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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

사(私)적인 취향, 사(事)적인 콘텐츠가 되다
아트 크리에이터

우리는 방대한 정보, 알 수 없는 알고리즘 속에서
희소하고 고유한 나만의 메타데이터를 찾아 헤맨다.
창작자와 향유자의 세계, 나와 타인의 취향을
연결하는 고도화된 플랫폼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지극히 사사로운,
그러나 기어코 사사롭지 않은 일들을 하는 이들과
문화예술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글_최지애,이소영,황정후
서점 지기의 콜네임
북 콘텐츠 크리에이터 ‘청맥살롱’
1960년대 초, 영국 웨일스의 헤이 온 와이(Hay-on-Wye)는 쇠락한 탄광촌이었다. 이곳에 20대 청년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가 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는 마을 소방서 건물 한쪽에 헌책방을 열고, 세계를 돌며 헌책과 고서를 모았다. 1977년 만우절에 헤이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마을을 독립국으로 선언한 것처럼 괴짜 같은 그의 열정이 마을 사람들을 변하게 했고, 리처드 부스와 마을 사람들은 헌책방 조합을 만들어 빈집을 헌책방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산간벽지에 들어선 헌책방 마을은 독특한 콘텐츠로 알려졌고 어느 순간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왔다. 1988년에는 문화기획자 노만과 피터 플로렌스 (Norman & Peter Florence) 가 책마을을 알리기 위해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을 기획했다. 현재는 책을 매개로 영화, 음악, 공연 등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오가는, 영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축제가 됐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부커상 수상자 발표도 비슷한 시기에 하는데, 수상자로 선정되면 곧바로 헤이 페스티벌에 가서 독자들을 만난다.
상상해보자. 세계 최초의 헌책방 마을에서 해마다 열리는 북 페스티벌이라니. 버킷리스트에 잉크가 마르기 전, 당장이라도 내년 5월 항공권을 지르고 싶어진다. 오래된 마을 골목 곳곳에는 여전히 문을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서점들이 있다. 범죄 소설 서점, 어린이 전문서점, 헤이 성 뜰에 있는 야외 무인 서점 등. 마을 입구에 있는 시네마 서점에서는 시 낭독회, 독서 모임 등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곳을 모티브로 세계 곳곳에 책마을이 자리 잡았다. 서점이 마을을, 책이 세상을, 사람이 문화를 바꿔놓았다.
뉴욕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 구역에 있는 블루스타킹스(Bluestockings) 독립서점은 페미니즘 전문 서점으로 시작했다. 매달 페미니스트와 진보적 교육자들을 위한 북클럽이 열렸고, 레즈비언들이 모여 뜨개질하는 친목 모임이 있었다. 여성과 트랜스젠더를 위한 오픈 마이크를 열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작품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는 인종 문제, 퀴어 문화, 사회 운동 등 다양성에 목소리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련한 도서로 서가를 채운다. 2명의 유급 직원 이외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공간 운영을 돕는데 그들은 큐레이션부터 프로그램 진행 전반을 주도적으로 기획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서점에서 사람들은 당대의 이슈에 주목하고, 관련한 책을 함께 읽고, 공정 무역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국내에도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동네책방, 독립서점이 수백 곳이다. ‘청맥살롱’은 중앙대학교 앞 인문 사회과학 서점인 청맥서점의 맥을 이어 2018년 다시 문을 열었다. 강연, 공연, 전시, 출판 등 지금껏 책을 매개로 다양한 독자와의 접점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구청과 함께 동네서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마을 공유오피스 역할도 했다. 마을 주민이 강사가 되어 재능을 나누기도 하고, 지역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도 화요일마다 엄마들이 모여 그림책과 동화책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과 수업할 문화예술교육 커리큘럼을 만드는 모임을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프로그램은 모든 사람을 위한 문화에서 모든 사람에 의한 문화로(Culture for Every body, Culture by Everybody)로 바뀐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다. 청맥살롱의 이웃인 가가77, 청색종이, 다시서점, 조은이책방, 시인의집, 지금의세상, 책인감, 지구불시착, 더숲 등 저마다 다른 개성과 특징을 가진 서점에서도 매달, 매주, 매일 독서모임, 북토크, 낭독회, 워크숍, 커뮤니티 모임이 열리고 있다.

청맥살롱 인터뷰 Ⓒdongjakin

후미진 골목 끄트머리쯤에 서점이 있다. 책방 안 조명은 은은했고 몇몇 사람들이 머물러 서가에서 빼든 책을 들여다본다. 서점 지기와 격의 없이 안부를 나누거나 책을 추천받는 일도 흔하다. 곳곳에 부착한 행사 포스터를 보며 참여할 수 있을지 일정을 확인하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책을 살 목적으로 들어와 이내 책만 사서 나갔을 것이었다. 지금의 독자들은 책방 자체를 궁금해하고, 책방에서 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진다. 독자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서점 지기들이 달라진 것에 연유한다. 서점 지기가 책을 콘텐츠로 보고 독자를 문화향유자로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책을 파는 것을 넘어,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았다. 이 작은 태도의 변화가 서점의 아이덴티티를 바꿔놓았다. 결론적으로 동네서점에서 서점 지기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사람일 수 없다. 그들의 기획력과 북 큐레이션은 작은 공간의 한계를 거대한 세계로 만드는 무기가 된다. 취향과 기호의 반영이 서가를 특색있게 만들고, 그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이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점차 서점은 책을 사는 공간이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이 되고, 동네의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한다. 그 중심에서 일하는 북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어쨌든 서점의 성패와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에.
대형서점 유통 시스템과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출판사와의 책 거래에서 대형서점처럼 입고율을 낮출 수도 없다. 다량의 책은 어디 놓을 곳도 없고 재고 처리도 문제다. 그보다는 독자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방문 빈도수를 높이고, 온라인 소통은 넓게 오프라인 교류는 깊게 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북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과연 직업인가? 아니, 그것은 기획자들의 활동을 수식하는 언어, 하나의 콜네임이 아닐까. 그러니 서점 주인이 아니어도 우리는 누구든 북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문화기획의 시작과 끝은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도록 하는 것에 있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책이 된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책을 사게 한다.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이야기가 뒤섞인 공간이 서점이다. 그곳에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과거보다 훨씬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를 살지만, 여전히 이웃과 어깨 걸고 연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있어 동네책방, 독립서점이 계속 존재할 수 있다. 동시에 그러한 삶의 추구가, 플랫폼으로서 서점이 책이라는 물성보다 책이 가진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서로 생각하고 행동하자고 권하는 이유다. 서점 지기는 북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도서 큐레이팅과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을 진행하는 진지한 예술가이다.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궁극은 문화 민주주의와 문화 다양성이다. 또한 바로 그것이 서점이 골목에서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다.
청맥살롱 바로가기 : https://www.instagram.com/seodalro161_1/
최지애
최지애(소설가, 문화기획자)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3년 심훈문학상을 수상, 2014년 계간 <아시아>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앤솔러지 『숨어 버린 사람들』 『마스크 마스크』에 작품을 수록했고, 소설집 『달콤한 픽션』이 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문화기획사 다랑어스토리와 동네서점 청맥살롱 대표이다.

미술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다양한 표정
‘아트메신저 이소영’
몇 년 전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맛집 검색할 때 유튜브로 검색해!” 당시 나는 믿을 수 없어서 되물었다. “네이버나 구글, 다음이 아닌 유튜브에서 맛집을 검색해? 신기하네” 몇 년이 흐른 지금, 나는 궁금한 게 생기면 제일 먼저 유튜브를 찾는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한 개인이 직접 영상 촬영부터 편집 제작까지 가능한 1인 미디어를 탄생시켰다. 사람들은 매일 끊임없이 영상들이 제작되고 유통되는 유튜브(YouTube)라는 바다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1인 방송국 채널을 찾아 구독하고 팬이 된다.
2018년 가을, 나는 처음 ‘아트메신저 이소영’이라는 미술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원대한 포부나 특별한 목표는 없었다. 너도나도 유튜브를 시청한다길래 늘 사용하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나아가 호기심에 새로운 채널을 오픈한 것이다. 유튜브를 시작하는데 특별한 장벽은 없었다. 나는 지난 10여 년간 블로그에 미술 정보나 미술 에세이를 기록해왔고, 동시에 5년 동안 인스타그램을 사용해 블로그보다 짧은 미술 콘텐츠를 만들어 게재했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유튜브는 기존에 하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는 판이했다. 우선 영상은 글이나 사진보다 입체적이고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고 다듬는 시간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비해 최소 5~10배는 더 필요했다. 심지어 유튜브 영상은 업로드 후 수정할 수 없어 제작할 때 마다 더욱 밀도 있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미술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와 블로그, 인스타그램으로 소개해온 지 어느덧 벌써 4년이 지났다. 현재 내 블로그와 인스타는 유튜브는 모두 비슷하게 약 3만 명의 팔로워가 함께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이 세 플랫폼을 비교해보자면 가장 편하고 빠르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인스타그램, 나아가 조금 더 긴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은 블로그이다. 그리고 가장 노동과 시간이 많이 들어도 가장 임팩트가 큰 것은 유튜브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는 나를 팔로잉(구독)하고 있더라도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아는 척하기 어렵다고 한다. 내 사진이 게재되더라도 평면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다르다. 얼굴, 행동, 말투나 어감, 분위기 등 나를 나타내는 모든 요소가 온라인을 통해 오픈되고 소통하기에 오프라인 미술 현장에서 만났을 때 다른 두 플랫폼에 비해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즉 유튜브를 통해 나를 만난 사람들이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팬이 많은 편이다.

하루5분 미술이야기 Ⓒ아트메신저 이소영

나는 현대미술 관련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 주로 직접 다녀온 미술 전시회, 아트 페어, 내가 구매한 미술 작품과 구매한 이유, 우리 집에 작품이 설치되는 현장 등을 영상으로 찍어 선택 후 편집한다. 즉 나에게는 평범한 일상인 미술 교육과 강의 현장, 취미인 아트 콜렉팅 모습 일부를 유튜브로 보여주는 것이니 나의 루틴이 상당수 솔직하게 반영된다. 초반에는 좋은 카메라와 삼각대 모든 것들을 들고 다녔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적당한 콘텐츠를 찍을 수 있어서 3년째 영상 촬영과 편집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물론 삶의 속도가 영상 업로드의 속도를 쫓아갈 수 없기에 여러 일상 중 미술애호가나 미술을 이제 막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상 위주로 올리려고 노력한다. 내가 하고 싶은 미술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궁금해하는 미술 콘텐츠를 알려주는 것이 더욱 유의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술은 오랜 시간 전문가들의 영역이자 일부 마니아들의 분야였다. 미술을 좋아해도 정보를 찾거나 미술계에서 일하는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또는 미술교육자는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나아가 콜렉터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작품을 구매하는지 궁금해도 알 길이 없었다. 큰 방송국이나 메인 채널에서 이 같은 좁은 분야를 다룰 리 만무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와 같은 개인 채널들이 본인의 경험과 지식, 정보를 많은 사람과 나누며 소통하고 있는 덕에 미술계가 궁금한 누구나 유튜브 채널 또는 다양한 미술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며 낯설었던 미술계 안으로 용기 내어 들어와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아트메신저 이소영’의 구독자들은 아트 콜렉팅과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덕분에 마음 놓고 미술 이야기만 끝없이 늘어놓아도 마음이 편하다. 형식적인 화가나 작품 소개보단 그 뒤에 있는 리얼한 미술계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 하고 그런 것들을 올렸을 때 유독 반응이 좋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미술 유튜브 채널을 4년 남짓 운영한 덕분에 평소 하던 일과는 다른 새로운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여러 기관과 브랜드 협업이다. 유튜브는 영상이기에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담겨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보다 새로운 프로젝트 제안이 많이 왔다. 이를테면 내가 유튜브에서 아티스트를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고,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아티스트 토크 행사 의뢰를 한다거나 해외 아트 페어에 가서 미술 작품을 설명하는 영상을 보고 국내 아트 페어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오는 식이었다. 미술책을 좋아해서 미술책 소개를 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면 출판사들로부터 재미있는 협업 제안이 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아하는 미술을 마음껏 이야기하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유튜브는 ‘미술 덕후’인 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미술을 편히, 그리고 열심히 보여주며 인정받는 공간이다. 결국 아트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꾸준히 발전하는 길은 하나로 귀결된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정리해 보여주는 것’
아트메신저 이소영 바로가기 : https://www.youtube.com/channel/UC682FgVuSe0ZaWYW-_Atw0w
이소영
이소영(미술 에세이스트)

소통하는그림연구소, 조이뮤지엄 등 여러 미술교육 기관을 운영하고 미술 에세이스트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저서로 『하루한장 인생그림』,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미술에게 말을걸다』, 『처음 만나는 아트컬렉팅』 등이 있으며 유튜브 채널 ‘아트메신저 이소영’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을 전달하고 있다.

좋음의 공명에 초점을 맞추다
‘뮤지컬천재 황조교’
스스로가 느낀 좋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다. 예술은 감상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작품을 두고 주고받는 자유로운 대화를 시작으로 비평과 논평에 이르기까지 ‘예술에 대한 이야기(콘텐츠)’는 예술의 탄생과 함께 존재해왔다. 즉, 장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것에서 파생되는 이야기 역시 죽지 않는다. 그렇게 내뱉은 이야기는 무수한 콘텐츠로 남아 복잡한 우리 세상을 유영한다.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던 우리는 무수한 신호와 소음 속에서 ‘나의 좋음’과 공명하는 이야기를 붙잡으려 애쓴다. 좋음의 주파수가 일치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서로의 이야기에 ‘다정한 공감’을 자아내는 공간, 누구라도 스스로가 느낀 좋음에 대해 부정당하지 않는 공간,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의 일상과 작품이 동기화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가 운영하는 ‘뮤지컬천재 황조교’ 채널의 궁극적인 목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서로의 좋음에 대해 이야기 한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콘텐츠를 만들며 견지하고 있는 단 하나의 기조는 ‘적어도 누군가의 관극 기회를 빼앗진 말자’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이 모든 관객에게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는 없지만, 그 어떤 작품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즉, 예술 작품은 한 개인의 서사와 맞닿을 때 폭발적인 힘을 가진다. 천차만별의 삶을 살아가던 관객들은 극장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들어서 다닥다닥 붙어있는 객석에 앉아 공연의 시작을 기다린다. 불이 꺼지고 무대를 비추는 조명 아래 배우들이 쏟아져 나오는 그 순간, 극장은 ‘모두의 공간’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변한다. 작품 속 음악과 인물들의 연기에 삶을 투영시키는 과정을 통해 작품은 무수한 빛깔로 관객에게 새겨지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각인된 ‘좋음의 가치’에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느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텐츠 속에서도 내가 느낀 좋음의 크기와 모양을 이야기하지 나쁨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도 사람인지라 부족함을 느끼는 작품도 종종 있다. 그러나 비평가나 평론가가 아니기에 나의 섣부른 판단으로 하나의 공연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가로막히거나 각자가 느낀 좋음의 모양이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쓰는 <퇴근길 리뷰>에는 작품을 관통하는 커다란 키워드를 비롯해 공연을 통해 삶과 감정의 어떤 단면을 느꼈는지에 대해 조명할 뿐이다.
퇴근길 리뷰

퇴근길 리뷰 Ⓒ뮤지컬천재 황조교

그러므로 콘텐츠를 통해 건강한 방식으로 가치를 교류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느낌을 털어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가치와 좋음을 나누는 과정은 또다시 한 편의 공연이 되고 삶의 일각이 돼 장르를 지속해서 사랑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한 편의 공연을 보고 다양한 단상을 나누는 온라인 공연 토크 살롱 <오늘은 공연이 없습니다>, 뮤지컬 영화 <틱,틱...붐!>을 관람한 뒤 메타버스 공간에서 불안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털어놓았던 <틱친자들>과 같은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이 지친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찾기도, 스스로의 불안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했다. 느슨하게 연결된 온라인 공간에서 오히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용기가 샘솟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온라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네트워킹의 종착지는 오프라인으로 발 뻗어나간다. 비록 품이 많이 들지만 교류하는 ‘좋음의 밀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사랑으로 모여든 사람들과 공간 속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뮤지컬을 향한 사랑이 더욱 굳건해지기도 한다. 그만큼 오프라인이 주는 힘은 아직도 건재하다. 그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예술이 나를 위로하고 성장시키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퍽 가슴이 따뜻해진다. 우리는 콘텐츠를 통해, 온-오프라인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에게 느낀 ‘좋음에 대한 진동’을 간직한 채 훗날 어딘가에서 서로를 알아차릴 것을 약속하며 격렬하게 파도치는 세상의 바다로 또다시 뛰어든다.
뮤지컬천재 황조교 바로가기 : https://www.instagram.com/hwangjogyo_musical/
황정후
황정후(작가, 뮤지컬천재 황조교)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뮤지컬과로 편입했으나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게 됐다. ‘뮤지컬로 하나되는 세상’을 꿈꾸며 인스타그램, 유튜브, 방송, 온오프라인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뮤지컬 작품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이야기한다. 저서로 『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 『건반 위의 뮤지컬(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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