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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ew Discourse 우수작가 선정> 김아라 개인전

  • 조회수 1,819
  • 작성자 김*라
  • 등록일 2012.07.04
홈페이지.www.arakim.kr


2012.7.10 ~ 2012.7.16

opening
7.10. 6:00pm

개관:평일 오전10시-오후7시 / 일요일.오후2시-오후7시


사이아트갤러리_CyArt Gallery
주소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63-1
전화번호 02.3141.8842
http://www.cyartgallery.com


*피부의 촉각적 감각 위에 얹혀진 시각의 경계 바라보기


작가 김아라는‘Thin Layer’라는 주제의 지난 개인전에서 자신의 망막에 투영된 풍경의 느낌을 오브제적 단위체 형식의 캔버스들 위에 펼쳐놓았는데, 이때 캔버스의 배열 순서를 섞어 놓음으로써 인간의 순차적이고 선형적인 시각적 경험 방식에 의해 구성되기 쉬운 허구적 환영과 환상을 깨뜨리는 작업을 수행한바 있다.
그는 시각의 한계점이라 할 소실점의 영역에 드러나는 수평선 혹은 지평선의 모습들을 일관되게 드러내면서도 불연속적이고 돌출적 장면들이 혼재하게 함으로써 여행하는 과정에서 시간적 진행과정에 수반되는 네러티브적 요소를 제거하고 각 경험의 순간, 즉 시간의 최소 단위인 찰나적 상황에서의 순수한 시각적 느낌과 공간에 대한 시각정보들을 정사각형의 작은 캔버스에 담아냈다. 시각의 얇은 막으로 뒤덮인 5cm두께의 캔버스는 작가가 경험했던 순간순간마다의 시각장을 담아내는 하나의 기제였지만 동시에 작가가 자신의 시각적 인식과 경험을 수용하고 이를 저장하는 방식에 대해 보여주는 오브제로서의 캔버스를 제시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얇은 막이 담긴 물질화된 오브제는 다시 시각적 인식이라는 지각작용을 어떻게 물질화하여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의 ‘Naked Layer’라는 주제는 역시 이전 전시에서 연장된 개념의 전시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Layer’는 이전의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시각적 경험을 매개하는 얇은 막에 투영된 이미지와 그 궤적이 아니라 얇은 막 그 자체이다.
이전 전시에서 박스형 캔버스를 감쌌었던 레이어는 이제 얇은 비닐 랩(wrap)처럼 드러나 있고 어느 부분에서인가 떨어져 나가거나 벗겨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얇은 막은 인체의 피부나 피복이 벗겨진 것인 것을 암시하는 것인지 대상을 보는 프레임에 감춰져 있던 막이 벗겨져 내린 것을 암시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비닐 랩이 찢겨지거나 어떤 막이 벗겨져 내리고 그 실체가 드러난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일종의 인터페이스들 간의 극적인 대비, 즉 촉각적 인식의 경계인 인체 피부 위에 드리워진 시각적 인식의 경계인 망막과 같은 얇은 막이 시각프레임에서 벗어나 레이어가 한 꺼풀 벗겨져 내린 듯한 화면은 육안(naked eye)의 실상과 위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일는지 모른다.

작가는 인간에게 있어 인식의 촉각적 경계인 아무것도 덮여있지 않은 벗겨진 몸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지만 오히려 작가는 시각프레임 위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하나의 막처럼 존재하여 인식하지 못하던 시각적 경계를 물질화하여 벗겨내 버리고, 이것을 피부 위에 내려놓음으로써 그 자체가 시각 수용기관이라는 한계 때문에 피부처럼 물질적 대상으로 고찰할 수 없었던 시각적 인식의 얇은 막을 회화적 공간 위에 생생하게 드러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에서 시각적 인식의 매개체라 할 수 있는 인체의 망막처럼 어떠한 레이어와 같은 구조가 세계와 자신 사이에서 개입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한편 캔버스와 같은 물질화된 레이어 구조를 통해 작가 자신이 타자와 소통하고 있음을 자각하면서 바로 이 레이어 구조 자체에 대한 탐험을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김아라 작가가 표현해낸 화면을 자세히 보면 이 이미지의 막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려놓은 듯한 에폭시 덩어리가 보이기도 하고 붉은 물감이 흘러내리거나 묻어있는 듯한 느낌의 흔적 남아있기도 한데 이것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덧칠한 것이 아니라 그려진 화면과는 상관없이 그 화면이 하나의 평면적 레이어임을 확인시키고자 하는 특별한 장치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벗겨져 내린 시각적 레이어 자체를 하나의 물질처럼 그려내고자 하는 순간 다시 보는 이에게는 또 다른 레이어가 개입할 수 밖에 없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인식 범위나 인식 영역이라는 것은 늘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특별히 시각적 인식이라는 것은 인간이 3차원적 구조 안에 살고 있음에도 언제나 망막이라는 2차원의 평면적 구조 안으로 수렴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시각적 인식의 경계를 다시 시각의 장안으로 불러들인다는 것 자체는 모순적인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그려낸 몸은 자신의 신체 일부분들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광각이나 접사방식의 카메라의 시각으로 찍어낸 것이고 이것을 카메라와 같은 위치의 타자적 시선의 지평 위에서 그려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진적 작업 과정에서 자기 자신 혹은 자기 경험의 영역을 타자화하여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자신의 시각적 인식의 경계(boundary)에 있어서 그 껍질을 벗겨내고 비닐 랩(wrap)과 같은 형상을 통해 물질화 하며 이를 벗겨진 몸에 빗대어 보여줌으로써 화면의 시각 레이어가 물질화된 레이어를 바라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는 평소 인식하지 못하고 간과해왔던 육안(naked eye)의 실체를 드러내 보여 주어 상호가 중층화된 이중 상징의 구조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