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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_두 언어, 두 풍경

  • 조회수 5256
  • 등록일 201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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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_두 언어, 두 풍경
대학로 예술가의집 ‘2012 예술인 토크 프로그램 :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6월 25일 「눈 앞에 없는 사람」의 심보선 작가 초대
예술인 토크 프로그램은 자기의 인생을 어떤 시간으로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사실, 순간적이고 충동적인, 자신을 뽐내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SNS 등 최근 의사소통의 장에서는 인생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이 프로그램에 더욱 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
강연장모습
주제는 ‘두 언어, 두 풍경’으로, 말 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변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세상이 만들어 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언어는 진리의 집’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엇이든 말 안에서, 말을 통해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를 통해 말하고 듣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러한 말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유명한 책에서도 이야기 하듯 말이 사람을 얼마나 변하게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선보여진 조주현, 양말복 두 연극 배우의 낭독공연 주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 한마디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 지로드의 아폴로>라는 작품을 아무런 장비 없이 마이크만 들고 무대에 선 두 배우는1인 다역으로 연기하는데도 전혀 거부감 없이 실감나고 인상 깊었습니다.
이어 진행된 철학자 김용규 님의 철학강연에서 앞선 낭독공연을 되짚으며 이어나갔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생각, 마음, 행동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고 자신감을 주며 결국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지상의 언어’와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천상의 언어’ 이야기가 시작되고 천상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2인칭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관계의 인칭이라고 불리는 2인칭 ‘너’라는 말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느끼게 하고 동시에 서로의 관계를 이어주는 상호주관적 매듭인 것입니다.
이 날의 초대작가인 심보선 시인의 <‘나’ 라는 말>이란 시에서도 그런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생략.......
나는 압니다. 당신이 없다면,
나는 ‘나’를 말할 때마다
무(無)로 향하는 컴컴한 돌계단을 한 칸씩 밟아 내려가겠지요.
하지만 오늘 당신은 내게 미소를 지으며
‘너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지평선이나 고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나는 압니다. 나는 오늘 밤,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물인 양
‘너는 말이야’ ‘너는 말이야’를 수없이 되뇌며
죽음보다도 평화로운 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 것입니다.
 

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2인칭을 사용한 대화는 서로간의 사랑이나 안아줌과 동시에 안기는 포옹처럼 서로가 동시에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그 대화가 진정한 대화가 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심보선 시인
하지만 아무리 2인칭 언어를 쓰더라도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너’라는 말이 상대방의 존재를 더 빛나게 하고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강연이 끝나고 심보선 시인이 무대로 나와 김용규 철학자와의 대담이 이어졌습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히 고르려 하는 마음이 그대로 눈에 보일 정도로 천천히 곱씹는 말투가 ‘시인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상의 언어 혹은 사랑의 언어에 연결되는 그의 시어는 ‘물의 언어’, ‘물방울의 언어’였습니다. 단어나 문장을 보는 것만으로 매혹되는 물의 언어는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심보선 시인이 예로 들었던 시어들, 예를 들면 ‘영혼’이라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같은 말들이 그것입니다. 사랑은 고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행복으로 가게 하는 것이라든지, 고백을 할 때 온갖 말들이 내 마음 속에 들끓는 고통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사랑해’라는 말이 나온다든지 하는 것들이 다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보선 시인과 대화
언어가 세상을 만듭니다. 그리고 시인은 말이라는 것을 재료로 해서 시를 만들고 세상에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고 세상의 창조자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작가들과 함께하는 토크프로그램을 통해 불행 속에서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는 작은 구원, 아름다운 세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2 예술인 토크 프로그램은 계속 이어지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예술가의집 홈페이지(http://artisthouse.arko.or.kr)를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쓴이: 컬처메신저 박동석


자료담당자[기준일(2012.7.24)] : 정책기획부 문유미 02-760-4538
게시기간 : 12.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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