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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현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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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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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의
서울연극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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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원
디아랩 대표·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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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하
뉴아트플랫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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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린
주다컬쳐 대표
ROUND 1
2024-2025년 문예진흥기금 개편을 돌아보며2025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현장공청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손상원
2023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2024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구조의 전면 개편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44개였던 공모사업을 통합해서 17개로 단순화하고 중장기 관점의 지원사업을 확대하며 ‘창작주체’ 영역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으로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2024년에 발표된 ‘2025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에서도 유사・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지원신청서 양식을 간소화하는 등의 변화가 이루어졌고요. 이번 대담에서는 2024-2025년 문예진흥기금 개편 사항을 주제로 하여 문화예술계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현장 예술인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규린
여러 요구 사항을 한꺼번에 반영하려다 보니 오히려 혼란스러워진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개편의 주요 기조는 ‘다년간・집중지원 강화’입니다. 그러면 예술단체나 작품의 예술성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해 집중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기에 지역・청년 등의 요소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분야가 세분화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모사업을 신청하는 예술인 입장에서는 어떤 분야에 지원해야 할지 혼란스럽더라고요.
박정의
애초에 공모사업의 기조가 계속해서 수정되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보편지원과 집중지원 기조의 지원정책이 몇 년마다 번갈아서 시행되고 있는데 보편지원과 집중지원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시행하는 게 아니라 두 방식이 모두 병행되어야 합니다. 진입 단계에 있는 예술인에게는 보편지원을 통해 예술활동의 기회를 보장해 주고 이후에는 집중지원을 통해 예술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고봉준
시대가 변화하며 예술인이 필요로 하는 지원 항목과 지원 방식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예술인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지원 항목을 다양하게 확대하는 것보다는 핵심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예술위가 공을 들이고 있는 공간지원사업은 ‘집필 활동을 할 수 있는 별도의 작업공간이 필요하다’는 문학 작가들의 요청을 반영한 결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예술인마다 각자 원하는 작업환경이 상이하기 때문에 공유오피스를 활용한 공간지원사업은 필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보다는 작품집・문예지 발간 지원 등 기초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더 유효하지 않을까요? 앞서 이규린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예술인의 요구를 수용하려다 보니 정작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① 창작주체 지원사업 신설
2024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창작주체’ 사업 신설 안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손상원
‘2024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개편으로 ‘창작주체’ 사업이 신설되었습니다. 창작주체는 예술인이 지원사업을 통해 수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어 단년간 지원했던 기존의 지원사업과 달리 예술 생태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역할과 활동에 주목해 그들을 다년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창작주체 사업의 신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정의
예술인의 성장과 지속 가능한 작품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그동안 예술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와 더불어 지원사업의 관점을 기존의 프로젝트 중심에서 예술인・예술단체 중심으로 전환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원금 규모와 지원 기간을 확대하다 보니 지원받을 수 있는 예술인과 단체의 수가 어쩔 수 없이 줄어들어서 예술 현장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오히려 커진 상황입니다. 창작주체 사업의 기본적인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예술 현장의 소외감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규린
창작주체 사업의 신설과 함께 예술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를 지원하겠다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어’의 구체적인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창작자와 연출가, 배우, 실연자 외에 기획자와 스태프도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권태현
지원사업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예술인・예술단체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를 수 있는 용어가 필요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나 ‘창작주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프로젝트가 아니라 예술인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취지가 잘 드러나는 말이므로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채하
저도 이규린 대표님과 동일한 궁금증을 갖고 사업 담당자분께 플레이어의 범주에 대해 문의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 담당자분의 대답이 몹시 뜻밖이었습니다. 극작가나 배우, 연출가 위주로만 생각을 하시고 오히려 제게 공연예술 분야에서 기획자가 왜 필요한지 되물으시더라고요. 플레이어의 구체적인 정의를 수립하고 범위를 설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플레이어라는 용어의 대략적인 범위와 그 취지에 대해서는 지원사업과 관련된 업무를 맡은 모든 분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② 사업 통폐합 및 이관을 통한 단순화
2025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지원체계 개편사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손상원
‘2025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에서는 지역과 중앙, 문화예술지원기관 간의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하려는 취지하에 여러 개편이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지역문화재단에서 1차적으로 창작 지원을 담당하고 중앙정부에서 2차 후속 지원과 간접 지원 등을 지원하는 구조로 개편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문화재단과 예술위,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등 문화예술지원기관 간의 유사・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지원체계를 정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이 통폐합되고 이관되며 예술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고요.
이규린
지원기관별로 역할을 분담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번 개편은 조금 급작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업을 이관받는 기관에 관련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지, 사업을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있는지 등 다방면에서 사전 검토가 필요했는데 사실 그런 준비가 미흡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업을 이관받은 기관도, 문화예술 현장도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 같고요. 사업이 이관될 때 기존 인력도 함께 이동하거나 새로운 전문가를 빠르게 확충해서 대응하는 등의 방안이 함께 고려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유채하
지원사업이 통폐합 및 이관이 되고 새로운 사업이 신설되는 등 지원사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사업 담당자와 예술인의 소통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 지원사업을 진행하며 담당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막막함을 느꼈던 적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예술위의 ‘예비예술인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는 좋은 담당자분을 만나서, 그 경험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선 ‘예비예술인 지원사업’은 2023년에 신설된 사업입니다. 신규 사업인 만큼 담당자분이 굉장히 열린 마음을 갖고 계셨어요. 사업을 진행하며 현장 예술인의 의견이 필요하거나 예비예술인에게 궁금한 점이 생기면 먼저 적극적으로 문의를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업 진행 도중에 사업의 명칭이나 예산안 등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예술인은 예술 현장에서 느끼는 변동의 필요성에 대해, 담당자분은 행정 시스템상 필요한 절차와 과정에 대해 서로 솔직하게 소통하며 절충안을 찾아가기도 했고요. 그 과정을 통해 단순히 사업 담당자와 선정 예술인의 관계가 아니라 같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는 동지로 발전하며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사업 담당자와 예술인이 솔직한 마음과 정확한 언어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한다면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봉준
예술위의 ‘문학나눔’ 사업은 우수한 문학작품을 선정해 도서관에 보급하며 출판사・작가・독자를 함께 지원하는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출판문학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세종도서’와 유사 사업으로 분류되어 통합되었고 예산도 20억 원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24년에는 지역 서점 활성화 예산(약 11억 원)과 독서문화증진 지원사업 예산(약 59억 원)이 전액 삭감되는 등 문학계는 일부 사업이 통폐합되는 수준을 넘어서 주요 사업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가나 공간・매체 지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러한 지원사업을 통해 출간된 책을 독자와 연결하는 창구 자체가 사라진 셈입니다.
손상원
지원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예술 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만큼 국내 문화예술 지원기관의 뿌리로서 예술위가 지원정책의 큰 방향성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③ 생애주기별 지원사업
2025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청년예술가도약지원’ 사업 변경 내용 안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정의
예술위에서 진행하는 예술인 지원사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예비・청년예술인 지원사업’, ‘창작산실’, ‘원로예술인 지원사업’ 등 예술인이 생애주기에 따라서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 단계적으로 잘 세팅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사업별로 지원 가능한 연령대나 경력이 정해져 있거나 생애 1회만 지원받을 수 있는 등 여러 제한이 있어 예술인이 실제로 지원사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세대별 예술인을 모두 아우르는 지원정책 같지만 실제로는 지원해야 하는 예술인은 많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세대별로 소수의 예술인만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 거죠. 예술인의 안정적인 작품활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대별 지원사업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채하
‘예비예술인 지원사업’도 생애 1회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0대 예술인이 예술단체가 주최하는 예비예술인 지원사업에 한 번 참여했다고 해서 예술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30대 청년예술인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예비예술인 지원사업은 ‘실력 있는 예비예술인을 키워내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예비예술인이 지원사업의 수혜자가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봅니다.
권태현
연령이나 경력을 기준으로 예술인을 분류하고 세대별로 예술인을 지원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예술가도약지원’의 경우, 작년에는 39세 이하의 예술인이라면 지원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팀 구성원 모두가 34세 이하인 경우에만 지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년’을 정의하는 기준 자체가 갑자기 바뀐 거죠. 거주 지역이나 생활환경 등에 따라서 청년의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청년의 기준이 되는 나이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세대별로 예술인을 나누어 지원하는 방식은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봉준
문학계에서는 50대 평론가가 ‘젊은 평론가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청년이라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젊은’이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거죠. 예술위에서 예비・청년예술인을 대상으로 별도의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건 이들이 기존의 지원사업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비・청년예술인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려는 시도가 결과적으로는 역효과를 낼 수 있고, 경력이나 데뷔 연차 등으로 지원 범위를 구분해도 비슷한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 같습니다.
이규린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청년예술인 지원사업’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채하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예비・청년예술인이 수십 년을 활동한 예술단체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며 그들을 제치고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진입 단계에 있는 예비・청년예술인과 경력 있는 예술인을 나눠서 지원하는 체계는 유지하되 세부적인 부분은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ROUND 2
문예진흥기금에 바란다
손상원
그동안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을 경험하며 아쉬웠던 점이나 이것만은 꼭 개선되야 한다고 생각하신 점이 있다면 한마디씩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유채하
만 34세 미만의 청년예술인이 ‘청년도약’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작품 발표 실적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팀원 전원이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그 자료가 지금보다 간소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연극・뮤지컬 분야의 작가는 작품 발표 실적을 증빙하기 위해 희곡을 2편 이내, 연출가는 연출 작품의 공연 영상을 2편 이내 제출해야 합니다. 청년예술인은 경력이 짧은 데다가 연령 제한 또한 만 34세로 축소된 만큼 당연히 작품 발표 실적이 적을 수밖에 없고, 공연 영상을 촬영하거나 프로그램 북을 제작하는 등 아카이빙을 진행할 여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증빙 자료가 까다롭다 보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청년예술인은 자료가 부족해서 지원사업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나 다른 지원사업에서는 작품 포스터 등으로 실적 증빙 자료를 대체하기도 하는데 청년도약 지원사업도 자료의 기준을 조금 더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규린
예술인이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을 신청하는 이유는 지원금을 활용해서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막상 사업에 선정되어 공연을 제작하다 보면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력보다 지원사업의 행정처리를 하느라 소진하는 에너지가 더 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품을 제작하고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기획서에 썼던 내용과 달라지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필연적인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고서 처음에 제출했던 기획서 내용만을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하거나 예술인・예술단체의 고유한 권한이어야 하는 부분을 행정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원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하지 않도록 심사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행정적인 편의만을 고집한다면 사업 담당자와 예술인 모두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권태현
예술인은 기본적으로 ‘미적판단’을 통해 작품을 만듭니다. 작품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작품을 통해 세계를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죠. 그런 예술인에게 처음 제출한 기획서 내용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만을 요구한다면 행정적으로는 편리한 일이 될지 몰라도, 예술적으로는 미적판단을 방해하는 일이 되고 맙니다. 언어와 숫자로 쓰인 기획서에서 벗어나는 예술적 선택들이 존중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술인의 작품활동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이유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아름다움이라는 문제는 논쟁적이고, 그 자체로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지요. 문화예술지원기관의 실무자분들, 그리고 예술인과 직접 소통하는 담당자분들이 이런 부분을 좀 더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박정의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인의 지원금 의존도를 줄이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지원정책도 꾸준하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예술인이 자체적으로 시장을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정부 주도의 일회성 정책은 시장에 단기적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관객층을 확보하고 관람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죠. 또한 종종 예술인이 지원사업의 심의에 불만을 갖거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예술인이 심의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적거나 어렵기 때문에 생겨난 불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의 절차나 심의 의원 선정 방식 등 관련 정보를 예술위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게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봉준
최근 몇 년간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은 사업의 기조가 바뀔 때마다 사업의 커다란 틀 자체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예술위는 매년 대대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예술인도 지원사업의 변화를 꼼꼼하게 공부해야 하는 등 지원기관과 예술인 모두에게 부담이 큰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예술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지원사업의 큰 기조는 유지하되 필요에 따라서 작은 변화를 더해 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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