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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학교 무용발표회

  • 조회수 1,561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6.09.25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예원학교 무용발표회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예원학교 무용발표회 >

무용전문 조기교육기관이 별도로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예원학교 무용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예원 재학생들은 우리 무용의 앞날을 이끌어 나갈 중요한 재원이다. 따라서 예원 무용교육은 대학 무용학과 교육보다 더 중요한 교육일수도 있다.

기본에 충실한 교육이면서도 자유스러운 예술적 시야를 갖출 수 있는 교육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을 위한 공연을 지도자가 준비할 때는, 작품성을 가지면서도(어린 학생들도 자신이 출연할 작품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무용의 기본적인 개념을 잃지 않는 작품을 준비해주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당연히 지도자의 책임이다.

지난 6월 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 제20회 예원학교 무용발표회 >를 보았다. 발레와 한국무용 2부문의 공연이 있었는데, 발레 파트(교사:김나영)는 출연자 모두에게 골고루 출연 기회를 주면서도, 작품의 예술적 표현까지 이루는 발레작품을 정성들여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국무용 파트(교사:정혜진)는 정교한 안무가 실종되어, 무용 창작공연을 학예회나 마당극으로 만들고 있었다. 전문예술학교 학생들의 출연 작품을 ‘뽀뽀뽀’ 분위기로 만들고 있던 이런 작품은 출연 학생들에게 자기 전공의 정체성까지 혼란시킬 수 있겠다는 우려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는 전적으로 현시대 한국무용이 나갈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지도자의 문제이다.

제1부 ‘발레콘서트’에서 모두 5작품이 선보였는데, 국악의 선율에 맞추어 붉은 원피스 차림의 무용수들이 이루던 < 비단길 >은 안무의 입체감 강화가 필요하겠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아름답고 선명하게 이루어졌다.

검푸른 조명 앞의 흰 빛 튀튀의 무용수들이 너무나도 고운 자태를 이루던 < 에튜드 >는 사랑스럽고 청순한 움직임으로 지성미 넘치는 투명한 흰 빛 보석이 되고 있었다. 객석에 감동까지 던지던 좋은 작품이었다.

회색빛 로맨틱 튀튀를 입은 8명의 군무들이 4명씩 좌우에 있고, 남녀 2쌍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던(이 자태는 그 자체에서 기품이 느껴졌다) < 달콤한 월츠 >는 아직 예술적 힘은 떨어지는 모습(특히 남학생의 움직임 그랬는데, 앞으로 이들도 강인한 발레리노로 커 갈 것이다)을 보였지만, 빛나는 풋풋함이 살아있던 작품이었다.

채지영의 독무 < 빈사의 백조 >는 아직 움직임에 느낌을 더 담아야 할 것 같았지만, 좋은 무용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분홍 튀튀의 군무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대칭을 만들고 있던 < 해적 >에서는 깨끗한 움직임을 생동감 넘치게 이루어 나가 이들이 우리나라 발레의 미래를 지켜나갈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들고 있었다.

< 벽에 걸린 이야기 >라는 제목을 가진 제2부 한국무용 전공공연에서는 작품 도입부에 서당의 모습이 나오는데 벌써 ‘무용’이 아니고 ‘연극’ 같은 서사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씨름판에서 엿장수 모습도 나오고 덩실거리며 놀기도 하는데, 정교한 춤사위가 사라져 버려 무용이 아니라 ‘마당극’이 되고 있다.

계속해서 학생들을 마스게임처럼 덩실거리게 하거나, 악사 흉내를 내게 하거나 하고 있다. 음악도 정교한 안무나 춤이 필요가 없게 만들어져 퍼져서 흐르고 있다. 토끼, 거북이 모양의 움직임이 유치하게 이루어지기도 하고, 신랑 신부 놀이 같은 것도 하고, 각종 고전 의상을 입은 행렬도 패션쇼처럼 이루어지기도 한다.

조잡하게 만들어진 말의 모습도 지나간다. 학생들을 대각선으로 앉혀서 물결치는 모양을 만들기도 하는데, 안무 미숙의 극치를 보인다. 쾅 하면서 제자리에 앉기도 하는데, 한국무용 고유의 기품은 완전히 사라지고 있던 이 작품은 한마디로 ‘한국무용’ 전공 학생들의 예술적 자긍심을 전혀 키워 주지 못하던 미성숙 작품이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