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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바뇰레 국제안무서울페스티발

  • 조회수 1,236
  • 작성자 송*건
  • 등록일 2008.02.16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2007 바뇰레 국제안무서울페스티발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2007 바뇰레 국제안무서울페스티발 >

한국 현대무용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인 육완순이 주최해오고 있는 '바뇰레 국제안무서울페스티발'은 우리 무용계의 정말 소중한 행사 중 하나가 된다. 이 행사는 세계적인 안무가 대회가 되는 프랑스 파리 바뇰레 국제안무대회의 예선을 겸하는 행사로서, 프랑스 책임자가 직접 한국에 와서 공연을 보고, 출전 여부를 가늠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평자는 바뇰레의 힘을 안다. 2003년 프랑스 파리 바뇰레 대회를 직접 가서, 약 1주일 이상 10여개 이상의 세계 각국의 안무가들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왔기 때문이다. 세계 현대무용의 흐름과 경향을 한 눈에 파악하게 해주고 있던 파리 본선은 이지적이고 지성적인 무용수의 신체 움직임과 이미지로 무용예술이 얼마나 창의력이 높으며 심각하고 표현력이 강한 예술인지 마음껏 표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한국 예선(2007 바뇰레 국제안무서울페스티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출연자 모두의 열기는 가득했는데, 1~2개의 그나마 조그마한 가능성을 보이는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예술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일부 작품은 아직도 겉멋만 들어 상투적이며 진부한 움직임을 나열하고만 있어서, 도대체 왜 우리는 자신 있게 추천받아 세계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작품을 만들지 못할까 하는 안타까움 속에 있어야 했다(결국은 창의력(creativity)부재의 문제가 될 것이다).

모두 6명이 나와 11월 16일과 18일 이틀 동안 3명씩 공연을 했던 이번 공연의 첫날(11월 16일) 첫 번째 작품은 박영준의 < 꿈꾸는 몸 >이었다. 무대 후방에 영상이 오르며 작품이 시작되었는데,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지 못한 영상은 보이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계속해서 4명이 함께 이루던 동작도 유연하지 못하게 보였으며, 작품 후반에 일본 가요가 흐르는 것도 생경하기만 했다. 객석에 온 일본 기획자를 의식한 것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은 것이 나을 것이다. 이 날 공연에서 약간 정제되지 않은 움직임과 거친 동작을 보이던 이 작품의 안무자 박영준은 평소 대단히 섬세한 안무를 이루던 사람이다. '경연'이라는 압박감이 너무 컸던 것 같은 작품이었다.

이날 두 번째 작품 윤푸름의 < 조용한 전쟁 >은 작품의 강한 흡인력은 아직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특이한 움직임의 표현을 이루고 있었다. 느린 변화를 이루는 움직임들이 그런대로 잘 계산되어 정돈되고 있었으며, 특히 안무가는 무대 전체를 큰 흐름으로 잘 읽어내고 있었다.

무용수들의 등퇴장도 교묘하게 이루어내어, 6명의 무용수들이 대규모 무용단의 느낌을 만들기도 했고, 조명도 제대로 활용할 줄 알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진행이 인상적이었던 이 작품은 작품에 특이한 메시지를 담아나가던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었다. 단지 작품 전체에 더욱 강한 예술적 뉘앙스를 담아내야 한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등의 독백 등이 들리며 시작되던 김남진의 < 햄릿 >은 파리채를 들고 모기를 잡으려고 객석까지 뛰어드는 동작 등은 안무가의 의도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너무 거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품 전체의 흐름도 좀 더 정제 시켰으면 한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5명이 무대 바닥에 몸을 붙이고 이루던 기민한 움직임이 인상적이기만 하던 이 작품의 안무가는 우리나라 현대무용 무용수 중에서 유럽의 최고 무용단에서 최고의 기량으로 주역 무용을 이룬 경력이 있는 무용수다. 그가 한때 풍미하던 최고로 정련된 움직임과 안무를 다시 한 번 한국무대에서 살려냈으면 한다.

두 번 째날(11월 18일) 첫 번째 작품은 김성한의 < Scan - The Empty >였는데, 작품의 분위기는 선명했지만, 뭔가 경직되어 '표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전자 기타의 실황연주가 '상징'이 되지 않은 상태로 이루어지고 있던 김판선의 < 크러쉬 >도 작품 전체가 유연하지 못한 느낌이 있었다.

남자 5명이 등을 뒤로 한 채로 별 설득력 없이 누드 모습을 보이기도 하던 정연수의 < The way of air >도 일반적인 이미지와 움직임을 나열하는 모습이 너무 자주 노출되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정연수도 우리나라 최고의 현대무용수 중 한명이다. 그가 더욱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