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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Arts Counci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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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12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_공통프로그램

  • 조회수 5300
  • 등록일 2012.07.23
첨부파일
2012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_공통프로그램
[공감기행_한국의 문화원형을 찾아서 : 밀양 백중놀이 탐방] 놀이와 굿, 그리고 사람

차세대 예술가들

7월 7일 토요일 오전 8시 사당역 공영주차장.
온 몸 구석구석 눈부신 햇살을 묻힌 차세대 예술가들이 모여듭니다.
<연희와 놀이, 의식이 모두 담겨있는 우리의 문화원형 찾아가기> 라는 거창한 취지를 안고 주말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 떨었습니다. 사실, 의식이니, 문화 원형이니 하는 어려운 말보다는 “소통”, 그리고 이를 통한 “공감” 이라고 해 둡시다. 나와, 내가 아닌 것들 사이에서 통하고,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자, 모두 모였으면 이제 갑시다. 잠이 덜 깬 굳은 얼굴로 어색하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우리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 줄 그 곳. 빽빽할 밀(密), 볕 양(陽). 밀양입니다.

지도

어떤 사람은 서울에서 가장 먼 지역을 부산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해남이라고도 합니다. 하시만 심리적인 거리는 밀양이 부산과 해남 못지않습니다. 해남이 전라남도의 감추어진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면, 밀양은 경상남도의 격한 사투리가 잘 간직된 곳이라고 할까.
영남루

밀양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피곤한 이들은 눈도 좀 붙이고, 벌써 어떤 이들은 말문을 텄습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가장 먼저 우리가 도착한 곳은 영남루입니다.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영남루는 조선 3대 아름다운 누각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남천강을 허리에 끼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영남루는 그저 감탄만 나올 뿐입니다. 그리고 눈을 돌리면 키 큰 아파트와 상가의 네온사인이 있죠. 이런 것이 전통과 현대의 공존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쯤이면 헛헛한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어찌되었든, 영남루는 아름답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영남루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가무(歌舞)를 즐겼다고 합니다. 밀양이 빽빽한 볕이 아니랄까봐 빈틈없이 내리꽂히는 직사광선 아래서도 영남루 기왓장 아래는 서늘한 강바람이 불어옵니다. 무더위에 지친 한 여름날 영남루 마루에 올라서면 굳이 술이 없어도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어깨춤을 추었을 듯싶습니다. 우리도 해봤습니다. 한 여름날 서늘한 강바람에 땀 식히며 들썩여 봅니다.

밀양아리랑 상설공연

5월 19일부터 8월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3시에 바로 이곳 영남루에서 밀양아리랑 상설공연이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밀양민속예술보존협회와 김금희 무용단이 주관하는 토요 상설공연에는 밀양 백중놀이 인간문화재 하용부 선생님과 풍물패, 소리패, 김금희 무용단의 전통춤 공연이 벌어집니다. 하용부선생님의 걸쭉한 입담에 맞춰 구경꾼들은 밀양아리랑을 직접 부르고 일어서 함께 춤도 춥니다. 노래를 잘 부르고 신나게 춤을 추고나면 상품으로 밀양에서 나는 쌀을 줍니다. 시원해 좋고, 즐거워 좋고, 상품도 좋고 이래저래 모두 좋습니다.
신나게 한 판 놀고 난 후 지금의 콩쥐팥쥐, 장화홍련, 춘향전의 원조 격이 되는 아랑각시의 전설과 그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아랑각도 둘러보았습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어서 그런지 오랜 시간 버스로 이동한 피곤도 싹 잊었습니다.

밀양 예술촌

우리의 숙소인 밀양 예술촌으로 이동했습니다. 과거에는 초등학교였지만 학생수가 줄고 폐교가 된 이후 예술촌이 되었습니다. 현재 하용부 선생님의 자택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3박 4일간 100% 자연식으로 먹고 벌레소리, 개구리소리 들으며 자고 웃고 떠들고 지냈습니다.

연극촌

예술촌 텃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신선한 채소로 쌈 싸서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연극촌으로 이동했습니다. 1986년 부산에서 창단되어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연희단거리패’의 모든 식구들이 동고동락하며 공연도 하는 곳입니다. 현대 연극사를 총 정리 해놓은 듯한 연극도서관을 둘러봅니다. 연극에 문외한인 사람조차도 오랜 시간 한결같은 이들의 열정과 노력에 긍지를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연극촌 마당 안내도

연극촌 마당 중앙에는 성벽극장이라고 이름 붙여진 야외무대가 있습니다. 해가 넘어가고 하늘이 어두워지면 자연스럽게 암전이 됩니다. 이날 우리가 관람한 공연은 ‘탈선 춘향전’ 이라는 퓨전 마당극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의 스토리라인은 그대로이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고 우스꽝스럽게 꼬집는 장면들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일품이었습니다.
성벽극장

폭포

폭포

둘째날 아침, 든든하게 챙겨먹고 예술촌을 나섭니다. 밀양의 또 다른 자랑인 얼음골과 호박소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밀양 8경중의 한곳이고 3대 신비중에 한 곳인 얼음골은 이상기온지대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중순부터 바위틈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해 기온이 올라갈수록 더 두껍게 얼음이 얼고, 오히려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른 일요일 아침, 졸린눈 비벼가며 앞 사람 엉덩이만 보고 얼마쯤 산을 탔을까.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얼음이 언 곳은 훼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철창을 쳐 놓았는데, 철창에 매달려 비질비질 흐르는 땀을 식히고 있노라니 기분이 묘합니다. 이내 추워질 정도인데 왠지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밀양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으뜸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데, 꼭 철창이어야 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올라왔던 길 반대편을 둘러보며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얼음골 못지않은 계곡과 크고 작은 폭포들이 서너군데쯤 더 있습니다. 이제야 잠을 포기한 보상을 받는 듯합니다.
산을 내려와 조금만 이동하면 호박소계곡이 있습니다. 수십 미터를 미끄러지듯 쏟아지는 시원한 폭포수는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절벽과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백옥빛 화강암이 오랜 세월 물줄기에 깎이고 씻겨나가 커다란 소(소)를 이루어 그 모양이 마치 절구의 호박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몇몇 용감한 이들은 계곡물에 뛰어들어 미끄럼틀같은 화강암에 누워 계곡 아래까지 내려갑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워터파크의 플라스틱 미끄럼틀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을 겁니다.
예술촌으로 돌아와 밀양백중놀이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서늘한 바람 맞으며 삼삼오오 마당에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합니다. 예술촌에서 각자의 작업을 하고있는 예술가들도 만났습니다. 서양화를 그리는 안현일씨와, 불화를 그리는 최환철씨, 특수분장 전문가 이상훈씨, 수필가 손홍익씨와 예술촌 생활은 어떤지, 밀양은 어떤 곳인지, 전통문화원형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심도깊은 이야기가 오고갑니다. 그렇게 또 밀양에서의 둘째밤을 맞았습니다.
셋째날 아침이 밝고, 모두들 가벼운 차림으로 시청앞에 서 있습니다. 이날의 일정은 각자가 밀양을 둘러보는 리서치프로그램과 저녁에 예술촌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서로의 리서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전부입니다. 3박 4일의 일정중에 유일하게 개인활동이 허락되는 시간입니다. 다들 들떠있습니다. 혼자도 좋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발걸음 내딛어지는 데로 밀양 구석구석을 둘러봅니다.

밀양 구석구석

하용부선생님과 함께 밀양 백중놀이

마지막날이 밝았습니다. 오전에 하용부선생님과 함께 밀양 백중놀이를 직접 배워보고 춰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어시간 남짓 배워서야 어깨죽지조차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밀양 백중놀이라는 것이 원래가 상놈들이 양반에게 하루 휴일을 받아 그동안의 노고를 씻어내고자 한 판 신나게 놀아주는데서 유래되었습니다. 밀양 백중놀이를 원형 그대로 보존할 전수자가 될 것이 아닌바에야 그저 흥겹게 즐기는 것이 최고입니다. 우리 몸에 최적화 되어있는 우리 가락, 저절로 박자맞춰 어깨가 흔들리고 다리가 뜁니다. 남들 눈에 우스꽝스러울 것을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공감기행의 마지막 일정인 이 순간 모두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마주보고 웃고 있습니다. 첫날 첫 대면 순간을 떠올려보면, 이렇게 편하게 웃기까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였다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단체사진

예술과 사회가 따로 분리되어 혼자만의 작업이 되어버린 듯한 오늘날, 현재 왕성한 창작의욕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또한 향후 지속적인 창작 작업을 해나갈 젊은 예술인들의 인식 속에 우리네 인문, 사회, 역사를 직접 체험을 통해 심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같이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창작을 위한 메소드(Method)를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술촌에서의 3박 4일은 벌레소리와 이슬에 젖은 풀내음까지 시나브로 정이들어 떠나는 아쉬움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이곳에 이방인 서른 남짓만이 이리저리 부산스럽게도 설치고 다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차세대 예술가들이 지루하다고 느낄 틈도 없었던, 일상으로부터 환기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곳 밀양에서, 예술촌에서, 오늘아침의 구름 모양은 어떠한지, 벽돌타일 틈새를 비집고 머리를 내민 잡초를 짓밟지 않고 돌아 걸어갈 조금의 여유를 얻어갑니다.
글쓴이 : 이동민


자료담당자[기준일(2012.7.23)] :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변서영 02-760-4665
게시기간 : 12.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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