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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 문훈숙의 브런치 발레

  • 조회수 1,486
  • 작성자 송*건
  • 등록일 2008.02.16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유니버설발레단 - 문훈숙의 브런치 발레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유니버설발레단 - 문훈숙의 브런치 발레 >

브런치는 늦은 아침 겸 점심으로 가볍게 먹는 식사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15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의 브런치 발레' 공연은 완벽한 코스 요리의 성대한 만찬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오전 11시 브런치 시간대에 객석을 가득 채우며 모인 주로 주부층 관객들은, 문훈숙의 겸손하고도 차분한 해설 속에서 상상력이 넘쳐흐르는 고급 현대예술 작품들을 마음껏 감동하며 박수치고 있었다.

다시 식사로 비유한다면, 단순히 한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크와 해산물 요리. 싱싱한 야채와 과일주스. 그리고 원하는 사람에게는(3번째 작품에는 원하는 사람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가서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과 짝을 이루어 무용을 해야 했다) 와인까지 한 잔 곁들이게 하는 성공하는 공연이었다.

첫 번째 작품인 유니버설발레단 II 단원들의 < 밤부, 밤부 >는 무대에 오른 유니버설발레단 II 단원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아도 좋은 무용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지 아직 세계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참신하고 상쾌한 창의적 안무가 아쉬웠다. 예를 들면, 작품 중반에 무용수들을 1열로 세워서 물결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진부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안무의 입체감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움직임이나 이미지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움직임이나 이미지를 먼저 만들어 놓고 스토리를 갖다 붙혔다는 느낌도 든다. 어쨌든 '안무'는 천재적인 재능을 요구하는 쉽지 않은 예술창조 작업이다.

두 번째 작품인 스페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가 안무한 < 두엔데 >하이라이트는 클래식발레 테크닉을 기본골격으로 사용하면서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창의적인 움직임을 경이롭게 만들어 나갔다. 작품의 섬세한 터치도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남자의 스포팅 속에 여자가 허공을 거의 180도 회전하는 동안에도 다리를 파르르 떨어주는 동작 등이다.

무대 공간 자체를 한 순간이라도 허술하게 두지 않는 매혹적인 움직임과 이미지로 가득하던 이 작품은, 피날레 장면에서 군집한 무용수들이 여자를 함께 리프팅하여 다리를 활짝 벌리게 하며 마무리하는 것도 세련되면서도 깜찍스러운 느낌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안무한 < 마이너스 7 >도 두 번째 작품 '두엔데'처럼 평자가 벌써 3~4번째 보는 작품이었는데도, 새로운 감동을 마음껏 던지면서, 상투적인 느낌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바로 이런 경우의 작품들이 클래식발레, 모던발레 장르를 초월하여 '레퍼토리화' 될 것이다).

일상복 차림의 20여명의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의 크고 격렬한 움직임이 거친 듯 하면서도 세련되게 이루어진 다음, 무대 위에 반원형으로 펼쳐져서 이루던 의자를 소도구로 사용하던 움직임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섬세했다.

자신들의 정장 의상을 구두까지 벗어내면서 이루어내던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의 움직임에서 이들이 세계적으로 표현력 있는 무용수가 되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하던 이 작품은 자유로운듯 하면서도 무게 있는 예술성을 묵직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객석에서 자의 1/5, 타의 4/5 정도로 이끌려 올라간 주로 아주머니 관객들이 짓궂은 외국인 무용수들의 유머러스한 움직임과 함께 활기차고 신선한 무대를 만들며 마무리되고 있던 이 작품은 작품 속에 '생명력'이 넘쳐흐르고 있었고, 그 '생명력'이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되어 모두를 깊은 예술성과 감동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었다.

이번 브런치 발레 공연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무게 있는 작품들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를 통해 이런 작품들에 생소했던 많은 관객들을 새로운 무용관객으로 창출하여 끌어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브런치 발레라고 해서 약간은 소홀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던 평자를 깊게 반성하며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던 공연이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