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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Counci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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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12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_공통프로그램

  • 조회수 4943
  • 등록일 2012.10.20
첨부파일
2012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_공통프로그램
<공감기행Ⅱ_한국의 문화원형을 찾아서 : 정선아리랑과 아우라지 자연기행>

정선아리랑과 아우라지 자연기행 사진1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게 하는 완연한 가을날입니다. 지난 7월 한국의 문화원형을 찾아 밀양으로 떠났던 때의 작열하는 태양빛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법 쌀쌀한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10월 19일 금요일 오전 9시 사당역 공영주차장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듭니다. 공연예술인큐베이션프로그램을 통해 한 식구처럼 가까워진 차세대 예술가들입니다. 지난 여름 때와 같은 익숙한 모습으로 반갑게 인사를 한 후 버스에 올라탑니다. 이번에는 정선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아리랑, 충절을 지키던 선비들의 비통한 심정을 담아 부르던 시가 애절함을 더해 정선의 소리가 되었다는 정선아리랑의 고장, 정선으로 출발합니다.

네 시간 남짓 달려 태백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림과 동시에 서울과는 다른 청량한 공기와 맑은 햇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야 기행이 시작되었음을 실감 합니다. 태백역전에서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한강의 발원지 창죽마을 검룡소로 이동했습니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로 1억 오천만년 전 백악기에 형성된 석회암동굴 소(沼)로서 하루 2000여 톤 가량의 지하수가 용출되고 갈수기에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온은 사계절 내내 9도 정도를 유지하며 암반 주변 푸른 물이끼는 신비함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선아리랑과 아우라지 자연기행 사진2

이곳 검룡소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서울을 비롯한 5개 시.도를 지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김포를 지나 서해로 흘러갑니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 소(沼)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친 흔적이 지금의 폭포가 되었다고 합니다.

검룡소에 올라가면 한강의 발원지가 잘 나오도록 준비된 포토존이 있습니다. 야트막한 숲길을 올라오며 검룡소의 기를 받아서인지 지친기색 없이 생기가 넘치는 차세대예술가들의 모습입니다.

검룡소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정선군 임계면으로 이동합니다. 어느덧 겨울이 가까워오는지 벌써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 산골마을의 저녁은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모두 같이 둘러앉아 맛있는 닭갈비와 생선조림을 먹으면서 이번 기행의 취지를 이야기하며 각자 마음을 다잡습니다. 모두의 건강과 정신이 안녕한 기행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둘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정선의 아침기온에 정신이 바짝 듭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높고 푸른 가을하늘에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지만 찬 기운이 온몸에 파고듭니다. 겹겹이 챙겨 입고 든든한 강원도식 백반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알록달록 절정에 이른 단풍이며 조용히 강 흐르는 소리, 자박자박 밟히는 낙엽소리가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마음의 여유로 다가옵니다. 총 24km정도 걸어야 하는 일정인데, 웃음기 끊이지 않고 잘 걸어준 참가자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들의 활기를 북돋아준 아름다운 경관과 날씨에게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걷기 시작한지 두시간정도 지났을 즈음 구미정에 도착했습니다. 구미정은 남한강 상류인 골지천가 넓은 암석 위에 세워진 정자로, 조선 숙종 때 이자(李慈)가 이 지역에 은거하면서 피서와 풍류를 즐기기 위하여 건립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정자를 중심으로 주위의 경치가 아홉 가지 특색이 있다고 하여 구미정 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더하고 있습니다.

정선아리랑과 아우라지 자연기행 사진3

구미정 주변의 경관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워서 쉼 없이 꼬박 걸은 피로도 잊은 채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입니다. 다만, 그 아름다움과 유명세 덕에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의 취사와 음주, 그리고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가 묻어있는 명소의 모습을 후손에게도 보여주기 위한 관리와 의식은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 이미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 아찔한 절벽 끝에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고 계셨던 어르신들이 부디 무사하게 귀가하셨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경관에 취해 꼬박 하루를 걸었습니다. 총 24km정도를 걸은 듯 한데 각자 시골길을 걷는 나름의 재미를 찾아 지친 기색 없이 잘 따라와 주는 차세대예술가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정선아리랑 전수관에서 선아리랑 전수조교 홍동주선생님의 강의 사진

두번째 숙소인 정선아리랑 전수관에서 선아리랑 전수조교 홍동주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아우라지 지역에 관한 전설과 정선아리랑의 유래에 대해서 재미나게 설명해주신 덕분에 하루 종일 걸은 피곤도 잊은 채 모두가 즐겁게 강의를 들었습니다.

셋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강원도의 아침기온에 든든하게 갖춰 입고 아리랑전수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아우라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우라지역에서는 매일 아침 10시 25분에 정선까지 운행하는 통근열차가 있습니다. 20여분가량의 짧은 기차여행이지만 정겨운 기차소리를 들으며 각자의 추억을 더듬어봅니다.

정선역에서 내려 걷기를 시작합니다. 전날보다 더 경이롭고 아름다운 경관의 연속입니다. 동강을 따라 걷는데 고요함 속에 잔잔히 물 흐르는 소리며 새 소리를 들으니 에너지는 솟아나고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는듯합니다. 쉬어가는 길에 진행팀이 공수해준 아이스크림도 나누어 먹고 군데군데 자리 잡은 돌탑에 자갈 하나씩 얹으며 소원을 빌어보기도 합니다.

인적이 드문 길이고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개구리나 뱀과 같은 파충류의 시체를 종종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소스라치게 놀라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용히 지나쳐가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자연이 주는 마음의 평온은 실로 대단하다고 웃고 떠들면서요. 흙먼지 뽀얗게 쌓인 길가에 엉덩이 깔고 앉아 쉬어가기도 하고요. 종종 벤치나 정자가 보이면 운동화를 벗고 누워 스트레칭도 하고 다리를 주물러줍니다. 기분이 들떠 피곤함을 잊지만 자주자주 쉬어주고 몸을 풀어줘야 꼬박 걷는 피로를 덜 수 있겠지요.

강가의 바위에 앉아 직접 시골장에 나가 공수해온 강원도 토속음식들을 나누어 먹습니다. 맨바닥에 노식이어도 마냥 좋습니다.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오는 것인지 이제는 겨울이 다가오는 탓인지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덧 해가 앞산 끝자락에 걸려 반쯤은 가려지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걸어 최종 목표지점까지 완주했습니다. 큰 사고 없이 일정을 소화해준 완주자에게는 시원한 맥주 한 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딱 그 순간 그보다 더 값진 보상은 없었을 겁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무언가를 해내었다는 성취감과 갈증을 달래주는 시원한 맥주! 육체의 피로가 싹 가시는 순간입니다.

어느덧 일정 마지막 날 입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정선 5일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가 자유롭게 필요한 물건도 구입하며 시골장 이곳저곳을 구경합니다.

귀에 익은 정겨운 아리랑 가락이 들려와 소리를 따라가니 이미 사람들이 모여 다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시장의 넓은 공터에 정선아리랑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정선아리랑 전수관에서 홍동주 전수조교선생님께 배운 엮음아리랑이었습니다. 어려서 시집와 고된 시집살이와 그런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에 대한 원망의 내용이지만 흥겨운 리듬과 유머러스한 노랫말에 어쩐지 듣기만 해도 몸이 들썩이는 아리랑입니다.

시장 곳곳에서 군것질도 하고 상인들과 흥정하여 좋은 물건을 값싸게 구매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여전히 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맛있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정선아리랑과 아우라지 자연기행 사진4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빗줄기가 거세져 찬바람까지 불어와 모두들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시장에서 군것질을 많이 해 주문한 음식들이 많이 남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모두들 말 한마디 없이 너무나 맛있게 먹습니다.

우리의 점심메뉴는 강원도의 토속음식 곤드레밥 이었는데 별 다른 양념 없이 곤드레 나물과 함께 지은 밥에 들기름과 간장으로 비벼 먹는 것입니다. 고소하고 향긋한데다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한 맛에 소화도 잘 되는 건강식입니다. 큰 대접을 모두 한 그릇씩 비우고 서울로 돌아가면 또 다시 이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아쉬워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곯아떨어진 이도 있고, 각자 준비하는 작품에 대해서 또 헤어짐의 아쉬움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짧지만 길었던 3박 4일의 일정 동안 빠르게 돌아가는 서울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오롯이 자신의 두 다리로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동안 복잡했던 머릿속이 개운해지고 고민거리도 조금은 해소 된 듯합니다. 단지 며칠 시골에 내려와 걷었을 뿐인데 참 많은 것이 정리되었습니다. 호화로운 잠자리가 아니어도 비싸고 좋은 음식이 아니어도 이렇게 많은 위로와 평안을 얻는데, 그동안 우리는 잠시 주변을 돌아볼 작은 여유조차 잊은 채 앞만 보고 달려왔었나 봅니다.

나흘 전 처음 모였던 사당역 공영주차장에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끝으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미래의 예술계를 이끌어갈 차세대예술가들이 비바람 맞아도 좀처럼 시들거나 꺽이는 일 없이 돌 틈 사이의 한 줌 모래 속에서도 눈부시게 피어나는 가을 들꽃같이 언제까지나 사진 속 밝은 모습으로 활동해주길 기원합니다.


자료담당자[기준일(2012.10.20)] :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박성은 02-760-4663
게시기간 : 12.10.20 ~

담당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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