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큰들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다
경남 산청군에는 ‘큰들’이라는 마당극 전문 극단이 있다. 20대부터 60대까지의 배우 40여 명과 그들의 가족이 7년째 한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
마을엔 유난히 꼬리를 잘 흔드는 강아지 ‘살랑이’도 있다. 몇 년 전 마을회의가 열렸다. 안건은 어린 강아지를 마을에 데려오는 문제였다. 젊은 배우들은 키우자고 하고 다른 이들은 반대했다. 생명체를 데려와서 키우는 문제는 책임이 따르는 문제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공연으로 마을을 비우는 날이 많은데 강아지를 키운다면 누가 주로 키워야 할지도 정해야 하며 현실적으로 수입이 불안정한 마을의 재정도 고려 대상이었다. “아프면 사람보다 병원비가 많이 나와.”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팽팽했던 의견 차이로 인해 회의는 몇 차례 더 열렸다. 결국 마을 주민들은 ‘작은 생명체’를 ‘공동으로 육아하기’로 결정했다. 강아지의 보호와 적응 교육을 모두가 책임진다는 조건이었다. 마을엔 고양이 세 마리가 이미 살고 있었다. 강아지의 입성은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의 평화를 깨트리는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선배 배우들은 고양이의 샴푸와 이불을 강아지에게 사용했다. 동네 주민으로 살아야만 가질 수 있는 냄새를 작은 생명체에게 입혀준 것이다. 꼬리를 잘 흔들어서 얻은 환대의 이름 ‘살랑이’는 이제 7살이 되었다.
필자는 큰들의 예술감독이자 촌장인 전민규 감독과 동시에 내뱉은 간디(Mahatma Gandhi)의 다음 말로 묘한 동지애를 느끼며 한없이 길어질 저녁 막걸리 시간을 예상하였다. “그 나라의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민주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극단 큰들의 창단 원칙
큰들은 창단 후 지금까지 지키는 원칙이 있다.
첫째, 단원 모두 화합하자. ‘예술인은 왜 가난해야 하는가’라는 명제가 이 원칙을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공연으로는 먹고살기가 힘들 수 있으며, 예술 행위의 결과가 돈의 크기로 치환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시작한 일이다. 서로를 믿고 지지하지 않는다면 남을 즐겁게 하는 공연의 행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둘째, 창작을 하는 극단이 되자. 우리만의 레퍼토리 공연은 극단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힘이다.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단원들의 개별 특성을 파악하게 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성을 획득하는 기회가 된다. 또한 빌려 온 작품으로 소모되는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지속 가능한 극단 운영의 밑거름이 된다. ‘내 작품이 있는 극단’은 멈춰 있지 않으며 다양한 실험을 쉼 없이 만들어내는 극단의 다른 이름이다. 현재 큰들은 조선시대 남명 조식(南冥 曺植)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마당극 <남명>, 문익점의 이야기를 다룬 <목화> 등 7개의 레퍼토리를 가진 제작 극장이다. <오작교 아리랑>과 <효자전>은 320회를 넘긴 장수 레퍼토리가 되었다. 개인기보다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나는 공연이 되도록
배우들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매번 같은 걸 영혼 없이 보여주는 공연은 관객 모독이라 여기고 공연마다 하나의 동작이라도 바꾸려고 노력한다.
셋째, 지역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텔링을 하자. 진주, 사천을 거쳐 7년 전 산청으로 이주하여 느낀 점은 지역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이다. 지역에 대한 이해는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전통, 인물을 사랑하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의 이야기로 탄생된 공연을 관객이 가장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역의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예술적 행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주민의 삶을 존중하게 된다. 이는 동네와 지역주민 그리고 지역 행정의 지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계기가 된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는 “다른 문화로 들어가는 길을 느끼려면 자기 문화의 삶의 방식을 더 완전하게 파악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큰들은 자신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식을 지역주민의 이야기와 즐겁게 결합하는 중이다.
넷째, 박수만 치는 관객이 아닌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자. 시민배우단 실험은 20여 년 전에 시작했다. 시민 130명이 6개월 동안 주 2회씩 연습하여 무대에 선다. 7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 배우는 주인공이 되는 예술적 경험뿐 아니라 새로운 통찰로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는 일은 자신 안에 갇혀 있던 타자성을 대면하게 하고 ‘타인과 일정한 보편성을 공유’하게 한다. ‘130명’은 무대 공간이 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배우의 인원수이다. 2회 공연에 회당 1000명이 볼 수 있는 유료 공연은 매년 매진을 달성했다. 극단 큰들은 지원자 중 ‘가족’과 함께 신청한 지원자를 우선으로 뽑는다. 이렇게 선발된 시민 배우들은 주체적인 무대 경험을 통해 ‘또 하나의 가족’이 되고 매진 사례 공연의 주인공이 된다.
다섯째, 후원 회원을 만들자. 공연 판에서 ‘살아남기’가 목표가 되어버린 사람이 많다. ‘예술하기’의 목표는 ‘살아남기’에 밀려 ‘예술인=가난한 사람’으로 규정되어 버렸다. ‘예술만 하기’가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 할지라도 창작을 할 수 있는 자금과 최저생계비 확보는 극단의 목표가 되었다. 27년 전 풍물을 계기로 만난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가면서 술을 사 주는 대신 정기후원을 하고, 풍물 교육을 받은 이들이 회원으로 힘을 보태며, 공연을 본 관객들이 새 후원 회원이 되어 현재 후원자 약 2400명을 둔 극단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산청으로 이주를 결정한 후에 바로 터진 코로나19 팬데믹 3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후원자들이 보내주신 회비 덕분이다.
관계인구 만들기의 미학: 후원 회원
큰들의 후원 회원은 현재 약 2400명이다. ‘큰들 산청마당극마을’의 탄생과 현재 ‘극단 큰들’의 꾸준한 활동 및 창작의 힘은 후원 회원의 역할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다. 산청으로 이주를 결정하면서 마을 터와 극장이 들어설 땅을 매입할 자금이 문제가 되었다. 배우들의 살림살이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20년 이상 인연을 맺어온 후원 회원들의 도움이 시작되었다.
“예술의 목적은 우리의 충동 에너지를 기쁜 만족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라는 문화비평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의 말을 실천할 예술인이 거주할 마을과 ‘까망극장’이 기적처럼 시간에 맞춰 완성되었다.
큰들이 후원 회원을 대하는 방식은 놀랍다. 공연은 ‘전석 매진’을 목표로 관객 개발을 한다. 공연의 주제와 작품의 완성도, 새로운 수요 개발과 기존 관객을 유지하기 위한 홍보 마케팅, 공연장 접근성 개선 등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통상 극단의 후원 회원을 유치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노력만큼 관객은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큰들의 회원 중 20년 이상 특별한 가족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분은 300명 가까이 된다. 10년 이상 후원을 유지하고 있는 분은 700명 가까이 된다. 긴 호흡으로 이들을 연결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마을 터를 사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꺼이 내어준 용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큰들이 가족을 만드는 방식은 진정성에 있다. 독일의 철학자 한스 요하스(Hans Joas)는 ‘가치의 탄생’이 발현되는 지점에 대해 “가치는 규범이 아니며 어느 구체적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경험을 통해 사랑을 알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가 소중하다는 강한 감정, 그래서 거기에 이끌리고 갈구하는 힘이다.”라고 이야기한다.
큰들이 관계인구를 만들고 후원 회원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큰들의 예술 행위에만 있지 않다. 후원 회원과 깊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동도 주요한 역할을 한다.
회원을 대하는 큰들의 일상을 소개한다. 첫째, 3,000평의 땅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 1kg씩을 매년 회원에게 보낸다. 둘째, 특별한 날에는 안부를 묻는 손편지를 보낸다. 생일을 기억하고 가족이 된 날을 기억한다. 셋째, 천재지변을 당한 지역의 회원을 함께 걱정한다. 태풍이나 지진, 폭우로 회원의 안전이 걱정될 때 안부를 묻는다. 넷째, 타 지역에서 극단의 공연을 할 때 해당 지역 회원에게 초청 문자를 보내고 공연장에서 만나면 작은 선물로 반가움을 표한다. 특별 초청 공연일 경우, 회원이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회원의 사는 지역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한다. 당신의 후원이 전국의 공연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는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큰들과 가장 밀접하고 충성도 높은 ‘관계 인구’가 만들어지는 방법이다.
지역에서 고립되지 않기:
‘무덤이 생겨야 동네 사람이 된다’
‘무덤이 생겨야 동네 사람이 된다’
지역으로의 진출을 가로막는 첫 번째 요소는 기존 주민과의 갈등이다. 큰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마을 이주와 거주가 행정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해서 마을 살이가 원활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길막’ 행위로 진입로에 상주하는 마을 어르신도 있었고, 진입로에 있는 맹지인 자기 땅을 사 달라는 어르신도 있었다. 땅을 매입하고 행정적인 문제도 어렵게 해결하였지만 이성의 머리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어르신들의 억지는 미칠 노릇이었다. 또 마을 회의가 열렸다. 어르신들의 조건을 수용하면 안 된다는 쪽의 의견이 강했다. 이 마을의 회의는 천주교의 콘클라베(conclave) 1
처럼 결론이 날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 나눈다. 공연 후 단원 사이에 감정의 문제가 생길 때도 같은 방식으로 마을 회의를 한다. 음식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서로의 앙금을 지워가는 방식이다. 긴 회의를 거쳐 마을 어르신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저희는 언제쯤 이 동네 사람이 될까요?” 어느 날 마을의 한 어르신께 여쭤보았다. “동네에 들어와 사는 사람 중 한 명이 죽어서 마을에 무덤이 생기고 그 무덤을 지키는 사람들이 살아야 한동네 주민이 되지.”라고 답하셨다.
매년 3박 4일 동안 마을 잔치를 연다. 첫날 공연은 오로지 마을 주민의 초청으로 진행된다. 마을을 지나갈 때 우리 차량은 50km 이하 운행, 경적 금지 등의 원칙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길막’ 어르신은 이제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어 주시는 가장 든든한 응원자가 되셨다. 겨울에 공연이 없어서 공연 차량의 운행이 뜸할 때는 어르신들의 걱정 어린 말씀을 들으며 너무 빨리 ‘동네 주민’이 된 착각에 빠진다.
마을에 활기가 생겼다. 산청군에 외지인의 방문이 잦아졌다. 산청을 방문하는 공무원 연수 프로그램에 큰들 산청마당극마을 방문과 단체 공연 관람이 포함되었다. 전국의 다양한 단체의 관람 문의는 산청 방문객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큰들이 인연을 이어온 일본 공연팀과의 교류 행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작은 마을에 외국 공연 단체가 끊임없이 방문하고, 극단은 일본의 큐슈, 도쿄, 시모노세키, 삿포로와 오스트리아, 라오스 등지를 다니며 한국의 마당극을 알리고 있다. 마을 주민에게 한 양보는 결과적으로 훨씬 더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 고립되지 않으려고 한 노력으로 마을 담장을 훌쩍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큰들이 60년 후 맞이할 100주년을 위해:
가치의 생성과 인구 소멸에 대한 문화적 대응
가치의 생성과 인구 소멸에 대한 문화적 대응
2021년에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 89개를 지정하였다. 인구 소멸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고민거리이다. 인구 2만 명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의 마지노선이다. 합계 출산율이 0.72명인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50년 안에 지방자치단체 78개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인구 소멸은 도시의 기능 소멸로 인해 문화 소멸로 이어진다. 최소 인구는 지역의 의료, 교육, 문화, 교통 등이 버틸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정부는 2015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위해 380조 원을 투입하였지만 출산율 세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관광 활성화 정책을 통해 인구 소멸을 막아보려는 노력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무참히 실패로 끝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4 소멸위기 대응 문화적 지역활성화’ 사업은 문화예술 향유 여건의 개선과 문화적 복지 증진을 통해 정주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사업을 지원하고 운영하는 사업이다.
각 지역에서 문화적 대응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모두 똑같을 수 없다. 지역마다 환경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대한 이해 없이 똑같은 처방을 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처사는 이제 멈춰야 한다. 사회학자 헤럴드 가핑클(Harold Garfinkel)의 규범주의 이론은 인간이 사회의 정립된 문화를 주입받는 것에 대해 ‘문화중독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역의 해법은 지역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다양한 시도로 찾아야 한다.
산청의 극단 큰들이 펼치고 있는 문화적 대응은 그 내용을 안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물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타자를 대하는 태도와 환대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이는 관객 개발로 이어지고 마을 주민과 상생하는 지혜를 찾는 데 활용된다. 극단의 배우이자 마을 주민이 소통하는 방식은 신뢰를 바탕에 둔 화합이다. 극단의 철학은 창작 레퍼토리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관객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실험을 통해 시민 극단으로의 확장을 꾀하게 되었다. 큰들의 충성 고객이자 든든한 지원군인 후원 회원은 단순한 관계를 넘어 예술적 공감대를 함께 나누는 가족이 되었다. 지역마다 인구 소멸의 문제를 ‘정주 인구’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전력하고 있다. 하지만 큰들이 끈끈한 ‘관계인구’를 늘려 간 방법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작은 공연 단체의 입주가 만들어낸 산청의 변화는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인식의 변화를 만들었다. 예술의 본질은 ‘가장 개별적인 것을 통해 전체와 연결하려는 노력’이다. 올해 큰들이 창단 40주년을 맞이했다. 지역 인구와 문화 소멸의 시대에 극단 큰들의 모습은 60년 후 ‘100주년 극단 큰들’을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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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의 컨텐츠 개발을 넘어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인간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여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극단 큰들의 진정성 있는 활동과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식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작은 강아지 '살랑이'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신중함과 배려심은 그들의 공동체 정신을 아름답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40여 명의 배우들이 한 마을에서 7년째 함께 살며 만들어가는 예술과 일상의 조화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극단 큰들의 사례는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귀중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들이 구축한 공동체적 가치 체계와 문화적 실천 방식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말한 "예술의 목적은 우리의 충동 에너지를 기쁜 만족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관점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극단의 다섯 가지 원칙을 실천하는 모습도 감동적입니다. 특히 2400여 명의 후원 회원들과 맺고 있는 끈끈한 관계는 단순한 예술 단체를 넘어 하나의 가족같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쌀을 나누고, 손편지를 보내고, 재난 시에 안부를 걱정하는 등 진심 어린 소통 방식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는 모습입니다. '길막' 어르신과의 관계가 오히려 든든한 응원으로 바뀐 것처럼, 갈등을 극복하고 더 깊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감동적입니다. 인구 소멸 시대에 이렇게 문화예술로 지역을 살리고 관계의 깊이를 더해가는 극단 큰들의 활동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문화정책적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4 소멸위기 대응 문화적 지역활성화' 사업이 지향하는 바를 선제적으로 실천해온 모델로서, 향후 문화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입니다. 특히 지역의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에 있어, 예술단체의 자생력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낸 점이 돋보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예술이 단순한 공연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지역을 살리며, 진정한 의미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60년, 그들의 100주년을 향한 여정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지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