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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실패한 그러나 위대한 혁명이야기 2017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줄리어스 시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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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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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그러나 위대한 혁명이야기2017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줄리어스 시저] 리뷰



글/이재훈 기자(뉴시스, 공연칼럼니스트)



실패한 그러나 위대한 혁명이야기2017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줄리어스 시저] 리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는 실패한 혁명이야기다. 동시에 위대할 수 있었으나 그르친 사랑이야기다. 브루투스가 양부 시저에게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힐난을 받으면서까지 그에게 칼을 들이민 건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17회를 맞은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 개막작인 루마니아 극단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의 '줄리어스 시저'(9월 15일~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이 사랑의 정서에 대해 파고들었다. 루마니아의 거장 연출가 실비우 푸카레트는 가혹한 정치 드라마에서 감정의 결을 톺아봤다.

대표적인 장면은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가 목소리를 높이는 각각의 연설. 스스로 선(善)이라 여기는 공화제를 위해 절대군주의 길로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던 시저를 죽인 브루투스.

그는 자신의 로마에 대한 사랑을 역설하며 군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이성에 호소한 정치공학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시저의 죽음 뒤 카타르시스를 폭발시키기를 원했던 군중의 무의식적인 욕망이 배출된 결과였다.

백미는 안토니우스의 연설이다. 이상가(Idealist)인 브루투스는 시저의 수족이었던 그에게 군중 앞에서 고인을 추모할 기회를 준다. 브루투스의 아량은 그의 장송곡 서주(序奏)가 돼 돌아온다.

"시저는 가난한 사람들이 울면 따라 울었다. 나는 그에게 왕관을 세 번이나 바쳤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것이 야심가의 태도인가."

안토니우스가 피범벅이 된 시저의 시체를 보여주며 열변을 토하자 군중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로마를 향한 브루투스의 열렬한 마음보다 시저를 사랑한 안토니우스의 뜨거운 마음이 결국 승리했다.



실패한 그러나 위대한 혁명이야기2017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줄리어스 시저] 리뷰’


푸카레트 연출은 안토니우스의 연설 장면에서 끊임없이 비를 뿌린다. 안토니우스는 비인지 눈물인지 침인지 모를 물로 범벅이 된 채 격정적으로 말들을 쏟아낸다. 동시에 시저의 피는 씻겨 내려간다. 동시에 시저의 죄와 함께 그에 대해 군중이 품은 적개심도 씻겨 내려간다.

'줄리어스 시저'에는 감정적으로 이처럼 우아하게 눈여겨봐야 할 장면들이 가득하다. 거대하지는 않지만, 상황을 압축하는 아이디어와 은유는 고전을 현대극으로 탈바꿈시킨다.

백미는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를 비롯해 시저를 죽인 이들이 거의 헐벗은 채 좁은 테이블 위에서 저희들에게 악다구니를 쓰는 장면. 고대 로마나 2017년 한국의 정치판 민낯의 축약판이었다. 드론이 그들 위를 유유히 날며 지켜보고 있었다. 군중의 환호는 점쟁이가 든 마이크 하나로 수렴됐다 울려 퍼진다. 고전에서 현재에도 통용되는 정치·사랑·감정을 뽑아낸 현대극이었다.



실패한 그러나 위대한 혁명이야기2017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줄리어스 시저] 리뷰’


한편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기를 끈 캐릭터는 시저의 곁을 지키는 개(Dog)였다. 시저 역을 맡은 졸트 보그단의 실제 반려견 '엔젤'이다.

길이 120㎝, 키 98㎝, 무게 40㎏의 다소 큰 체구인 엔젤은 다소 밋밋할 수 있었던 회화적인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1막 공연 중반까지 주어진 연기와 동선을 소화하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엔젤은 루프트한자 항공기의 동물화물칸을 타고 내한했다. 비행기 푯값을 포함한 개 운송비용은 4500 USD(약 500만원)이다. 항공운임, 경유지 체류비, 터미널 핸들링, 검역, 수출 통관, 서류 발급 등은 한국 내 동물병원 및 운송 업체가 대행한다.

입국해서도 개와 관련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한국 호텔은 법으로 반려견 동반이 금지돼 있다. '2017 스파프' 주최 기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동물이 투숙할 수 있는 호텔이 하나 있긴 하나, 매우 작은 소형견만 됐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숙박 공유 플랫폼을 통해 창덕궁 인근에 동물이 투숙가능하며 극장과 가까운 원룸을 구했다. 보그단과 개가 이곳에 함께 투숙했다.

엔젤리 원래 먹는 사료 브랜드는 한국에서 구할 수가 없어 비슷한 사료를 찾았다. 보그단이 숙소와 극장 간 차량을 사양, 개막 전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로니에 공원을 비롯해 대학로 주변을 산책하며 다녔다. 덕분에 극장 밖에서도 시민의 관심을 몰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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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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