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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제25회 국제현대무용제

  • 조회수 2,070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6.08.30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2006 제25회 국제현대무용제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2006 제25회 국제현대무용제 >

“몸을 통해 상상하는 미래의 문명"이라는 주제를 둔(공연이 모두 끝난 후 평론을 쓰면서 이 슬로건을 다시 보니 뭔가 허망하다), <제25회 국제현대무용제 >가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렸다. 9개국 21작품이 공연된다고 한 이번 행사에서는 국내 작품들은 대부분 예술적 수준이 떨어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치밀한 안무가 되지 못해, 체조인지, 놀이인지, 막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움직임을 나열하고 있었고, 그 중 특히 일본과 교류 운운하는 2~3개의 작품들은 저질스럽고 짜증나는 왜식 움직임의 스타일이 되어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와중에서 그나마 영국의 캔두코댄스컴퍼니, 미국의 쉔웨이댄스아츠(봄의 제전), 스위스의 꽁빠니7273무용단 등의 공연은 예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5월 24일 개막식 공연에서 본 황미숙 파샤현대무용단과 조양숙 댄스프로젝트의 합동공연(?) < 변하지 않는... >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황미숙무용단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서 보인 무대장치는 설치가 잘못되었는지 출연무용가가 공연 도중 손으로 밀어서 고정시키는 모습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나 안무패턴도 창의적이지 못하고 진부했다.

공연장 로비로 이동해서 조양숙무용단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가설영상에 동시에 비추며(이런 것을 하는 것이 무슨 예술적 의미가 있는지?) 온몸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객관적 표현이 이루어지지 않는 3류 해프닝의 분위기였다.

5월 28일에 본 영국의 장애인무용단 캔두코컴퍼니의 공연은 장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지한 움직임과 치밀한 안무로 무게 있는 움직임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엄숙할 정도로 완벽한 조명 속에 선명하게 이루어지던 이들의 움직임은 장애인이 함께하는 무용을 함부로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선언’을 ‘무용’ 커뮤니티에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29일에 있은 김원무용단의 < Standpoint > 공연은 다양하게 만들어 나가는 움직임이나 이미지에 비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가 약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어진 이경은의 < 갈망 >은 무용수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아’ 혹은 ‘하’, 혹은 ‘아웅’하는 소리들을 내기도 하고, 입으로 ‘후’하고 불면 넘어지는 흉내도 내기도 했는데, 작품에 기본적 안무가 장치되지 않아 연예오락으로 가는 분위기였다.

작품 초반 무대 좌측에 수직으로 4각형을 세우고 5명의 무용수가 군집해 있을 때 깔끔한 느낌이 살아나기도 했던 윤민석의 < 넋이야 있고 없고 >는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의 의미가 쇠진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인간의 일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대로 보여주는 의도를 가진 것 같은(그래서 바지 앞을 잠그지 않기도 하고, 가위로 자신의 음모를 깎기도 하고, 가상섹스 하는 모습을 더럽게 보이기도 하고, 치매에 걸린 듯이 나이 먹은 사람이 기저귀를 하고 오줌을 싸기도 한다) 벨기에 피핑탐무용단(?)의 < 르 살롱 >(5월 31일)은 무용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수준 낮은 3류 무언극이었다.

6월 3일 소극장에서 있었던 남정호의 < 흉내 >는 막이 오르고 무대 좌측에서 누가 섹스폰을 불고 있는데 너무 진부한 풍경이다(이런 모습은 너무 많이 보아 와서 이제 신물이 나려고 한다). 독무를 한 남정호가 객석에 혀를 날름거리기도 하고, ‘푸헤’하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드러누워서 돌기고 하고, 엉덩이를 땅에 대고 뒤뚱거리기도 했는데, 정교한 안무가 되지 않는 우리 무용창작의 불행한 현장이 되고 있었다.

이어진 일본 이시 카오루의 < 시라노이 >도 남정호 못지않은 조악한 행위를 했다(남정호와 일본 이시 카오루는 국제공동작업을 했다고 한다). 할인매장 카트 같은 것을 끌고 나와 미끄러 넘어지기도 하던 이시이 카오루는, 비만 주부가 집에서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움직임을 한심스럽게 반복하며 객석을 고문 시키고 있었다. 이런 시대 지난 한심스러운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은 주최 측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것이 된다.

깨끗하고 깔끔한 움직임 속에 입체적인 안무가 장치되어있던 쉔웨이댄스아츠(6월 3일)의 < 봄의 제전 >은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스트라빈스키의 실험적 음악에 맞추면서도 안무가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완벽히 표현시키고 있던 이 작품은 무용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객석에 완벽히 보였다. 이어진 같은 무용단의 < Folding >은 투명한 느낌이 없어 답답했다.

6월 6일 소극장에서 있었던 꽁빠니7273 무용단의 < 토끼의 환상 >은 초반부는 지루했지만, 중반 이후 작품에 문맥(context)을 만들어 가면서 객석을 감동시켜 나갔다. 특별히 화려한 테크닉을 나열하지 않으면서도, 뭔가 생각하게 하는 움직임과 이미지를 긴장감 있게 이끌어 나가던 이 작품은 객석의 따뜻하고 큰 박수를 받아냈다.

같은 날 대극장에서 있었던 정영두의 < 텅 빈 흰 몸 >은 일본의 아티스트(아티스트는 무엇인지?)와 국제 공동작업을 해 탄생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자신 혼자 알 수 있을 것 같은 해독불능의 움직임을 긴 시간동안 의미 없이 나열시키고 있어 객석을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이번 공연의 피날레는 임지형광주현대무용단의 < 레밍, 턴.. > 공연이었는데, 붉은 의상의 여인이 무겁고 느낌이 있는 독무를 이루기도 하고, 수직 조명 라인 아래서 기하학적인 군무의 이미지들을 활기차게 만들어 나가기도 했다. 약간 시대가 지난 안무의 느낌도 있었지만, 큰 행사의 마무리 공연을 맡은 지방 무용단으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