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QUARE

지난호 보기

  • ∙VOL.13 [2024.11]
  • ∙VOL.12 [2024.09]
  • ∙VOL.11 [2024.07]
  • ∙VOL.10 [2024.05]
  • ∙VOL.09 [2024.03]
  • ∙VOL.08 [2024.01]
  • ∙VOL.07 [2023.11]
  • ∙VOL.06 [2023.09]
  • ∙VOL.05 [2023.07]
  • ∙VOL.04 [2023.05]
  • ∙VOL.03 [2023.03]
  • ∙VOL.02 [2023.01]
  • ∙VOL.01 [2022.11]

SQUARE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관객의 문화예술 소비 심리

문화예술은 삶의 필수재일까?
문화예술은 불경기에 가장 먼저 위축되는 소비 항목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사회적인 재난 등 어려운 상황에서
위로와 공감의 힘을 강력하게 발휘하기도 한다.
관객이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복합적인 요인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살펴보며
문화예술 소비의 중요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제안해 본다.
글_박준성(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 심리학 주임교수)
문화예술, 상품이 되다
‘문화예술’이란 문화(culture)와 예술(art)을 융합한 복합어로 문화의 내부 감정과 관념의 미적 표현 양식을 뜻하며, 상징적 형식을 통해 마음속 느낌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행위 또는 결과물을 의미하는 ‘예술’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지적인 표현 활동의 결과물인 ‘작품’과 예술적인 행위로서의 ‘활동’을 포괄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문화예술이란 문학, 미술(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및 뮤지컬 등 지적, 정신적, 심미적 감상과 의미의 소통을 목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 또는 타인의 인상(印象), 견문, 경험 등을 바탕으로 수행한 창의적 표현활동과 그 결과물”을 말한다.
과거에는 문화예술이 문학, 시각예술, 오페라, 음악, 연극, 역사적 건물 등의 고급 예술을 지칭했지만, 현재는 대중예술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었다. 현재 문화예술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나타나며, 예술인이 작품을 창작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함께 표현되는 사회와 개인의 가치관, 정체성, 역사, 문화적 상호 작용 등을 포함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경험과 교류를 통한 참여는 자신을 알아가고 감각하며,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관객은 사회적으로 연결되며 상호 이해를 도모하게 된다.
<리허설(Rehearsal)>(1879) ⓒ에드거 드가(Edgar Degar)

<리허설(Rehearsal)>(1879) ⓒ에드거 드가(Edgar Degar)

<프랑스 극장(French Theater)>(1857) ⓒ오노레 도미에(Honoré Daumier)

<프랑스 극장(French Theater)>(1857) ⓒ오노레 도미에(Honoré Daumier)

문화예술의 소비 심리를 알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예술 작품(artwork)과 문화예술상품(Culduct)1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술(art)이라는 단어는 ‘조립하다’, ‘계획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ars’에서 유래했고, 이 ‘ars’는 기술 일반(technic)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techne’에서 나온 말이다. 예술과 기술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기술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내는 타인 목적적 행위(instumental action)이다. 반면 예술은 ‘예술인의 자기표현’으로서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자기 목적적 행위(autotelic action)이다. 그러므로 예술 작품은 작가가 자신의 사상과 상상력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자기 목적적 행위(예술)와, 예술을 음미하는 향유적 관점을 갖고 관객과 상호 작용하며 관객에게 특별한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타인 목적적 행위(기술)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 작품을 관객이 소비자의 관점에서 일정한 금전적 보상을 지불하고 경험하거나 소유할 수 있도록 경제적 가치가 부여된 유무형의 창작물을 ‘문화예술상품’이라고 한다. 예술가의 영감으로 만들어진 정신적 산물과 심미적인 가치가 ‘상품’이라는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어 관객(소비자)에 의해 소비되는 것이다. 즉, 문화예술상품은 인간의 심미적인 욕구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물이자 예술인의 정신적 산물인 예술 작품이며, 이를 소비자가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소비된다. 그렇기에 예술인의 작품은 상품이 되고 관객은 소비자가 된다. 그러나 문화예술상품이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개인에 의해 소장되고 관리된다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심미적 목적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공재에 속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문화예술 소비의 의의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문화예술 소비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첫 번째로 문화예술은 관객의 창의성을 자극하며, 관객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자기표현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예술가와 작품으로부터 얻은 영감은 우리의 아이디어와 가치관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 자기표현을 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인간의 심미적 욕구를 추구한다는 뜻이며, 이 심미적인 욕구는 지금보다 나은 자신을 만나기 위한 자기실현적 성장과 연관되어 있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며 이는 내면의 감정에 대한 깊은 탐색과 이해,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기 인식과 수용은 개인의 성장과 자기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예술 소비에 있어 다른 사람과 의견을 공유하고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나 토론이 필요한 까닭이다.
두 번째로 문화예술은 사회적 연결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회 등 예술 행사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장이 되는데, 이러한 소통은 개인적·사회적·세계적 차원이라는 세 가지 층위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는 사회적 교류가 확대되며 긍정 정서 증진, 부정 정서 감소 등 심리적 건강에 유익하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다양한 예술 행사를 통해 사회 양극화, 문화 다양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해있는 문제를 경험하고 소통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차원에서는 광범위한 지구촌 공동체로서, 그리고 시민 사회에서 살아가는 세계 시민으로서 유의미한 활동이 될 수 있다. 관객은 문화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역사를 탐구하며, 이때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하고 배우게 된다. 또한 세계 시민으로서 함께 지켜야 할 윤리적 이슈에 대해 예술을 매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하며 공공의 논의를 촉진하고 해결과 실천을 돕는다.

인지장애 시니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 장면 ⓒ국립현대미술관, 대한치매학회

인지장애 시니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 장면 ⓒ국립현대미술관, 대한치매학회

인지장애 시니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 장면 ⓒ국립현대미술관, 대한치매학회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상품 소비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을 통해서 개인의 행복을 위한 긍정 정서를 경험하고 문화예술이 자기 인식과 향상2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기 인식과 향상은 궁극적으로 충만한 삶과 행복 추구로 이어진다. 문화예술은 단순히 관객에게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자극을 통해 본질적인 혜택을 가져다 주며,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관객의 문화예술 소비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분석
과거 심리학에서 인간의 정서 연구는 부적 정서에 대한 연구가 다수였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인간의 정서 연구는 개인의 이상 행동과 심리치료에 편중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주체성을 지닌 인간의 자율적이고 긍정적이며 낙관적인 유기체로서의 개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즉, 인간의 신체・심리・사회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전인격적(whole person)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가 활발해진 것이다.
이러한 풍토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문화예술 분야에서 자기 인식(self-awareness)의 경험은 더 나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문화예술 소비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 공연, 축제 등의 관람 경험은 관객이 자기 인식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문화예술 경험에 만족하는 관객일수록 자기 개념(self concept)은 더 강화되어 결과적으로 자기존중감(self-esteem)과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과 같은 심리적 욕구를 더 추구하게 되고, 이것이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개인은 일상에서 삶의 경험을 구축하기 위해 문화예술적 접근으로 경험적 소비(experiential consumption)를 하게 된다. 여가, 스포츠, 공연 예술, 영화 관람, 음악 감상 등과 같은 경험재로써의 문화예술 소비는 소유보다는 경험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문화예술적 삶의 경험을 구축하게 된다.
문화예술 소비는 소유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이기 때문에 무형성과 비분리성, 이질성, 소멸성 등의 특징을 지닌다. 그래서 소비자가 문화예술을 직접 즐기는 과정이 강조되어야 하며,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동안 나타나는 인간의 감각, 정서, 느낌 등이 경험적 소비의 효용성을 좌우하게 된다.
‘경험으로서의 소비’는 소비의 대상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경험하면서 느끼는 쾌락적・정서적・심미적 차원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며, 문화예술상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감격, 환희, 흥분, 즐거움과 같은 독특한 심리적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예술의 소비’는 예술가-관객(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을 위한 자원이나 소통의 도구로 활용되어 공통의 경험을 나누게 되고, 이들은 각자의 소비 경험을 확대하고 재생산하며 친숙함을 증대시킨다.
소비자는 문화예술상품에 대한 소비 경험을 널리 알리고 문화예술에 대한 자기 경험을 확인함으로써 더 나은 즐거움을 얻게 된다. 이러한 소비는 사회적 가치가 부여된 소비 대상을 경험하는 것이 소비자 자신의 자기 정체감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인식하게 하며, 소비 대상으로서 자기를 확장하거나 소비 대상을 자기 개념으로 끌어들이게 한다. 즉, 문화예술이 지닌 가치나 지적・심미적 특성에 자신을 결부하여 스스로를 드러내는 표현적 소비의 형태인 것이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문화예술상품은 역동적이고 다각적인 소비활동이다. 문화예술상품은 소비자의 정신에 작용하여 개인적・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며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침으로 소비자가 행복한 삶을 추구하게 하는 가치재이다. 예술가와 관객(소비자)은 모두 문화예술상품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과 교류하고자 한다. 문화예술상품 소비는 감각적・정서적・심미적 만족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자기를 향상하고자 하는 욕구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든다. 국민의 문화향유권 보장을 위해 보다 다양하고 체계적인 지원사업이 구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관객 확대 정책이 보다 잘 구축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문화예술 소비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1. 문화예술상품(culduct): 문화예술(culture-art)과 상품(product)의 합성어.
  2.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적 행위에 대한 이유를 인지하고 이해하며 그 과정에서 지금보다 큰 성장과 발전을 거두는 것을 의미한다.
박준성
박준성(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 심리학 주임교수)

사회 및 문화심리학 주제 중 삶의 의미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중앙대 미래교육원 심리학 전공에서 활동하고 있다. 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사람들의 성격, 건강, 진로, 및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 등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역서로는 『내 생애 첫 심리학』(2021), 『코칭핸드북』(2024), 『사회심리학』(2024) 등이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