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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현대 춤 작가 12인전

  • 조회수 1,750
  • 작성자 송*건
  • 등록일 2008.05.15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2008 현대 춤 작가 12인전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2008 현대 춤 작가 12인전 >

현재 우리나라 무용계의 가장 큰 현안은 창의적 안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 먹은 기성세대들은 안무의 실력이 떨어지고, 중견 무용가들은 예술적 힘이 없고, 신진세력들은 배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무용예술의 심오한 의미와 무한한 예술적 가능성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던, ‘2008 현대 춤 작가 12인전’이 모두 12명이 출연해, 지난 4월 8일부터 1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있었다.

그런데 참가 작품 대부분들이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이미지 자체로 승부를 걸지 못하고, 공연진행 자체를 잡다한 영상이나 소도구, 음악 혹은 연극적 처리에 맡겨, 적당한 분위기나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창의적 이미지나 움직임 혹은 공간 창출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4월 9일 첫 번째 작품인 조정희의 < A brief story, Flower >는 어둠 속에서 뒤뚱거리며 일어나는듯하다가 다시 쓰러져 눕는다. 꽃을 한 송이 뽑아들고, 애절한 음향 속에 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쁜 자태가 인상적이었지만 좀 더 치열하게 무용적으로 작품을 추구해 나가야한다.

무용과 마임의 차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계속 생각나게 하고 있던 류석훈의 < 불편한 자세 >는 옆으로 드러누운 자세도 보이고, 제 자리에 제법 오래 서 있기도 하고, 뒷걸음질 쳐보기도 하는데, 무용은 단순하게 움직임을 나열하는 것 이상이 되어야한다.

무대 좌측에서 넓은 장삼 같은 것을 두른 의상을 입은 여인이 걸어 들어오고 있던 장현수의 < 피노키오에게... >는 부드러운 음악 속에서 슬로모션으로 우아한 듯이 움직이기도 했는데, 음악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너무 쉬운 패턴의 작품 전개를 보이고 있었다.

무대 우측에 걸려 허공을 덜렁거리고 있던 제법 무게가 나갈 것 같은 추가 무용수의 머리를 맞출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던 김남식의 < 기다리지 않는다 >는 긴 의자를 소도구로 사용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기도 했는데, 작품의 메시지가 객석에 전혀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다.

4월 11일에 본 첫 작품은 윤미라의 < 달빛에 찔리다 >였는데, 윤미라가 여신 같이 두 팔을 들고 움직이기도 하고, 드러누워서 몸을 뒹굴기도 하면서 국적불명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음악에 반응하며 적당히 움직이고 있던 이 작품은 마무리도 하늘에서 붉은 공들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며 끝나고 있었는데, 무용은 음악의 백댄스 역할 밖에 하는 것이 없었다.

객석 뒤에서 박호빈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걸어 들어오던 박호빈의 < Toast >는 “빙하가 녹는다.”, “쿄토의정서라는 것을 들어 보았는가”, “일본에 가보았는가”, “키스해 본적이 있는가”등의 질문을 객석 관객들에게 직접 던지기도 하는데, 스스로의 질문도 더듬기도 해서 정말 썰렁한 분위기가 된다.

남녀 2명이 무대 위에서 흐느적거리기도 하고, 다시 마이크를 잡고 태안 기름사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4명이 토스트구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기도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 도대체 무용예술의 기본이나 자긍심 같은 것은 전혀 없는 싸구려 연극이었다.

어둠 속에서 종소리 같은 것이 들리고 제자리에 무릎을 꿇어앉기도 하던 김은희의 < 못 >은 갑자기 제자리에서서 목을 뒤로 젖혀서 서 있기도 하고, 물구나무로 한 바퀴 돌기도 하는데, 객석에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해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했다.

무용수 한 명이 무대 우측에서 대각선으로 걸으며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던 문영철의 < Passions >는 잘 훈련된 3명의 젊은 남자 무용수들의 움직임들이 인상적이었다. 나비 장식이 무대에 걸리고 문영철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한 점프를 이루기도 하던 이 작품도 좀 더 명쾌한 메시지가 작품에 담겼으면 한다.

4월 13일 첫 번째 작품인 전홍조의 < 파발로티 Forever >는 티베트 어린이들과 서양 청소년들이 함께 노래하는 영상이 나타난다. 남자 무용수가 가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움직임을 이룬다. 다시 흰 원피스의 전홍조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회전 움직임 등을 이루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 것 같은데 작품에 담아내지를 못하고 있다.

무대 바닥에 붉은 사각형 같은 것을 만들던 박은화의 < 몸, 부림 >은 갑자기 권투의 새도우 복싱 같은 폼을 잡고 몸을 좌우로 건들거리기도 한다. 머리를 산발하고 두 손을 깐작거리기도 한다. 기 수련하는 모습 같은 것도 보이고, 긴 막대기를 휘휘 돌려 보기도 하던 이 작품은 마치 단전호흡 동작을 무대에 나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7개의 사각 판들이 무대 위에 세워져 있던 한상근의 < 비가 >는 한상근이 긴장된 움직임을 집중하여 이루어 무대 위는 강한 에너지가 충만하다. 5명의 군무가 절규하는 듯한 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이 작품에서 한상근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려 하고 있었다.

깨끗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이루어 나가던 김명회의 < BLACK >은 군무의 느낌은 선명했는데, 독무의 느낌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었다. 좀 더 표현력 있는 작품으로 다듬어 나갔으면 한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