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위치한 기관 프로젝트 에이스피랄(ace’)는 해외 각국에서 레지던트들을 모집해 작업할 공간을 제공하고, 협업을 도모해 문화적 다양성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Colegiales라는 지역에 있으며 이 지역은 도시 중심부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는 지역입니다. 에이스피랄의 공간은 메인 전시 홀, 프린팅 스튜디오, 복층 공간, 메인 건물 밖 2층 공간 등으로 용도에 맞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레지던트들은 각자의 작업 방식에 맞는 공간을 기관 관계자와의 협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업 방식과 전시 방식도 관계자와의 충분한 협의와 의논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예술가 개인의 다양한 예술적 탐험을 지지하며 동시에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레지던트와의 협업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레지던스 기간 내 자유로운 창작활동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레지던스가 시작될 때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을 바탕으로 어떠한 작품을 만들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레지던스 디렉터 및 테크니션 등과 충분히 상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프린팅 스튜디오 공간에서 그 특유한 공간을 활용한 사운드 오브젝트 설치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들은 흔쾌히 제 제안을 받아들여 프린팅 스튜디오에서의 사운드 설치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특히 프린팅 스튜디오의 코디네이터와의 의사소통이 매 스튜디오에서의 작업 때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프린팅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도구나 기계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한 작업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주었습니다. 그 역시 작업을 하는 작가였기 때문에 서로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현지 예술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특이하면서도 매우 좋았던 점은 매일 1시쯤 다른 레지던트들과 함께 하는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점심을 먹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레지던트들에 대해 서로 알아갈 수 있는 귀한 시간이였습니다. 각자의 작업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 공연 등을 서로 추천해주기도 하고, 식당 이야기, 월드컵 이야기등의 스몰토크가 오고 가는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매주 목요일은 직접 음식을 가져와 점심을 나눠먹었고 목요일을 뺀 나머지 시간에는 점심을 제공해주었습니다.
*매 식사에는 채식 옵션이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세 명의 레지던트는 채식을 지향하고 있었는데 기관 쪽에서 매 식사 때마다 채식 옵션을 준비해주었기 때문에 항상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레지던스 디렉터와 함꼐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 공연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들은 스페인어에 미숙한 저에게는 직접 알아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디렉터가 직접 레지던트들에게 현대미술 작가 및 전시를 추천해주어 함께 방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때문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와 예술공간을 몇 차례 방문할 수 있었고 또한 이 시기에 진행하고 있는 퀴어 페스티벌까지 참여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문화적 경험을 하였습니다.
전시 오프닝. 전시 오프닝 전 설치 기간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작품을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의논을 통해 작품의 자리배치가 가능했고 만족스러운 설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작품에 대한 의미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영어로 쓴 작가노트를 스페인어로 번역해주는 등의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프닝 당일에는 예상보다 매우 많은 관객들이 방문했습니다. 관객들에게 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동시대를 살아가며 작업하는 사운드, 미디어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몇몇의 작가들과는 사적으로도 만나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등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01.
프레젠테이션을 바탕으로 어떠한 작품을 만들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방향성 상의
02.
프린팅 스튜디오에서의 사운드 설치 작업
Residence programs and other matters
(uch as accommodation, local culture, etc.)
지구의 남반구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한국과 정반대의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레지던스를 진행했던 시기는 11월~12월로 한국은 겨울이었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섭씨 30도를 왔다갔다하는 여름 날씨였지만 한국처럼 습한 여름은 아니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또한 길거리에 키가 큰 가로수들이 자연스러운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고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공원이 곳곳에 있어 걷기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라는 이름이 ‘좋은 공기’라는 뜻인만큼, 거의 매일 맑고 파란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미세먼지나 대기질 이슈가 있는만큼, 좋은 공기를 가진 나라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씨티에서만 35일 정도 체류하였는데 이 중 하루에서 이틀정도 굵은 빗방울을 동반한 폭풍(?)이 있었고 이외에는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상쾌하고 깨끗하며 연교차가 크지 않은 날씨 덕분인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길거리에는 테이블을 펴고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식당을 예약할 때도 테라스 자리가 먼저 예약될 정도로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적인 곳이었습니다. 테라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카페나 식당의 앞문에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위한 물컵이 항상 놓여있었고 강아지들은 지나가는 길에 물그릇에서 목을 축이며 잠시 휴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반려견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한국보다는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나기 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나라와 국민들이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도시의 분위기나 치안 상황에 대해 걱정한 부분이 있었으나 막상 도착해보니 도시의 분위기는 매우 밝았고 여유로운 공기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여행자라는 외부인의 시선이었기에 자세한 실상을 알 수는 없었지만 도시의 공기, 주고 받는 대화에서 느껴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상의 에너지였습니다. 제가 한 달여간을 머무르며 주로 다녔던 곳은 미술관, 갤러리, 공연장, 식당, 카페, 공원, 마트/시장 정도였는데 어디를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은 환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낯선 이에 대한 차별이라던지, 언어 구사력에 대한 차별 등 부정적 감정교류는 거의 생기지 않았고 그저 있는 그대로, 여행자 신분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내 집 같은 편안함은 아니였지만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긴장감, 무력감 등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안전하게 느껴지는 도시의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음식. 한마디로 정말 제 입맛에 꼭 맞았고, 맛있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감히 미식의 도시라고 말해볼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소고기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다는 이야기를 미디어나 지인들을 통해서 들은 바가 있어 가면 고기 밖에 먹을 것이 없는 것 아닐까하는 걱정을 했었지만, 음식의 다양성이 굉장했습니다. 카페나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채식 옵션을 거의 매번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채식, 비건음식의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또한 과일, 채소의 품질이 좋아서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음식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식사시간은 점심과 저녁 사이 Merienda 라고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점심보다는 적은 양, 저녁 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사를 하는데 이 늦은 오후 일정을 끝내고 테라스에 앉아 식사와 커피를 여름날의 햇살과 여유를 만끽하곤 했습니다. 이 메리엔다 시간이 있는 만큼, 저녁시간은 자연스럽게 늦어지게 되어, 현지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려면 저녁 아홉시 열시 정도나 되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늦은 시간에 밖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것에 겁을 먹었지만, 열두시 한시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도 길에는 산책을 하는 강아지와 사람이 꽤나 있었고 큰 위험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마 숙소가 있는 지역이 부에노스 아이레스 지역 중에서도 굉장히 안전한 편에 속하는 곳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03.
매일 다른 레지던트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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