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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무용수 국내콩쿠르 병역 특례 폐지의 문제점

  • 조회수 1,306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7.05.17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남자무용수 국내콩쿠르 병역 특례 폐지의 문제점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남자무용수 국내콩쿠르 병역 특례 폐지의 문제점 >

동아일보 2007년 2월 13일자 A4면을 보면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이 “지난해 4월 당시 열린우리당 임종인의원등이 국내 유명 콩쿠르의 1위 입상자에게 주어졌던 병역혜택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병역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데 이어..., 예술계 병역특례를 축소하려는데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군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대신 2012년까지 공익 행정요원등 대체근무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의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방안’에 대해, 문화예술계가 국내파 젊은 예술인들의 병역혜택을 축소하는 조치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같은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예술게 병역특례 축소는 1)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인정하는 국제콩쿠르 입상자만 혜택을 주고, 국내예술경연대회(13개) - 사실 무용 쪽에는 실질적으로 이중 2개 대회밖에 적용되지 않는다 - 1위 입상자에 대한 특례는 폐지하며, 2)병역혜택을 받는 국내 콩쿠르대회 축소 통합 등의 방안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우선 그런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가 없지만 - 이것은 꼭 확인해야 한다 -, 아마도 체육 분야의 경우 국내대회는 병역혜택을 주지 않고 국제대회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형평성 운운 하는 발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즉 체육과 마찬가지로 국제대회 - 무용이나 예술분야에서는 국제콩쿠르 - 에 1등을 하는 사람만 병역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이라면, 우선 무용의 경우 ‘국제대회’가 없다. 발레의 경우는 그래도 있지만, 현대무용은 대단히 적고, 한국무용의 경우에는 아예 그런 ‘국제적’인 대회가 원천적으로 없다.

방법은 중국의 조선족이나 세계 각국으로 간 한국계 이민자들을 불러놓고 우리끼리 국제대회를 만드는 엉터리 ‘절차’를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무용의 병역혜택제도는 원천적으로 없어진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체육의 경우 본인이 열심히 하면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국가의 돈으로 비행기도 타고, 세계대회에 출전하여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만약 세계 1위가 되지 못해 병역혜택을 못 받아도 다음의 기회를 노리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 많은 젊은 무용인들은 집이 부유한 경우도 있지만, 평자가 지도하는 대부분의 젊은 남자무용수들은 가정 형편이 좋지 않지만 오직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에 묵묵히 정진하는 학생들인 경우가 많다. 솔직히 이들은 몇 만원씩 정도 되는 국내 콩쿠르 참가비 마련도 쉽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국제대회에 나가서 1등을 해오라고 한다면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국제대회 참가비용은 정부 예산에서 마련되어있는가? 물론 그중 극히 일부 부유한 젊은 무용수들은 국제대회에서 1등할 때까지 자비를 수천만 원씩 써가며 여러 콩쿠르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젊은 무용인은 무용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 이런 원초적인 문제를 차치해두더라도, 또 하나 어린이들이 ‘불장난’하고 있는 것 같은 것은 도대체 그 ‘국제대회’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정말 궁금해서 문화관광부 사이트에 들어가서 문화관광부가 병무청에 보낸 자료를 찾아보니, 무용에 대한 ‘국제대회’의 기준을 지금이야 찾고 있는 모습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무용연맹’, ‘5월 국제무용콩쿠르’ 등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실상이나 바로 알고 일을 추진하고 있는가? 도대체가 올바른 기준 없이 혼란스러운 모습이고, 이런 와중에 그렇지 않아도 많은 학부모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국제 콩쿠르 장사하는 봉이 김선달이나 더 날뛰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사실 남자무용수들에 대한 병역특례는 다른 예술장르와 차원이 다르다. 앞에서 말한 문화관광부 자료를 보니 현재 우리나라 문화예술분야 병역특례는 무용, 음악, 미술, 국악, 연극 등에 주고 있었다. 그런데 무용은 인간 신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날마다 자신의 신체를 연마하여 가장 표현력이 강한 '생각하는 신체(thinking body)'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젊은 시기에 군 생활 2년이라는 공백을 가져버린다는 것은 사실은 남자무용수의 무용생활을 마감한다는 것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남자무용수의 분포가 외국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은 이유는, 남자무용수들 대부분이 군대 생활 후 무용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한해 수천 명의 남자무용수들 중에 각종 대회를 통해 한해 10명 정도만 정부의 고마운 병역혜택을 받지만, 나머지 모두는 군대를 간다. 그 10여명이 우리 무용의 수준 높은 예술성의 뿌리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발레무용수인 이원국이 앞에서 말한 동아일보 기사에서 인터뷰한 내용에서도 정확히 나타난다.

“20대 초반에 군대에 다녀온 동료들은 대부분 발레를 포기했으며, 계속하더라도 큰 무용수로 성장한 경우를 보지 못했다”라고 하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음악, 국악, 연극, 미술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이 받는 병역특례는 말 그대로 재능을 아껴주는 국가의 배려에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신체로 객석에 심오한 표현을 전달해야 되는 무용의 경우에는 ‘예술 존속’ 의 문제가 된다.

그동안 체육이 국가의 많은 병역혜택을 받아왔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젊을 때 각 경기에 맞는 신체 훈련이 중단되면 세계제일의 체육인이 될 수 없다는 당위성 때문이었다. 체육과 달리 무용은 ‘예술’의 한 분야이지만, 인간 신체의 트레이닝이라는 면에서는, 그리고 무용기교를 함께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병역혜택의 필요성은 체육을 넘어선다.

그리고 체육은 기회가 많다. 그리고 병역수혜자도 무용과 비교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다. 또한 앞에서도 간략히 보았지만 체육은 일단 국내대회에서 1등을 하면(국내예선 1위가 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즉 ‘형평성’을 맞추겠다면), 무용도 국내대회에서 1등을 하면 나라의 예산으로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 그리고 그 국제대회에서 1등을 하면 병역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무용’ 장르 쪽에서는 그것도 안 되는 것이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파트는 아예 경연해볼 ‘국제콩쿠르’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을 만들 때, 두루 뭉실 묶어서, 그리고 결코 서로 함부로 비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비교해서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나라 젊은 남자무용수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인간신체로 자신들의 사상과 철학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무용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며 자신의 신체를 연마하고 있다.

사과를 감자에 오렌지를 양파에 비교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무용의 병역특례를 ‘체육과 마찬가지로’, 국제대회 입상자에게만 주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무용예술 이라는 것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

최소한 무용분야에서 만큼은 기존의 국내대회 병역혜택을 살려두고, 개인들이 참여한 국제대회의 입상자들에게도 나라의 고마운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 정책이고, 국가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