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안태정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창덕궁 사진 정명식 사진가

봄.봄.봄. 봄이다!

꽃봉오리가 하나둘 터지고 있는 봄이다. 도심 속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들이 소복하기에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 청매화, 홍매화, 앵두나무 꽃 등으로 눈이 호강함은 물론 햇살아래 봄바람이 살랑살랑 옷깃을 스치오며 마음마저 설레게 하는 곳, 창덕궁으로 봄꽃놀이를 떠나보자.
 

창덕궁은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시대 궁궐로 1405년에 완공된 후, 많은 재앙으로 소실과 복구를 거쳐 그 기나긴 세월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우리네 곁에 있는 중요한 역사의 산물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우리 조상의 혼을 품은 창덕궁 후원을 거닐며 만끽하는 봄꽃놀이는 일상 속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일탈을 선물 받은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창덕궁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문화재청 대목수이자 사진가로 활동 중인 정명식의 작품이다. 한옥을 짓고, 한옥을 찍고, 한옥을 말하는 대목으로 십 수 년간 일해 온 그의 시선은 계절마다 그 색을 달리하며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 아름다움을 넘어 숙연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창덕궁을 나와서 걷다보면 창덕궁 옆길로 키 작은 건물들 사이에 갈색벽돌로 네모나게 쌓아진 아담한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창덕궁 옆 아담한 미술관 <인사미술공간>

신진 작가와 기획자들의 창작 연구와 제작된 작품으로 무한한 상상력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곳, 인사미술공간이다.

하늘 아래 자연 속에서 다양한 색을 입은 꽃을 구경했다면, 아담한 공간으로 들어가 예술가들의 출판물 200여점을 아카이빙한 전시 <픽션-툴: 아티스트 퍼블리싱과 능동적 아카이브>로 여행을 떠나보자.

봄꽃놀이를 벗어난 미술관 내부는 하얀색이 주를 이룬다. 마치 신성한 실험실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실로 이 전시는 큐레이터 이한범이 향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자 하는 생산적인 플랫폼의 시작점인 실험실로, 전시 중에도 콘텐츠는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출판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보려는 시도를 가지고 90년대 이후 예술가들이 픽션을 만드는 도구인 책, CD, USB, 웹사이트 등의 출판물을 조사하고 목록화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기획자로써 전시로 선보이기까지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한 시간이었다고 하니, 관람자에게는 그 발견을 경험하게 되는 재미난 놀이가 될 테다.

전시장에는 픽션이라는 관점으로 다섯 개의 섹션이 자리한다. 일층에 마련된 가이드 투어를 손에 쥐고 픽션으로의 항해를 떠나보자.

전시가 열리는 5월 5일까지 인사미술공간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토크, 강연과 워크숍으로 흥미로운 시간이 더해진다. 이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일찍 신청이 마감되어 뜨거운 반응을 짐작하게 해, 이한범 기획자의 다음 전시를 기대하게 한다.

사 업 명

-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큐레이터) 성과보고전

전 시 명

- 픽션-툴: 아티스트 퍼블리싱과 능동적 아카이브
(Tools for Fiction: Active Archive for Artist’s Publishing)

전시기간

- 2018.04.06.(금)-05.05(토)

관람시간

- 오전 11시-오후 7시(매주 일, 월 휴관)

관 람 료

- 무료

전시장소

- 인사미술공간

주 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 관

- 인사미술공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