주저 앉아버리고 철밥통들이 되어있다. 결국 이들은 ‘예술가’도 아니고, ‘교육자’도 아니고, ‘학자’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불행을 맞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결코 이들만의 불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대학교육의 부실을 초래하면서 우리 무용학(Dance Studies) 발전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들중 일부는 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끼리끼리 패거리를 지어 다니며 '입시부정', '콩쿠르 부정', '레슨비 챙기기', '병역비리부정', '사이비평론가를 끼고 지원금 나눠먹기' 등등의 있을 수 없는 비리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 결과로 이제는 무용은 비싸기만 하고 대학에 가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 따라서 이제 젊은 학생들이 무용을 전공하지 않으려는 현상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지방의 대부분 무용과가 있는 대학은 미달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서울지역의 대학은 아직 그렇지는 않다고 하는데, - 물론 이 말이 서울지역의 무용교수들이 질이 높다는 것이 아니다 - 일부 서울의 대학까지 미달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근래 우리나라 음악과 실기교수들이 러시아의 엉터리 석 박사 학위를 돈으로 사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들 중 러시아어로 된 자신의 학위논문 제목이 뭘 뜻하는 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무용학과 교육시스템의 잘못은 우리나라 예술교육 시스템 전체의 잘못 중 일부로 보인다.

결코 교수가 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대학에 철밥통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 예술발전의 족쇄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우울한 현실 속에서 지난 2005년 8월에 서울대학교 음대교수 백혜선씨가 연주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스스로 사임했다고 하는 신선한 뉴스가 있었다. 진정 예술에 전념하는 ‘예술가’가 어떻게 ‘교육’을 할 시간과 여유가 있겠는가?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 통념상 모든 권력(?)이 그것이 엉터리 교수든, 사이비교수든, ‘교수’에게 쏠리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들이 사실은 어느 것 하나 바로 하지 못하면서, ‘예술가’가 되기도 하고, ‘실기선생’도 되고, ‘학자’ 나 ‘교육자’ 행세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 무용교육 시스템에서 ‘예술’과 ‘예술학’의 분리, ‘예술가’와 ‘실기교육자’와 ‘학문교육자’의 분리를 시급히 이루어내야 한다.

‘예술’과 ‘예술교육’의 분리, ‘공연’과 ‘학문’의 분리를 정확하게 이루어내어 우리 대학 무용교육을 잘못된 ‘경로의존이론’에서 하루 빠리 벗어나게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무용의 미래는 계속 암담해질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