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관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관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코로나19가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진 지도 꽤 되었지만,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미친 엄청난 영향은 아직도 남아있다.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19 전과 후를 기준으로 일상을 구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주류 업계는 불황을 겪었다. 주류 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지만, 그동안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어 상황이 그다지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편 코로나19 동안 호황을 누렸던 게임 업계는 유저가 기존의 피시(PC) 기반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후에 호황을 누린 분야도 있는데 바로 ‘공연시장’이다. 공연시장은 단지 코로나19 전의 상황으로 돌아간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최대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데이터에 따르면 대중예술을 제외한 장르에서 경우 공연 건수, 공연 회차, 티켓예매수, 티켓판매액 등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공연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 해가 마감이 된 뒤에야 그 결과치를 바라보며 흐뭇해하기만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시장을 움직인 관객들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예를 들어 공연 제작사나 기획사 입장에서 관람객 특성이나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고 공연시장을 어느정도 예측하면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관객 입장에서도 공연시장의 흐름을 알고 있다면 공연 장르 선택 등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할 것이다.
최근 들어 공연시장에서도 ‘관객’의 소비 양상이나 공연 관람 행태를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데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3년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와 『빅데이터 기반 공연 관람 행태 분석 보고서』, 그리고 필자가 직접 참여하였던 『대학로 공연유통 관객 선호조사』를 중심으로 2023년의 공연시장과 관객들의 관람 행태를 간단히 살펴보고 ‘예술의전당 티켓 예매 데이터(2019~2023)’를 통해 국내의 대표적인 공연장에서의 관객 관람 행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티켓 판매 현황 중심의
2023년 공연시장 총결산
2023년 공연시장 총결산
KOPIS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 ⓒ예술경영지원센터
KOPIS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 ⓒ예술경영지원센터
2023년 공연실적은 공연건수, 티켓예매수, 티켓판매액 모두 다른 해에 비해 가장 우수했다. 공연건수는 4분기에 가장 많았으며, 티켓 판매액은 12월, 8월, 7월 순으로 높았다. 장르별로 보면 공연건수로는 서양음악(클래식)이, 공연 회차로는 연극, 티켓 예매수는 뮤지컬이 가장 많았다. 티켓 판매액은 대중음악이 가장 높았고, 대중음악을 제외하고는 뮤지컬 장르가 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단연 서울이 가장 실적이 좋았고 그 다음으로 부산, 대구 순이었다. 가장 많은 공연이 이루어진 공연장은 소규모(100~300석 미만)였고, 티켓 예매수와 티켓 판매액은 대극장(1,000~5,000석 미만)이 가장 우수하였다.
최근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간한 『빅데이터 기반 공연관람 행태 분석 보고서』 등의 분석자료는 소비자, 즉 ’관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지역이나 연령, 장르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좀 더 깊게 살펴볼 수 있는 활동 패턴(월평균 통화, 문자, 쇼핑, 관광 등)들까지 자세하게 분석되어 있어 공연 제작사나 공연장 입장에서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빅데이터 기반 공연 관람 행태 분석 보고서1(2023) ⓒ예술경영지원센터
『빅데이터 기반 공연관람 행태 분석 보고서』는 공연 건수를 기준으로 위의 표와 같이 장르별 대표 공연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경기 중심의 공연장이 상위권임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지방 공연장 또한 선전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최근 들어 장르 간 특성화 공연장이 정착되고는 있으나 지역 문예회관 등 대다수의 공연장은 여전히 다목적 공연장임을 감안할 때 공연장 별 다양한 관객 특성이 다르게 나타남으로써 차별화 된 공연장 환경이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예술의전당 예매 데이터로 본
공연예술 관객의 소비 양상과 관람 행태
공연예술 관객의 소비 양상과 관람 행태
‘예술의전당’은 주로 클래식을 공연하기는 하지만, 공연예술 장르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공연장이다. 그동안 뮤지컬 전용 극장이나 대학로의 관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료가 있었지만 예술의전당의 관객 데이터는 접할 기회가 없었다. 마침 예술의전당에서 5년(2019~2023년)간의 예매 데이터를 최근에 오픈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다. 정확히 104만 8,575건에 해당하는 엄청난 데이터량에 놀랐다. 장르나 가격에 대한 분류 체계 등이 다소 일반적이지 않거나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조금 불편하게 구성된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앞으로 좀 더 정교한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일 것으로 기대한다.
본고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을 특정하여, 예술의전당을 이용하는 공연 관객의 성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장르 체계’는 예술의전당 기준이 아니라 필자가 개인적으로 재분류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또한 자료가 너무 방대한 관계로 2023년도 실적 위주로 서술했으며, 전체 데이터(100%) 중에서 환불 데이터(44만 7,303건, 42.7%)를 제외한 실제 데이터(60만 1,272건, 57.3%)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티켓 구매자와 실제 관람자가 다를 수 있어, 관객 성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 주시길 바란다.
① 클래식 장르 관객의
예술의전당 티켓 구매 데이터 분석
예술의전당 티켓 구매 데이터 분석
클래식과 뮤지컬은 ‘여성’의 티켓 파워가 압도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은 뮤지컬이 20~30대 여성의 티켓 파워 중심인데 비해 클래식 음악의 핵심 고객은 40~50대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클래식의 세부 장르, 아티스트 성향, 공연장 규모, 심지어 티켓 가격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40~50대 여성의 티켓 파워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변수들에 의해 20~30대와 50대 이상 관객층에서만 약간의 변화가 이루어질 뿐이다. 클래식의 경우, 공연에 따라 50대 이상의 관객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관객의 연령대가 비교적 폭넓고 균형감 있게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경우, 2023년에 연주한 4번의 공연2에서 40대보다 30대가 다소 높은 티켓 구매력을 보여주었다. 남성 관객의 구매력도 비교적 높게 나타냈다. 재미있는 것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하여 파란을 몰고 온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3이다. 일단 40대의 구매율이 평균치를 훌쩍 넘었으며 여성 관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엔 클래식 장르의 팬덤 현상이 주로 젊은 학생층에서 나타나곤 했으나 연령층의 범위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40대 여성이 클래식의 주 고객층인 이유는 ‘직업 특성’과 ‘교육 차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예술의전당은 평일 오전 11시에 진행하는 <11시 콘서트>를 2003년부터 매월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브런치 콘서트’의 경우 오전 문화생활이 가능한 40대 여성 주부 관객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4. 그 외 시간에 이루어지는 클래식 공연에서도 40대 여성 관객이 음악을 전공하는 자녀와 함께 관람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수의 현직 아티스트도 클래식 공연의 주 관람층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50대 이상으로 가보자.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시, 50대를 비롯하여 60대와 70대 이상에서도 남성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클래식을 제외한 다른 장르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왔던 마니아층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클래식 장르는 연령대별로 제법 탄탄한 구매층을 구성하고 있지만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관객 대부분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나 유명 오케스트라에는 환호를 보내지만 수많은 국내 아티스트에게는 눈길을 많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술의전당 음악당 로비에 가면 독특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에는 콘서트홀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리사이틀홀과 IBK챔버홀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대체로 공연장 세 곳 모두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앙에 위치한 콘서트홀 앞에는 수많은 관객이 모여 있는 반면, 좌우에 있는 리사이틀홀과 IBK챔버홀 앞은 썰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과 몇 미터 내지 수십 미터 사이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이 장면은 마치 전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러한 특징은 데이터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공연 건수는 리사이틀홀과 IBK챔버홀이 훨씬 많은데 비해 이 두 공연장의 티켓 구매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특히 리사이틀홀은 해외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새내기 아티스트부터 국내의 관록 있는 아티스트까지 모두가 애정을 보내는, 음악인의 사랑방과도 같은 소중한 공연장이다. 일 년 내내 쉴 틈 없이 음악을 꽃피우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유료 관객은 잘 보이지 않는다. 리사이틀홀의 공연당 평균 유료 티켓 판매액5은 51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콘서트홀의 공연당 평균 유료 티켓 판매액이 5천만 원 정도이므로 100분의 1 수준인 것이다. 티켓 단가의 차이를 아무리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미 검증받은 세계적 아티스트에게만 눈길을 주지 말고 우리 주변의 우수한 인재들에게도 애정을 나눠 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② 뮤지컬 장르 관객의
예술의전당 티켓 구매 데이터 분석
예술의전당 티켓 구매 데이터 분석
예술의전당은 뮤지컬 전용 공연장이 아니고, 뮤지컬 장르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하지만 다수의 대형 뮤지컬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만큼, 뮤지컬 장르 티켓 구매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2023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CJ토월극장에서 각각 2건의 뮤지컬 공연이 진행되었다. 연령별 티켓 구매자 데이터에서는 30대가 강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장르에서 20~30대 여성 관객의 티켓 파워가 두드러지는 것과 달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의 경우 40대 여성들의 구매율이 높았다. 작품별로는 연령대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창작 초연 뮤지컬인 <일 테노레(IL TENORE)>와 <베토벤; Beethoven Secret>은 30대 여성 관객, 수년 동안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그날들>과 <브로드웨이 42번가>는 40~50대 여성 관객의 구매율이 높았다. 작품에 따라 다양한 세대가 뮤지컬 장르에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작품의 캐스팅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4편의 작품으로 예술의전당을 찾는 뮤지컬 장르 관객의 성향을 단정 짓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예술의전당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전 세대가 선순환하는 긍정적인 양상으로 판단하고 싶다.
③ 연극 장르 관객의
예술의전당 티켓 구매 데이터 분석
예술의전당 티켓 구매 데이터 분석
연극 장르는 주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과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연극 장르 티켓 구매자 데이터를 통해서는 티켓 구매층과 실제 관람객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3년은 20대가 연극 장르 티켓을 가장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도별로 살펴보았을 때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2019년에는 50대 여성과 60대 남성이, 2020년에는 50~60대 여성이, 2021년에는 30~40대 여성이, 2022년에는 40~50대 여성이 티켓 구매율이 가장 높은 층이었다. 20대 여성이 최대 구매층이 된 연도는 5년간의 데이터상에서 2023년이 처음인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작품에 따라 구매 연령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2023년에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연극 공연 전체를 살펴보면,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20대 여성 관객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2023년 연극 장르 티켓 판매액 1위6에 오르기도 했다. 관객의 취향을 겨냥한 캐스팅, 현대적 감각의 연출 등 뮤지컬 장르의 성공 전략을 연극 장르에 접목한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극에서는 20대 여성 관객이 큰 반응을 보였지만, 일반적인 연극 장르 관객의 성향이 20대 여성 관객 중심으로 크게 변화한 것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서두에 티켓 구매층과 실제 관람층 간의 오차에 대해서 언급을 했는데, 연극 장르에서 이러한 면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2023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공연제 선정작인 연극 <어딘가, 반짝>과 <폴리팝(두들팝ver.2)> 공연은 실제 관람자의 부모 세대인 40대의 지갑을 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 데이터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티켓 구매율을 보이던 40대 남성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2023년의 데이터 분석 결과로 연극 장르 전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성세대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작품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연극 관객층의 연령대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극과 뮤지컬 장르에서는 주 소비층인 20~30대가 아닌 40~60대를 겨냥한 작품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당연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④ 무용 장르 관객의
예술의전당 티켓 구매 데이터 분석
예술의전당 티켓 구매 데이터 분석
예술의전당에서의 무용 공연은 2023년 기준 총 지원7이 있었다. 전체적인 티켓 구매자의 연령과 성별 분표는 클래식 장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으며, 30대와 40대 관객을 중심으로 티켓 구매층이 구성되어 있었다.
무용 공연은 국내 대표적인 단체의 공연과 거의 매년 개최되는 단골 레퍼토리 그리고 내한 공연, 마지막으로 실험적인 공연으로 구분할 수 있다. 편의상 몇 개의 그룹으로 분류하여 공연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연별로 살펴봤을 때도 무용 장르의 주 고객층은 40대 관객으로 나타났다. 30대와 50대 관객이 그 다음 티켓 구매층이었다. 일부 공연에서 20대나 60대, 70대 관객의 구매율이 높았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차별점이 두드러지는 않았다. 이는 무용 장르의 관객 양상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용 장르의 관람 행태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가족 단위로 인기 레퍼토리를 관람하는 행태, 둘째로 현직 무용인과 관계자 또는 전공생 중심의 관람 행태, 셋째로 일반 무용 마니아들의 관람 행태로 구분하는 것이 무난한 분석이다. 아직 무용 장르의 저변에 폭넓게 확대되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공연의 성격에 따라 티켓 구매율에 복합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공연시장
전망과 변수
전망과 변수
국내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예매 데이터(2019~2023년)를 통해 공연 장르별 관객의 성향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후 공연시장은 많은 성장을 이루어냈다. 기존 공연시장에서 연극·뮤지컬 장르는 20~30대 여성이, 클래식 장르는 40~50대 여성이 강세를 보였던 것처럼 여전히 특정 연령층의 여성 관객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장르나 공연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특정 공연장을 즐겨 찾는 관객의 고유한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장이 관객 저변 확대를 위한 차별적인 전략을 수립하거나 다양성을 갖추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분석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공연 티켓 구매에 있어 장르나 캐스팅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연시장이 더욱 성숙해지기를 바라며, 2024년 공연 시장 전망의 긍정적인 측면과 우려되는 지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첫째, 공연시장의 관객 특성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객 연령별로 비교적 뚜렷한 특성을 보이고 있고 ‘출연자에 대한 관객 선호도’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하고 있다. 공연 자체의 퀄리티만 갖춰진다면 평균 이상의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둘째, 관객의 충성도 주기가 짧지 않아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관객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까다롭지 않아 보인다. 연령별·장르별로 충성 고객이 있다는 것은 공연시장에 있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4년 현재 공연업계 현장에서는 낙관적인 이야기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① 멈추지 않는 티켓 가격 상승
현재 뮤지컬 장르에서는 최고 티켓가 19만 원이 등장했고 클래식 장르에서는 2023년 최고 티켓가가 55만 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코로나19로 집 안에 갇혀 있던 관객이 쏟아져 나왔고 제작사도 이에 맞춰 공급에 전념한 결과, 공연시장 매출이 성공적으로 상승세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제작비는 과거에 비해 많이 상승했으며 향후에도 하락할 가능성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는 티켓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대형 뮤지컬은 티켓 1장당 20만 원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관객이 수용할 수 있는 티켓 가격의 상한선은 과연 얼마일까?
필자는 2023년 『대학로 공연유통 및 관객선호 조사』(예술경영지원센터, 2023) 보고서 발간에 공동 연구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대학로의 경우, 공연 관람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관객은 ‘출연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공연 제작비 상승 요인 가운데 ‘출연진’의 개런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일부 출연진에 대한 선호는 자연스럽게 티켓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 뮤지컬이 티켓 가격을 1만 원 인상했고, 이로 인해 올해 관객 반응이 시들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관객 대부분이 문화·여가 활동에 큰 비용을 지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티켓 가격 상승은 관객의 소비 양상과 관람 행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②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안타깝게도 지금의 국제 정세는 매우 혼란스럽다. 과거 미국에서의 9·11테러 사건으로 인해 전 세계 투어 공연이 취소되는 등 국내 공연장도 큰 타격을 입은 사례가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국가 간의 전쟁과 갈등 역시도 우리 일상의 여러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이유로, 예정된 내한 공연이 취소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아티스트의 공연이 어려워진다면 관객의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③ 줄어든 관객 수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
대학로에서는 기존 공연장을 재정비해 링크아트센터 드림홀·벅스홀, 예스24 아트원 등으로 재개관하면서 가용 객석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관객은 축소되고 마니아 관객층이 확대되었다8”, “티켓 가격이 올라서 부담스러우며 편의시설이 부족해 불편하다9” 등의 이유로 다소 주춤해진 대학로 공연시장의 현황을 고려할 때, 관객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공연 제작·기획사도 꾸준히 공연 제작비 상승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제작사 대표는 올해는 적극적으로 제작에 나서기보다는 잠시 관망하면서 향후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한다. 만일 이 악재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공연시장의 전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연시장 안정화 및 저변 확대를 위한
개선 방안 제언
개선 방안 제언
공연예술의 경우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공연장과 수용 가능한 관객수가 한정되어 있고, 특정 성별 및 연령층별로 선호하는 장르·작품이 다른 만큼 지금의 공연 콘텐츠만으로는 소비자 수를 무한정 확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연시장이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연예술 마니아가 아닌 새로운 관객 유입을 통해 관객층을 다각화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특히 젊은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안정성과 구매력을 갖춘 중장년층에 주목하여,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공연 콘텐츠의 내용 또한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 서울시뮤지컬단 레퍼토리인 뮤지컬 <다시, 봄>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중년 여성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다시, 봄>은 티켓 예매자 중 40~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2.2%에 달한다10.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공연 제작사의 기획 및 관객들의 관람 문화도 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연주자나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은 새로운 관객 유입과 작품 홍보에 큰 도움이 되지만 자칫 공연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예술가의 경우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며, 공연시장 전체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크고 작은 규모의 공연이 골고루 주목받으며 예술가의 개성이 녹아든 다채로운 작품이 공존할 때, 공연시장도 한층 건강해지지 않을까? 우수한 작품, 우수한 예술가들의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상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관람 문화가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 상위 5순위만 발췌하여 재가공
- 손열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2023. 5. 2., 5. 6.),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 & 손열음(2023. 9. 13.), 손열음의 커튼콜(2023. 12. 28.)
- 루체른 심포니 & 임윤찬(2023. 7. 2.), 뮌헨 필하모닉 & 임윤찬(2023. 11. 26.)
- “모차르트를 좋아하세요? ...‘브런치 콘서트’가 뜬다”, <뉴스핌>, 2022.06.22., https://www.youtube.com/shorts/pMcHNo-pfJI?si=2pIEmGGqvgl6H8zd(2024.06.19.)
- 리사이틀홀 공연당 평균 유료 티켓 구매 비용(51만 438원) = 결제 금액(1억 6,691만 3,300원) ÷ 공연 건수(327건)
- 2023, 『2023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총결산)』, 예술경영지원센터, 14쪽.
- 장르의 분류 기준은 예술의전당이 아닌 필자가 개인적으로 정한 것임.
- ㈜비욘드리서치, 2023, 『대학로 공연유통 및 관객선호 조사 보고서』, 예술경영지원센터, 37쪽.
- ㈜비욘드리서치, 2023, 『대학로 공연유통 및 관객선호 조사 보고서』, 예술경영지원센터, 95쪽.
- “뮤지컬 ‘다시, 봄’ 40~50대 예매 62.2%…관객층 확장 성공적”, <뉴스핌>, 2024.06.03.,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603000936(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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