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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정미소 New Face Artists 2 - 김소연 개인전

  • 조회수 1,301
  • 작성자 갤*리*미*
  • 등록일 2006.10.10



■ 전시 개요

□ 제목 : 도살자를 위하여
□ 작가 : 김소연(omicron)
□ 일시 : 2006.10.13(금)-10.28(토)
□ 개관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월요일 휴관
□ 장소 : 갤러리정미소
□ 오프닝 : 2006년 10월 13일 금요일 오후 6시
□ New Face Artists 활동을 위한 워크샵 : 2006년 10월 25일 수요일 오후 2시
(갤러리정미소 New Face Artists 김정주, 오용석 작가 소개와 함께 진행됩니다.)
□ 문의 : 갤러리정미소
tel) 02-743-5378 fax) 02-743-5370 www.galleryjungmiso.com
□ e-mail : usdart@empal.com
□ 위치 : 혜화역 2번 출구, 방송통신대학교 뒤편, 월간객석건물 2층
□ 협찬 및 후원 : 월간 객석, 운생동 건축사무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전시 소개

김소연은 다양한 팝 아이콘들, 테러나 재난과 같은 참사들의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서 수집한다. 팝 아이콘들은 변형되어 어떤 특정한 캐릭터로 재창조 되며 재난의 장면들은 하나의 이미지로 바뀌어 연작으로 지속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그림들 속에는 종교적 도상들이 어떤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김소연, The Celebrity, 캔버스에 아크릴, 97×131cm, 2006


‘도살자’의 희생양들은 워너 브러더스 만화의 캐릭터들(대피 덕, 로드러너, 벅스 버니, 포키 피그 등의 캐릭터가 변형됨)들의 변형된 새로운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마치 죽었다가 되살아난 좀비들처럼 무관심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들은 창에 찔리기도 하고, 내장이 다 튀어나와 있기도 하며, 눈동자가 없기도 하다. 이들은 대부분 어떤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모습으로, 혹은 희생당하였다가 부활한 좀비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 시리즈 외에 다른 재난과 참사 시리즈에서는 비행기나 자동차, 대교 등이 부서지고 끊긴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런 그림들은 9.11 테러나 런던 테러,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등 현대의 참사들을 연상시킨다. 우리에게 끔찍한 트라우마를 연상시키는 엄청난 사건들과 폭력적 상황들 속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군복을 입은 사내들과 성스러운 종교적 도상이나 모티브들이 함께 등장하는 그림들이다. 군인들과 남자들은 아마도 폭력의 주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교, 믿음의 대상을 찾을 수 없고, 갈 곳 없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아이콘처럼 등장하는 종교적 도상들은 상실된 믿음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앤디 워홀 이후 현대 미술에서의 팝 아트의 정치적, 윤리적 정당성 혹은 당혹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김소연은 그 연장선에 있으면서 또한 그 경계를 유희한다. 김소연의 작품들은 잔인하며 극도로 냉정하다. 김소연의 그림에는 어떤 연민이다 멜랑꼴리, 비극성의 강조 같은 것이 없다. 냉담한 표정의 희생양들이 밝고 화사한 색채로 표현되었으며, 또한 대부분 무표정하여, 우리로 하여금 어떤 감정의 순환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히려 김소연의 그림은 현대의 폭력과 희생 그것에 대한 매혹, 심지어 잔인함에 대한 향유에까지 나아가는 듯하다.




김소연, The airbus A310, 캔버스에 유채, 66×91cm, 2006


김소연이 새롭게 창조한 팝 캐릭터들, 혹은 재난과 참혹의 현장들, 다리나 팔, 심지어 목이 잘린 사내들, 군복을 입은 남자들, 이런 모든 것들이 가리키는 지점은 어디일까. 김소연의 도발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들은 대부분 폭력적인 상황에 처한 희생양들인데도 우리는 그들의 냉정한 표정 속에서 어떤 섬뜩한 느낌까지 받는다. 그들은 어떤 희극적 상황, 그것도 매우 차갑고 서늘한 희극적 상황에 처해 있는 듯하다. 그런 희극적 느낌은 아마도 그 희생양들이 우리의 기억과 트라우마 속의 추모의 대상들이기 보다는 버젓이 살아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서늘한 우리들의 초상이라는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소연, Today's weather, 캔버스에 아크릴, 116×81cm, 2006


우리는 쉽게 잊는다. 하지만, 김소연의 그림 속에서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희생의 아픔들과 충격들은 새롭게, 그리고 당혹스럽게 부활한다. 그 속에는 흔들리고 방황하고, 의심하는 현대인의 불안이 반영되어 있다. 마치 어떤 의문에 수수께끼처럼 등장하는 종교적 도상들 또한 우리에게 당혹스러움을 준다. 김소연의 이미지는 마치 고동치는 맥박의 관자놀이를 날카롭고 정교한 핀으로 쑤셔대는 것처럼 당혹스럽고 치명적이다.

이병희(미술 비평, 갤러리정미소 아트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