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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지역문화예술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지역 활성화 사업 참여 예술인 대담

예술을 통해 전국 인구감소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생활인구를 형성하려는 목표 아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4 소멸위기 대응 문화적 지역활성화’ 사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지역문화예술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인구감소지역이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사업 참여 단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참여자_곽은선·박찬웅·양지나·조국원·유명상
  • 참여자_양지나

    양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교류협력팀 대리

  • 참여자_곽은선

    곽은선

    고성문화재단
    축제공연팀장

  • 참여자_박찬웅

    박찬웅

    노마도르 대표

  • 참여자_조국원

    조국원

    클라우드컬처스 대표

  • 참여자_유명상

    유명상

    협동조합 청풍 이사

양지나 오늘 사회를 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교류협력팀의 양지나 대리입니다. ‘2024 소멸위기 대응 문화적 지역활성화’ 사업의 담당자로서 사업 참여 단체와 함께 인구감소지역 및 관심지역에서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한 분씩 간단한 자기소개와 지역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조국원 경북 영주에서 ‘클라우드컬처스’라는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조국원입니다. 선친(故 조재현)께서 영주의 문화기획자이자 예술인으로서 일궈 놓으신 영주소백산예술촌도 뒤를 이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술인 집안에서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청소년 시절에 영주에서는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최근에도 지역민의 주된 고민이 ‘오늘 뭐 하지?’라고 할 정도로 지역민이 지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활동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고요. 그래서 지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작해 보던 중 예술위의 사업을 접하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곽은선 고성문화재단의 곽은선 축제공연팀장입니다. 저는 원래 서울에서 공연일을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멈췄을 때 서울을 떠나 고성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고성에 머무르는 동안 고성군문화원을 통해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사업’에 2년간 참여하며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지역문화와 관련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고성문화재단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박찬웅 경북 울릉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컬 콘텐츠 기획사 ‘노마도르’의 박찬웅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공연예술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번아웃이 왔을 때 울릉도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울릉도가 예상보다 무척 좋더라고요. 울릉도가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라는 걸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여러 번 진행하다 보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중에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많았어요. 지역에서 놀거리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문화예술이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거죠. 그래서 이후에도 문화예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가장동쪽 영화제’, ‘한 달 살이’ 여행 등 울릉도의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유명상 인천 강화의 ‘협동조합 청풍’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상입니다. 강화로 오기 전에는 동인천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했고 청년문화공동체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청년들이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여러모로 한계를 느꼈죠. 이에 자생적인 생존 기반을 모색하고, 청년들을 위한 문화적·경제적 생태계를 만들어 보고자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2013년부터 강화에서 활동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2020세계유산축전’ 프로그램 현장 사진 ⓒ클라우드컬처스

‘2020세계유산축전’ 프로그램 현장 사진 ⓒ클라우드컬처스

‘낭만주의’ 프로그램 현장 사진 ⓒ클라우드컬처스

‘낭만주의’ 프로그램 현장 사진 ⓒ클라우드컬처스

영주소백산예술촌 전경 ⓒ클라우드컬처스

영주소백산예술촌 전경 ⓒ클라우드컬처스

ROUND 1

인구감소지역을 거점으로 한
문화예술활동의 필요성
양지나 오늘 대담에 참석해 주신 분은 모두 인구감소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 오고 계십니다. 하지만 수도권이 아닌 타 지역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예술인 개인으로나 예술단체 입장에서도 수도권에 비해서 헤쳐 나가야 하는 장애물이 많다고 느끼신 순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거점으로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명상 지역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지만 더 독특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지역에는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의 삶을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이미 온갖 그림이 가득한 도화지와 같습니다. 연필, 사인펜, 물감 등 내 삶을 그려나갈 재료는 풍족하지만 도화지가 이미 가득 차 있어서 그림을 그리려면 그 위를 경쟁적으로 찢고 덧칠해야 하죠. 반면 지역에서의 삶은 새하얀 도화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껏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연필이 없어서 나무를 자르고 석탄을 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죠. 지역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하다 보면 이렇듯 막막함을 느끼는 순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여건이 갖춰지기만 한다면 수도권보다 더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박찬웅 지역의 문화예술 콘텐츠가 다양하게 활성화되어야 사람들이 그 지역을 여러 번 즐겨 찾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는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다 보니 제주도를 두세 번씩 찾는 관광객이 많습니다. 반면 울릉도는 ‘독도를 가기 위해 들르는 섬’, ‘한 번 가면 충분한 섬’으로 생각하는 분도 계신 것 같아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고유한 역사 등 울릉도가 본래 갖고 있는 자원은 풍부하지만 그것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풀어내는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울릉도를 여러 번 찾아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울릉도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강릉과 울릉이 함께하는 축제인 ‘릉릉위크’를 열고 여름에는 ‘우리나라 가장동쪽 영화제’를 개최하며 가을에는 방탈출게임을 콘셉트로 한 ‘미스터리 울릉’과 클래식 음악회 등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조국원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지역 거점의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영주에는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예술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역사적인 문화예술 자원이 많습니다. 하지만 영주에서 활동하는 젊은 문화예술인이 부족하고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적 인프라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지킬 수 있었던 지역 고유의 문화와 자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영주의 극단과 문화예술 협회도 이러한 위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타 지역의 예술인을 수용하며 협력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곽은선 지역을 거점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활동과 교육은 궁극적으로는 국내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역 간 문화예술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수도권에 쏠린 문화예술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 예술인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예술이 계속해서 성장해야 합니다. 지역에서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콘텐츠를 보기 위해 그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도 늘어나겠죠.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자신이 속한 지역과 타 지역을 넘나들며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국내 문화예술 자체의 규모도 커질 겁니다.
‘울릉도 가장동쪽 영화제’ 현장 사진 ⓒ노마도르

‘울릉도 가장동쪽 영화제’ 현장 사진 ⓒ노마도르

‘릉릉위크’ 프로그램 현장 사진 ⓒ노마도르

‘릉릉위크’ 프로그램 현장 사진 ⓒ노마도르

‘릉릉위크’ 프로그램 현장 사진 ⓒ노마도르

‘릉릉위크’ 프로그램 현장 사진 ⓒ노마도르

‘미스터리 울릉’ 프로그램 현장 사진 ⓒ노마도르

‘미스터리 울릉’ 프로그램 현장 사진 ⓒ노마도르

ROUND 2

‘2024 소멸위기 대응 문화적 지역활성화’ 사업
단체별 사업 취지 및 활동 내용 소개
양지나 예술위의 ‘2024 소멸위기 대응 문화적 지역활성화’ 사업은 인구감소지역의 문화예술을 활성화해서 인구 이탈을 막고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지원해 외부 인구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행되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소멸 위기 지역 117개를 대상으로 공고를 진행했고 그중 6개 지역에 소재한 단체가 최종적으로 선정되었죠. 오늘 자리해 주신 인천 강화의 ‘협동조합 청풍’, 강원 고성의 ‘고성문화재단’, 경북 영주의 ‘클라우드컬처스’와 울릉의 ‘노마도르’ 외에도 강원 태백의 ‘탄탄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전남 강진의 ‘강진군문화관광재단’이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각각 진행하고 계신 사업의 내용과 방향성을 소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국원 저는 영주소백산예술촌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예술창작을 통해 문화예술 관계인구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앞서 간단하게 말씀드린 것처럼 영주소백산예술촌은 선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 지역문화예술 거점 공간입니다. 영주 부석면의 폐교를 활용해 만든 공간으로 극단 미추를 이끌고 있는 손진책 연출가,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인 고(故) 이두식 화백 등 많은 예술인의 작업실이 있었죠. 지금은 일반 시민에게도 개방된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에서는 전국의 청년 예술인을 위한 ‘낭만주의 페스티벌’과 전국 공연팀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지원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영주의 지역 예술인 및 지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이들이 영주의 관계인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명상 저희 협동조합 청풍도 강화의 관계인구를 늘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지역 변화의 핵심은 거주 인구나 관광객 수가 아니라 ‘그 지역에 애정을 품고 있는 팬’의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팬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지역 내부에 있는 사람도 자신이 사는 곳을 다시 보게 되며 자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어떻게 해야 강화에 팬심을 갖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강화에 잠시 머무르며 자신과 마을을 탐색하는 관광 프로그램인 ‘잠시섬’과 함께 ‘잠시섬 어드벤쳐’, ‘널불러지금 콘서트’ 등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워크숍 프로그램인 ‘매일매일 영감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주위에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 재방문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몹시 뜻깊게 생각합니다.

‘잠시섬’ 프로그램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잠시섬’ 프로그램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잠시섬’ 프로그램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잠시섬’ 프로그램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잠시섬’ 프로그램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박찬웅 이번 사업을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울릉도의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도 울릉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돌이켜보니 대부분 외부에서 콘텐츠를 가져와 울릉도를 배경으로 실행하는 형태에 지나지 않았더라고요. ‘우리나라 가장동쪽 영화제’도 외부에서 출품작을 선정해 울릉도에서는 단순히 상영만 하는 방식이었고요. 그래서 올해 영화제는 ‘울릉, 섬 그리고 자연’을 주제로 작품을 공모해서 울릉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선보였습니다. 내년에는 울릉도에서 제작한 영화 서너 편을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게 목표고요. 앞으로도 콘텐츠 레지던시 사업을 통해서 그리고 울릉도 주민과 함께 영화나 음악 등 콘텐츠를 제작해서 울릉도도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만든 콘텐츠를 활용해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울릉도를 홍보할 수 있을 테고요.
곽은선 고성문화재단은 인구 유입에 중점을 두어 이번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입 목표 인구를 불특정 다수의 관광객이 아니라 ‘예술인’으로 좀더 세밀하게 타겟팅했고요. 고성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인구가 소폭 상승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예술인이었습니다. 여기서 착안하여 “예술인은 고성을 좋아한다. 고성은 예술인이 필요하다.”라는 키워드로 ‘아트케이션 고성’이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 프로그램인 ‘한달살기 명파’에서는 외지의 청년 예술인을 고성의 명파 마을로 초대해 한 달 살기의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그 후에는 한 달 살기를 경험한 예술인이 지역주민 및 지역 예술인과 함께 마을 일대에 예술 작품을 조성하는 ‘레지던시 명파’를 진행했고요.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은 이 예술 작품을 활용한 ‘아트케이션 페스타’를 개최해 고성 주민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울릉 아티스트 레지던시 ‘망망대해’ ⓒ노마도르

울릉 아티스트 레지던시 ‘망망대해’ ⓒ노마도르

아티스트 레지던시 ‘망망대해’ ⓒ노마도르

아티스트 레지던시 ‘망망대해’ ⓒ노마도르

‘아트케이션 고성’ 포스터 ⓒ고성문화재단

‘아트케이션 고성’ 포스터 ⓒ고성문화재단

‘아트케이션 고성’ 공연 현장 사진 ⓒ고성문화재단

‘아트케이션 고성’ 공연 현장 사진 ⓒ고성문화재단

양지나 이번 사업을 진행하며 저도 강화, 고성, 울릉, 영주 지역의 현장을 모두 돌아보았는데 말씀하신 방향성이 잘 드러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또 운영된 것 같습니다. 특히 네 분 모두 어떻게 하면 지역민이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향유하게 만들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행사를 마무리하신 곽은선 팀장님부터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지역주민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는지, 지역주민분과 함께 어떤 성과를 이루어내셨는지에 대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곽은선 이전에는 라운드테이블 같은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요청드리면 그런 자리를 낯설어하기도 하고 의견 내는 걸 부끄러워하기도 하며 피하는 주민분이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마음을 여셔서 고성문화재단의 프로그램에도 많이 참여해 주시고 마을을 방문할 때도 반갑게 맞아주시곤 합니다. 저희가 ‘한달살기 명파’를 진행하면서 참여 예술인에게 내건 조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마을 사람들을 마주치면 인사하기’였어요. 우연한 만남과 정겨운 대화를 계기로 예술인과 마을 주민분이 많이 친밀해지신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행사 때는 예술인들과 마을 주민분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특히 할머니들께서 “작가 선생님들이 떠나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하며 무척 아쉬워하셨습니다. 이에 예술인들은 앞으로도 자주 명파 마을에 찾아오겠다는 말씀을 남겼고요. 이렇게 예술인과 지역주민이 관계인구 차원에서 깊은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게 무척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성문화재단의 축제공연팀은 올해 신설되었고 예술인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도 없다 보니 사업을 진행하며 힘든 점이 많았는데 그만큼 보람도 큰 것 같습니다.
박찬웅 저도 울릉도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지인이었는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이제는 울릉도 주민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제 주소지가 울릉도에 있다고 해서 울릉도 주민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거든요. 주민분들께서도 저희가 만드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지역에 보탬이 되는 걸 알아주시고 인정해 주시기 때문에 저희를 일원으로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한번은 어촌 계장님이 “이런 행사는 너희가 다 알아서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씀하신 적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잘하고 있다는 격려의 뜻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 이런 행사는 주민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게 아닌지도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예술인과 지역주민이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기도 하고 든든한 우군처럼 저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세요. 앞으로는 콘텐츠 제작이나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도 지역주민분과 협력하여 울릉도를 ‘관광예술섬’으로 함께 리브랜딩해 보려고 합니다.
조국원 저도 이번 사업을 계기로 클라우스컬처스를 지지해 주시는 분이 굉장히 많아졌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연극캠프’를 진행했는데 캠프가 끝난 후 학부모님들께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프로그램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믿고 참여하겠다고 응원해 주셨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연극캠프가 있으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히셔서 무척 뿌듯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문화예술을 즐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가질 수 있었고요.
유명상 다른 사람의 삶 또는 내가 속해 있는 커뮤니티에 기여한다는 느낌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느낌을 갖기 어렵습니다. 경쟁도 심해졌고 함께 무언가를 경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도 돈을 주고 소비해야 하는 형태로 바뀌었으니까요. 협동조합 청풍에서 만든 ‘매일매일 영감 모임’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렇게 ‘기여하는 느낌’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감 모임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워크숍을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화에 여행을 온 요가 강사가 요가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간단한 요가 동작을 알려주는 거죠. 물론 쉬기 위해서 여행을 왔는데 이곳에서도 일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데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고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시는 분도 많죠. 그 덕분에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3개월 만에 90개가 넘는 영감 모임이 개최되었고, 영감 모임을 통해 많은 분이 행복감과 뿌듯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저희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영감 모임’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매일매일 영감 모임’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로컬릴레이 강화’ 페스티벌 퍼레이드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로컬릴레이 강화’ 페스티벌 퍼레이드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릴리 아프리카 캠프’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릴리 아프리카 캠프’ 현장 사진 ⓒ협동조합 청풍

아티스트 레지던시 ‘망망대해’ 프로그램 현장 사진 ⓒ노마도르

아티스트 레지던시 ‘망망대해’ 프로그램 현장 사진 ⓒ노마도르

ROUND 3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인의 제언
양지나 저는 문화예술 지원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니 전국 각지의 문화예술인을 많이 만나곤 합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며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여쭤보면 대부분 인프라가 부족한 게 큰 문제라고 말씀하시곤 해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오시는 분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예술인과 지역사회 그리고 정부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박찬웅 저 또한 인프라가 갖춰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던 예술인이 지역으로 왔을 때 가장 크게 느끼는 한계가 바로 기반시설의 부족입니다. 수도권에 비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서울에서는 문의 전화 한 번이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인데 지역에서는 발품을 팔거나 여기저기에 부탁을 해야만 해결될 때도 있습니다. 또 예술인 개인이나 작은 단체는 활동 공간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껴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합심해서 예술인에게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곽은선 지역의 유휴 공간이 문화예술 거점으로 탈바꿈한 사례가 아직은 부족하다 보니 공간을 내어주는 걸 꺼려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고성 아트케이션에서도 마을의 폐창고를 활용해 공연을 올렸는데 이 창고의 주인분도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폐창고가 공연장으로 멋지게 거듭난 모습을 보시고는 무척 기뻐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방치된 공간을 활용해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된다면 이런 공간이 더 많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국원 지역에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 중 대다수는 그 지역에 일자리를 구해 자리 잡게 된 경우입니다. 하지만 그 지역에 머무르는 이유가 오직 일자리 때문이라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순간 그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지 않을까요? 교통이 발전하며 이전보다 더 쉽고 빠르게 다른 지역을 오갈 수 있게 된 만큼 ‘이 지역에 계속 머무르고 싶다’는 감정을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지, 사람들이 이 지역의 팬이 되려면 어떤 것을 경험하게 해야 할지를 지역사회에서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유명상 지역소멸 담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지역소멸이라는 단어 자체가 서울 중심적인 관점일 수도 있습니다. 인구가 점점 감소한다고 해서 지역이 완전히 소멸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역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인구수가 아니라 그 지역의 매력적인 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지역과 맺고 있는 관계망입니다. 지금 인구감소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여 그들이 살기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간다면 그 지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차츰 늘어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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