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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소리 명가 정회석의 소리세계, ‘호질(虎叱)’

  • 조회수 1,093
  • 작성자 보*소*
  • 등록일 2006.11.22
“보성소리 명가 정회석의 소리세계, '호질(虎叱)'” 공연

장르의 벽을 뛰어넘은

“130년 전통의 보성소리와 챔버 오케스트라의 만남“


1. 공연일시 : 2006년 12월 8일(금) 오후 7시 30분
2. 장소 : 국립국악원 우면당 (일반: 2만원, 학생: 1만원)
3. 출연 및 제작진
*소리 및 작창 / 정회석
*작 곡 / 강준일
*글구성 / 구히서
*고수 / 정회천
*해금 / 정수년
*반주 / 아리(A-rri)앙상블

4. 프로그램
- 용비어천가
- 호질 (虎叱)
- 심청가

5. '용비어천가'와 '호질'의 판소리무대 및 챔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 소리의 수준 높은 음악적 짜임새와 문학성을 추구
- 아리 앙상블과의 협연을 통해 전통 판소리의 미래를 모색
- 4대째 내려오는 보성소리 명가의 음악적 뿌리 확인


※ 공연문의 및 예매
* 문의 : K-Beat Music (02-6334-0393, 0394)
* 예매 : 티켓링크 www.ticketlink.co.kr (1588-7890)


우리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상표와 물건을 지칭해 '명품'이라고 합니다.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금전지출도 불사합니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일부러 오래되고 낡은 느낌의 의상을 조합해 '빈티지-룩 (Vintage)'이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명품과 빈티지-룩을 인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상품들이 오랜 세월 동안, 시간의 검증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의 검증이야말로 명품의 가장 확실한 보증서가 아닐까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시간과 전통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와인 한 병도 몇 년 산인지, 얼마나 숙성됐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찰합니다. 그렇다면 시간의 검증을 거친 명품들이 이렇게 외국물건에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네 삶 속에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세월의 모진 시험을 견뎌낸 명품들이 존재합니다. '소리'도 그중 하나입니다. 동네 어귀에서, 옆집 담 너머로, 할머니의 자장가 속에서 존재하던 소리야말로 우리의 마음 속에 옹골차게 자리잡은 '명품'입니다. 세계문화유산 운운하지 않아도 판소리는 우리가 세계에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문화명품'인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고귀한 명품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양문물에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동안 우리 몸 속에 흐르던 우리네만의 고유한 정서가 퇴색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물론,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과 소리가 서로 호흡하지 못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우리 스스로가 보지 않고, 알지 않으려 한 아쉬움도 없지 않습니다. 결국 넓은 의미에서 '국악의 대중화'는 국악계의 가장 큰 당면과제가 되었고,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다행히 몇몇 음악인들에 의해 대중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습니다.

'새 시대의 소리꾼'으로 평가받는 정회석 역시 당대의 소리와 그 역할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 온 음악인입니다. 무려 4대째 내려오는 '소리명가 보성소리 가문 (정재근-정응민-정권진)'에서 태어난 그에게 전통을 보존하면서 동시대와 호흡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의무였습니다. 이제 정회석은 '호질(虎叱)'공연을 통해 그 고민의 산물을 풀어 놓으려합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인 '호질(虎叱)'은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고종의 70수를 축하하기 위해 중국을 갔을 때 어느 점포에서 베껴온 글입니다. '열하일기'에 실린 그 내용은 '인간의 도덕적 타락을 호랑이의 시선에서 풍자'하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내용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 세상에 만연한 위선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는 내용입니다.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참된 방향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작금의 세태와 250년 전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한글로 된 최초의 문학작품인 '용비어천가'를 판소리로 꾸민 것도 눈 여겨 볼만한 대목입니다. 정회석은 '용비어천가'가 지닌 '건국 신화적 의미와 당대의 가치관을 적절히 조화시켜 백성들 정신의 근간이 되도록 한 사실'이 오늘날 우리의 정신세계와도 밀접하다고 생각하며 '용비어천가'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아리앙상블과 함께 해석한 '심청가' 역시 소리의 현대화에 대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보성소리 명가 정회석의 소리세계, '호질(虎叱)'” 공연은 그의 DNA속에 흐르는 소리의 정수를 맛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130년 동안 숙성된 '소리명가 보성소리가문'의 그윽한 향취를 음미할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문화예술이 동시대상을 반영하듯, '당대의 소리꾼' 정회석 공연은 전통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리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우리 시대의 소리무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