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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더 나은 지구를 위한
문화예술계의 역할

기업 경영에서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지향해야 할
ESG 가치를 고민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ESG 워킹그룹에 참여한 지역 문화재단의 실무 담당자들과
문화예술계 ESG의 방향성과 더 나은 지구를 위한
문화예술 기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참여자_ 김정·박현주·양지나·진민경
  • 참여자_김정

    김정

    부산문화재단
    기획홍보팀

  • 참여자_박현주

    박현주

    서울문화재단
    미래전략팀

  • 참여자_양지나

    양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 참여자_진민경

    진민경

    경기문화재단
    경영기획실

ROUND 1

문화예술기관, ESG를 고민하다
Q. 소속된 기관에서 ESG를 어떻게 인식, 실현하고 있나요?
양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에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성으로 ESG 경영을 하고 있는데요. 먼저 내재화를 위해 지난해 ‘ESG 주간’을 지정하고 임직원을 ESG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의류를 물물 교환하는 플리 마켓을 운영하고 우수 기업의 사례를 강연하는 등 ESG 경영이 어렵고 거창한 것이 아닌 우리 일상과 밀접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 드리기 위해 생활과 가까운 프로그램으로 구성했어요. 또 문화예술계에도 이 같은 인식이 반영될 수 있도록 예술 현장과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탄소 배출 감소 방법을 담은 가이드 ‘지속가능한 공연예술 창제작을 위한 안내서’를 배포했습니다.
예술위 지속 가능한 제작 가이드

예술위 지속 가능한 제작 가이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현주 저희는 내부 직원들의 경우 ESG의 개념과 중요성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지만, 그 실천 방법에 대해서는 막연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전사적으로 기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 기관이 ESG 경영을 중시하는구나’라는 것을 직원들에게 전하는 것이죠. 서울문화재단은 작년에 재단 중장기 전략 수립의 일환으로 4대 경영목표를 신설했고 그중 하나로 ‘ESG 참여 확대’를 설정했습니다. 실적을 가시화하기 위해 ‘재단 전체 사업∙경영 활동 중 ESG 활동 비중의 확대’로 지표를 정의했고 작년 기준으로 재단의 175개 세부사업 중 ESG 활동은 10% 정도로 확인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2027년까지 재단 전체 사업∙경영 활동의 30%를 ESG 사업으로 확대하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어요. 무엇을 ESG 활동으로 간주할지 아직 측정 지표를 고도화하는 단계지만, 예를 들어 E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인정함에 있어서 단순히 사업에 친환경적 요소가 들어간 것만으로 카운팅하는 게 아니라 사업의 목적 자체가 친환경, 기후 위기 대응이거나 사업의 운영 방식을 친환경으로 전환한 경우 등 측정기준 자체를 엄격하게 설정해 전사적인 성과로 연계하려는 체계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미션 비전 체계

미션 비전 체계 Ⓒ서울문화재단

진민경 경기문화재단은 전략, 추진 체계, 내재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우리의 ESG 경영을 대내외에 알리고 이때 조직의 변화가 먼저이기 때문에 내부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서 성과 지표에 모두 ESG 경영을 반영해 첫해에 실천 노력과 성과를 평가했고, 실질적인 정책의 결정권, 실행할 수 있는 역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ESG경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 내 부서별 ESG 담당자를 중심으로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조직 구성원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조직 내 ESG 경영활동 우수사례 공모전을 했는데요.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이제는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ESG 개념을 고려하고 반영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SG 경영 체계

ESG 경영 체계 Ⓒ경기문화재단

김정 저희 기관과 비교해 세 기관이 모두 체계적이라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부산문화재단은 2019년 비전 2030을 수립해 ‘문화예술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라는 미션을 만들었어요. 당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ESG를 반영하는 흐름이 생겨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직원들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겠다는 큰 방향성을 공감했고 업무하는 과정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어 생각보다 수월하게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 기후 위기에 따른 예술 활동을 하고 계시는 예술 단체, 예술인 사례 연구조사 및 포럼도 진행하고, 해양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 프로그램을 4년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쓰레기를 줍고 예술가와 함께 예술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환경 문제를 일상에 끌어들여 문화예술 활동으로 전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야외 행사 시 나무 소재인 친환경 부스를 사용하고 현수막이나 배너도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것들을 쓰려고 합니다. 이밖에 마을건강센터와 연계한 예술 치유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치코밍 프로그램

비치코밍 프로그램

비치코밍 프로그램 Ⓒ부산문화재단

Q. 진행했던 사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양지나 작년 처음 실시한 ESG 워킹그룹이 기억에 남는데요. 당시 처음 ESG 경영을 담당하게 돼 너무 막막하고 부담도 컸어요. 같은 생각을 가진 실무자끼리 함께 고민해보자는 차원에서 ESG 워킹그룹을 시작했습니다. 1기 활동 후 도움이 많이 됐다는 말씀을 해 주셨고 이 문제가 문화예술 기관이 반드시 생각해야하는 부분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현재 ESG 교육 챕터와 워킹그룹을 통한 과제 수행 챕터로 진행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교육을 듣는 것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SG 워킹그룹

ESG 워킹그룹

ESG 워킹그룹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진민경 그게 중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지역 단위에서도 할 일이 있지만 기관을 모으고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앙과 광역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다른 기관과 비교해보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실제로 그 워킹그룹 모델을 가지고 재단 내에서도 실무 협의체 조직을 만들어 보기도 해서 이게 조금 더 단계별로 발전해 중앙 단위의 ESG 정책과 관련한 대표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희는 3년간 ESG 사업을 대부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우수 사례 공모전이 작은 일일 수 있지만 그동안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 뿌듯했습니다.

박현주 재단의 목표를 외부와 연결 지어 시너지를 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재작년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 분야 ESG 가치 기반 제휴 확대를 위한 연구를 추진했습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을 통한 다양성 제고, 문화예술을 통한 삶의 질 증진, 지역 문화예술 일자리 양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문화예술 기반의 지속 가능한 도시 구현, 문화예술과 밸류체인 접목을 통한 지속 가능성 제고, 문화예술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기여 이렇게 6대 전환적 가치를 도출했는데요. 이 중 기업 밸류체인과 접목해 ESG 가치 기반 제휴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있어요. 작년 재단은 로레알 코리아와 장애 예술인을 대상으로 친환경 주제의 창작 작품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공모 선정 작품이 롯데백화점 본점에 전시되면서 장애 예술인분들께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했고 로레알은 장애 예술인들의 작품을 친환경 제품 패키지 디자인으로 활용했습니다. 이처럼 민간과 파트너십을 맺고 ESG 가치에 부합하는 사업을 함께 추진해 본 것도 선도적인 ESG 경영 사업 모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로레알코리아와 협력한 친환경 아트 공모전 ‘크리에이트 유어 뷰티’

로레알코리아와 협력한 친환경 아트 공모전 ‘크리에이트 유어 뷰티’
Ⓒ서울문화재단

김정 올해 부산문화재단에서는 부산 갈맷길을 걷는 ‘PLUS ME’ 사업을 처음 진행했습니다. ‘보행 친화,문화예술의 삶에 나를 더하는 걷기 여행’으로 시민 30~40명이 망미동, 구포동 같은 부산 동네를 구석구석 걸으며 부산의 역사 문화 자원을 배우는 프로그램인데요.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과연 재밌을까?’, ‘ESG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참여해보니 부산에서 나고 자라 수없이 가봤던 동네였음에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됐어요. 낯설고 불편한 것을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담아내는 것이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PLUS ME

PLUS ME

PLUS ME Ⓒ부산문화재단

ROUND 2

실현을 위한 고민과 염려
Q. 업무를 수행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양지나 기관이 ESG를 내재화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ESG 경영과 윤리 경영 둘 다 담당하고 있는데 ESG 업무를 하다 보니 ESG와 윤리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특히 거버넌스 부분에서의 기관의 청렴도는 가장 우선시돼야 할 가치인데 이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가 모르는 사각지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부패한 정황이나 있으면 단호하게 없애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더라고요. ESG 안에서도 공공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 경영, 청렴도 측면을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 담당자로서 늘 고민하는 부분이라 전사적으로도 이 문제를 주목해줬으면 좋겠어요.
박현주 일반 사기업과 비교하면 공공기관의 특성상 재무상태는 늘 투명하게 공개돼 왔고 청렴도도 높은 편에 해당합니다. 또한 재단이 추진하는 사업들을 살펴보면 사업목적 자체에 공익성과 공공성이 내포돼 있어 ESG 중 사회적 가치와 대부분 맞닿아 있어요. 즉, 기관차원에서 ESG경영에 부합하는 사업을 갑자기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기준이 없는 것이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경영평가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GRI 등과 같이 현재 통용되는 기준을 막연히 따르기에는 해당되지 않는 부분도 꽤 많고 문화예술계에서 성과를 숫자로 평가하는 것은 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그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더 고도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할 것 같아요.
김정 어느 시점이 되니까 내부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예요. 저희가 일상과 ESG를 연결한 것도 이 때문인데 꼭 ESG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도 문화예술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그와 같은 가치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작년 야외 행사 때 ‘애견을 동반할 수 있냐’는 댓글이 있었어요. 담당자분이 ‘다른 방문객의 편의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애견 동반은 어렵습니다만, 안내견은 입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아주셨거든요. 소소하지만 다양성을 반영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주는 노력이 계속 이뤄지면 기관이 수행해야 할 인권 경영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Q. 문화예술계 ESG, 올바르게 나아갈 방안은 무엇일까요?
양지나 작년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님과 ESG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점검한 결과, 관람객들이 관람하러 올 때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하셨어요. 사실 창작 과정에서는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기후 위기의 주원인도 아닐뿐더러 산업계 배출량에 비하면 정말 미미한 수준인데 힘들게 창작하시는 예술인분들에게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이를 공공이 강요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작자가 선택할 문제지 누가 강요해선 안 되는 문제인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예술인들은 이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더라고요.
진민경 창작자들이 하는 예술 활동이 지금의 고립과 단절의 시대에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저희 역할인 것 같아요. 기후 위기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도 말씀하신대로 그것이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제재나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당신의 창작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김정 맞아요. 문화재단은 예술인을 지원하는 단체인데 이미 ESG를 실천하고 있는 분들께 이를 강조한다면 조직의 정책이나 경영 방침에 따라 작품활동을 하고 그에 맞춰 지원서를 내지 않을까 우려될 때가 많아요.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조직이 나아가야 하지만, 우리가 문화재단이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고민도 방점을 둬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현주 어떻게 보면 지금이 문화예술이 우리 사회와 환경에 기여할 최적의 기회인 것 같아요. 문화예술은 인간 삶과 가장 맞닿아 있고 인간의 정체성, 고유성, 회복성, 가능성 등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는데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모든 영역, 업계에서 ESG를 생존 전략으로 꼽고 있는 상황인 만큼 문화예술도 동참하며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내가 생각하는 ESG란?
양지나 ‘책임감’인 것 같아요. 최근에 기사를 하나 봤는데 아동 전문기관 조사에 따르면 기후 위기가 ‘아동 권리의 위기’라고 하더라고요. 2020년에 태어난 아동이 조부모 세대보다 더 큰 기후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고 예측하는데 저 역시 업무로 ESG를 접하고 있지만 ESG는 더 이상 공적인 영역이 아닌 개인적인 영역의 일인 것 같아요. ESG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책임감을 느끼고 구성원 모두가 실천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현주 ‘더 미룰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라고 말하고 싶어요. 2005년 ESG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는 주로 정책이나 기업 CSR 마케팅과 연계해서 다뤄져 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게 됐잖아요. ESG 경영은 이제 기업이나 기관 차원의 생존 전략이 아닌 인류의 생존을 위한 전 지구적 미션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민경 ‘연결고리’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공기관으로서 ‘우리가 하는 일을 ESG 개념에 맞게 하면 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에 고립과 단절이 문제 되고 있는데 이를 조금이나마 해결해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문화예술기관의 ESG 담당자로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정 ESG는 ‘달리기’다. 한달 전부터 달린 거리만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위한 일정 금액이 기부되는 기부런을 하고 있어요. 5km를 달리는 목표가 있는데 이를 완수하려면 꾸준히 연습하며 체력을 키워야 해요. ESG도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목표를 보면 너무 거대하고 방대하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작은 것 하나만으로도 ESG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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