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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정기공연 - Soul, 해바라기

  • 조회수 1,130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6.11.20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 Soul, 해바라기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 Soul, 해바라기 >

무드음악 같은 것을 실황연주 시켜두고, 아무런 의미가 살아나지 않는 거칠고 조잡한 움직임을 이루고 있던, 국립무용단(단장 : 배정혜)의 제90회 정기공연 < Soul, 해바라기 >(안무 : 배정혜) 공연이 지난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있었다(평자는 28일 공연을 보았다).

팸플릿을 보면, “재즈와 샤먼이 만나는 무대를 통해 한국인의 기질과 정서, 그리고 그 깊은 곳에 자리한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질펀하게 풀어놓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는데, 실제 무대 위에는 나타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바이올린 연주 소리가 들리고, 무대 좌측에 치마를 과다한 사이즈로 입은 형태의 5여인이 앉아있다. 무대 밝아지고 큰 의상에서 빠져나오는 여자들이(무엇 때문에 이런 설정을 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손을 잡고 조그맣게 원을 그리듯이 움직이기도 하는데, 명쾌한 안무 포맷이 나타나지 못한다.

남자무용수 10명이 나타나 디스코텍 음에 맞추어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몸을 흐느적거리기도 하고, 서로 싸우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는데, 움직임에서 어떤 스토리나 느낌을 유추 할 수가 없다. 남자 독무와 2인무가 이어지는데 투명한 안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9명이 함께 건장하고 탄력 있는 움직임을 이루기도 하는데, 움직임에 거의 아무런 문맥(context)을 담지 못해 에어로빅 분위기가 된다. 여자 무용수들이 다시 등장해 남녀 9쌍이 함께 움직이기도 하는데, 도대체 안무에 입체적 포맷이 없어 이미지가 약하고 허망한 느낌이다.

인터미션 후 타악기 소리 들리며 2부가 시작되는데, 장독대에 물을 붓는 것 같은 모습도 나오고, 소금 같은 것을 뿌리기도 한 다음, 약 20여명이 국적불명의 움직임을 이룬다. 무슨 재즈도 아니고, 디스코텍 막춤도 아니고, 도대체 우리나라 최고의 한국무용전공 무용수들을 유희나 학예회를 하게 만들고 있다.

다시 남자 14명이 악기 같은 것을 두 손에 들고 움직이는데, 섬세한 안무의 실종으로 마스게임이 된다. 계속 30~40명이 함께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뭔가 창피한 느낌이 든다. 여자들이 붉은 부채를 들고 움직이기도 하고, 여자 독무가 적당히 이루어지기도 한다. 부채를 들고 객석까지 내려와, 부채를 흔들면서 한 판 ‘놀고’ 올라가기도 한다.

갑자기 흰 눈가루 같은 것을 뿌리면서, 동원시킨 알바 박수부대의 더러운 웅성거림 속에 끝나던 이 공연은 정말 예술적 질이 낮은 작품이었다. 아무런 내용이 없어 허망한 껍데기만 남던 이 공연은, 밖으로는 아무것도 투명하게 표현하지 못하던 자폐아적인 공연이었다.

정교한 안무포맷 같은 것은 상상할 수도 없던 이번 공연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같은 것도 전혀 나타나지 못했다. 음악에 취해 허망하게 조잡한 움직임을 흔들고 있던 이번 공연은 ‘독일의 음악인들이 가세하여 두 문화가 만나는’것처럼 하며 뭐가 대단한 것이 있는 것처럼 했다.

그런데 실제 공연에서 보니 독일에서 와서 무용반주를 하고 있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일을 허황되게 포장해 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립무용단 단장 배정혜는 팸플릿의 인사말에서, “한 국가를 대표하는 무용단은 그 국가의 얼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무용단이 보유하고 있는 실력과 작품에서 뒤지지 않았을 때 안무의 임무를 다 하는것이다”라고 하고 있었다.

솔직히 다른 나라 무용단과의 경쟁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우선 우리나라 객석의 관객들이라도 민망하지 않게 해주었으면 한다. 배정혜는 다시 팸플릿에 “내가 다시 예술감독직을 맡게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고 적어두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창의적인 안무가 되지 않는 사람이, ‘다시’ 국립무용단 단장이 되었는지? 2006년 10월 28일 평자는, 우리나라 무용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불행한 현장에 있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