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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 대한 편견과 핍박

  • 조회수 1,075
  • 작성자 정*일
  • 등록일 2006.12.06
수필에 대한 편견과 핍박
鄭 木 日

오늘날 외형적으로는 ‘수필시대’라 할 만큼 수필의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우선 수필인구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아웃사이드문학, 비전문 문학, 여기의 문학, 아마추어 문학이란 편견을 가졌던 우리 문단에서 정식으로 수필가를 배출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이다.

30년이 지난 오늘날은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만으로 볼 때, 시인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계간지 이상 전문지 발행만도 약 20 종에 달하고 있다. 매년 수필가로 데뷔하는 수필가의 수효도 5백여 명에 이르고 있으니 ‘수필시대’라고 할만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시대와 현대의 삶에서도 그 징후가 보이고 있다. 시는 차츰 산문시의 경향이 많아지고 있으며, 소설은 차츰 단문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와 소설이 수필과 가까워지는 문장체재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는 2007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사이버 신춘문예제도를 처음 시도하면서 디카수필, 스토리, 블로그. 댓글- 이 4가지가 문학의 새 장르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여러 문학 장르 중에서 ‘디카수필’을 지목한 것은 인터넷 시대인 오늘날의 삶을 읽어내는 상징적인 코드 로 보인다.

현대인들은 의사전달의 매체로 어느새 인터넷을 생활화하는 추세이다. 소통방법은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문자판을 치면서 행하고 있다. 인터넷에 의해 움직이는 소통체재 속에 살고 있음을 말한다. 문자판을 치면서 소통하고 숨 쉬는 생활, 문장은 곧 소통 도구이자 정보 획득, 경쟁의 수단, 삶의 기록 장치가 돼버린 지 오래다. 인터넷에 치는 문장, 예컨대 일기. 편지. 감상. 기행문, 칼럼 등이 포괄적으론 수필 장르에 포함되는 글들이다. 수필은 이제 수필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만인의 공유물이 돼버렸다.

문학 장르의 수필은 문학성, 개성, 전문성, 독자성을 띤 글을 말하지만, 생활 전반의 체험 기록과 감상 등을 쓴 글을 합쳐 삶과 직결되는 생활문학이 됨으로써 대중문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수필의 양적인 범람은 시대적인 삶의 패러다임의 변화, 인터넷시대 소통의 방식이 달라진 데서 오는 영향이 크다. 수필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좋은 수필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지니고 있다. 시, 소설, 희곡, 동화는 ‘꾸며낸 세계’이지만, 수필의 경우는 체험을 통한 ‘사실의 반영’이다. 그러므로 픽션류와는 달리 작가의 인격과 인생을 그대로 드러낸다.

수필에선 시나 소설처럼 언어구사력, 상상, 기교 보다는 인생경지와 인격이 요구되는 문학이다. 인격에서 향기가 나야만 문장에서 향기가 난다. 작가의 인생 경지가 높아야만 높은 경지의 작품을 낼 수 있다. 좋은 수필 한 편을 찾는다는 건 좋은 인생을 만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양질의 수필을 많이 나오게 하는 일은 사회 정화와 정신문화를 살찌우는 일이 된다.

그럼에도 문단과 문화계에선 아직도 수필에 대한 폄훼, 편견,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핍박을 일삼고 있다. 예컨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예지에 발표된 문학 작품 중에서 4/4분기로 나눠 시, 시조, 소설, 희곡, 평론, 아동문학 등의 작품을 심사하여 우수작품으로 선정하고 1백만원 내외의 고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문학 장르 중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수필 장르만 제외시킨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형평성에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무슨 잣대로 이 같은 문화행정을 행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밖에 교보문고에서 제정, 실시하는 교보문학상은 우리나라 문학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인데, 무엇 때문에 수필 장르만 제외시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수필에 대한 올바른 이해력의 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날 수필인구의 증가, 문학과 삶의 공유를 생각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문인협회의 행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협에서 시행하는 문학상에도 수필의 소외가 보인다. 수필의 양적 평창을 지적하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이 땅에 바람직한 수필문학의 정착과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을 문단과 문화단체가 함께 도모해야 할 때다. 편견과 핍박을 버리고 평등과 포용으로 수필문학 진흥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