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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Counci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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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끝으로 만지고 느끼는 그림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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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점자촉각그림책은
시각장애아를 위한 그림책의 필요성을 느낀 몇몇 사람들의 열정에 의해
간간히 만들어졌을 뿐 그 맥이 이어져 오지는 못했습니다.
소수라는 말이 약자라는 말로 인식되고, 배우고 누릴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턱이 꽤 높은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턱을 허물고 서로 만나 이야기하며, 함께 가는 길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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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쓰는 정안(正眼)인과 시각장애인이라는 말 대신에 비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라는 말을 쓴 것은 누구는 정상이고 누구는 정상이 아니라는 가름과 차별보다는 차이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빛을 보지 못한다’는 부정보다는 ‘빛을 만지다’라는 긍정의 말을 쓴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책을 만들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소통을 꾀하고자 했습니다.
이책은 비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다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시각장애인의 에세이를 비롯해, 시각장애에 대한 오해를 풀어 주는 토막글, 시각장애 미술가와 만지는 그림책을 만드는 자원봉사자 인터뷰, 시각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퇴화돼 가고 있는 다른 감각들에 대한 이야기, 점자촉각그림책을 읽은 한빛맹학교 아이들의 이야기, 부모와 함께 읽어 볼 장애 관련 동화책 소개 등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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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자촉각그림책은 시각장애아를 위한 그림책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읽었을 때 제 맛이 나는 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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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각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그림책을 보며 성장한 예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건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시각장애아를 위한 그림책이 단 한 권도 없기 때문이죠.
일본의 경우만 해도, 이미 촉각그림책 수십 종이 만들어져 시각장애인들에게 보급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읽은 시각장애아는 언어 능력과 예술적 감각 활용 능력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발달 성취를 보여 줬습니다.
점자촉각그림책을 만들기 위한 ‘빛을 만지는 예술가’의 고민과 활동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점자촉각그림책에서 글은 점자로 기록되어 있고, 그림은 질감이 있는 입체물입니다. 비시각장애인들도 눈을 감고 손으로 읽어야 더욱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눈으로만 보았을 때는 그림을 표현한 만큼 완전히 못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촉각적으로 나무를 표현한 것이 눈으로 보아서는 나무처럼 안 보일 수 있지만 눈을 감고 촉감으로 만져 보았을 때는 나무와 똑같은 느낌이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점자촉각그림책과 일반 그림책의 가장 큰 차이는 한 권, 한 권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 소재를 활용해서 만든 그림들은 인쇄소에서 찍어 낼 수 없어서, 그림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페이지마다 붙여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책이라니 오히려 더 정성스럽고 소중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산책로라는 말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덜어 드린다는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죠.”
장애인에게 편하면 비장애인들에게는 두말할 나위 없이 편하다고들 생각한다. 꼭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한 시설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장애인을 포함해서 모든 시민을 위한 쉼터가 더욱 많아졌으면…….
― ‘시각장애인과 모두에게 좋은 산책로’ 중에서
아직은 유치부 과정이라 교육기관을 처음 접해 본 아이들이 대부분인데다 기존의 점자 동화책들은 점자로만 되어 있어 아직 점자를 익히지 못한 유치부 아이들이 읽기에는 무리였다. 간혹 그림의 외곽선을 따라 점이 찍힌 그림책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인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고, 집에서도 테이프로 듣는 동화가 전부였다.
혹 점자를 배우게 되더라도 혼자서 술술 막힘없이 읽어 내려가며 동화의 맛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또래의 비시각장애아들이 혼자 인터넷이며 수많은 동화와 그림책을 보며 생각을 키워 나가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원하는 책 한 권도 쉽게 읽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고민이 깊어 가던 때에 만난 점자촉각그림책은 비가 그친 뒤 어두웠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무지개처럼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다.
점자촉각그림책을 읽으면서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늘 선생님에게만 의존하던 아이들이 제각기 책을 들고 이것저것 만지고 흔들고 돌리고 끼우며 스스로 다양한 자극을 찾아 즐기기 시작했다. 또한 친구들을 불러 서로 선생님이 되어 동화를 읽어 주고, 들은 내용을 기억해 제 마음대로 엉뚱하게 점자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점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점자촉각그림책은 들고 다니다가 부딪혀 파손되기도 하고, 떨어진 조각을 찾지 못해 반쪽이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손때와 함께 너무도 쉽게 낡아 버렸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한 책이기에 아직도 책장 한쪽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손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책,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만지며 상상할 수 있는 책, 그래서 즐거운 책이 바로 점자촉각그림책이었다.
― ‘꿈 많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맞춤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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