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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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인류세 시대의 문화예술과
우리의 책임

시대를 기록하는 예술은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지금의 인류세 시대에서 기후 위기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상황을 예술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A SQUARE 7호에서는 지구와 공존하기 위한
문화예술의 노력과 이에 대응하는
정책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봅니다.
글_김대현(A SQUARE 편집위원장)
전 지구적 위기를 바라보는
문화예술의 시선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의 역사는 대략 45억 년에 이릅니다. 인류가 출현하기 전까지 지구 환경의 변동을 이끄는 것은 인간이 아닌 지구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지구는 다릅니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한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인류의 시작과 함께 농경과 벌채를 통해 대지의 형질에 외적인 변화를 가져온 순간부터 인류는 지구 환경의 변화에 주요한 동인이 되었습니다. 기나긴 지구의 역사에 비춰 무척 짧은 시간이지만, 그 변동의 내용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여타의 시기에 견주어 뒤지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의 대량 사용으로 대기층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것과 함께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빙하의 유실을 가져오는 것, 생물권 영역에서 야생동물의 감소와 인간과 인간의 반려종이 전체 동물 총질량(zoomass)의 97%를 차지하는 것도 그 예증입니다. 각각의 지질시대를 표상하는 여러 화석들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스티로폼처럼 인류에 의해 처음으로 생성된 83억 톤가량의 물질들이 인류시대의 흔적으로 지층에 차곡차곡 누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류가 지구에 가져온 대규모의 변화는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지만 산소의 손실, 해수면 상승, 대수층 고갈로 인한 생물종의 급격한 멸종위기라는 전 지구적 위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류의 발전이 초래한 다차원적 위기에 정치적, 사회적 행동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잠수함의 산소 부족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 이를 경고하는 토끼처럼 시대의 문제상황을 민감하게 포착하는 문화예술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A SQUARE 7호는 아직은 낯선 ‘인류세’라는 개념이 조금씩 통용돼 가는 상황에서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상황을 각 예술 현장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기후 위기에 대한 예술 현장 및 문화예술기관의 인식 정도와 극지라는 극한 환경을 다룬 전시, 그에 참여한 예술인들의 생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 유통의 다변화 경향을 이야기합니다.
인류 앞에 놓인 책임을 고민하며
SQUARE에서는 ‘지구와 공존하는 문화예술’이라는 주제로 도합 여섯 편의 글을 선보입니다. 박범순의 ‘인류세의 연원과 문화예술’은 근세 네덜란드에서 성행했던 풍경화와 정물화의 대비를 통해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관의 기록자이자 해석자로서 예술의 역할을 조명합니다. 또한, 자신 이외의 타자와 그 대표자로서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 억압하고 파괴하는 자본과 제국주의와 이념에 형이상학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고관을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자연관이 초래한 인류세의 문제를 인식하고 성찰하는 대안으로 비인간 주체들과 그들 사이에서 작동하는 비가시화된 사건들을 드러내는 예술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혜영의 ‘지금, 환경 아젠다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인들의 네트워크와 활동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청에 부응하는 지원정책의 부재를 진단합니다. 정책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탄소 저감 활동이 내재된 기후-예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과 함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기후 변화를 감각하고 사유하게 하는 계기로 문화예술이 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종합할 수 있는 정책적 메시지의 준비와 기후 변화에 대한 문화적 접근 역량을 확장하고 각 문화 주체들의 기후 문해력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합니다.
조주현의 ‘기후 위기 시대 민주적 포럼으로서 뮤지엄’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위기를 다룬 전시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전쟁>의 소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분리를 제도화한 근대적 사고 및 법체계와 이에 기초한 식민주의의 문제를 적시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태계 구성원들이 일방향의 착취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존립의 근거를 유보하는 상호 의존 관계가 있음을 전합니다. 나아가 기존 식민지 장치이자 인류세 패러다임 장치로 기능해 왔던 뮤지엄이 해당 지역의 토착민, 활동가, 시민단체들의 협업과 노력으로 다종적 정의 실천을 위한 전초기지로 전화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 또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인성의 ‘인류세 서사 속 기후소설이라는 문학적 교차점’은 인류세 서사의 대표적 장르로 기후소설을 의미하는 클라이파이(Cli-fi)의 개념을 제시하며 이는 단순히 기후 위기를 소재로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실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능동적인 운동성을 가지는 것이라 말합니다. 이와 함께 장르로서의 기후소설을 명명하기 위해서는 해당 경향이 여러 형태의 문학적 경향 및 동시대적 의제들과 교차하며 기후 위기라는 더욱 선명한 비전을 통해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조건을 다룸으로써 읽는 이들이 기존의 재난 서사들이 제시한 관성화된 파국의 상상력을 극복하고 위기를 초래한 구조적 현실에 대해 깊이 사유할 수 있는 해석적 참여를 요구한다고 밝힙니다.
전강희의 ‘기후 위기 시대에 연극 만들기’는 기후 위기가 도래한 현실에서 공연 현장이 기울이고 있는 실무적인 노력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공연의 준비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공연의 전 과정에 걸쳐 친환경 제작방식을 고민하고, 그 고민이 개별적이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여러 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 형식으로 동료 예술인과 해당 지역에 이러한 흐름을 확산하고 있음을 전합니다. 또한 비인간 주체들의 연극적 재현, 참여자들이 직접 기후 위기를 감각할 수 있는 체험형 공연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연 제작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임수영의 ‘친환경 예술의 이면, 문화예술계 그린워싱’은 빙하의 소실을 경고하기 위해 빙하를 녹이는 작업처럼 친환경을 강조하는 전시나 공연이 그 의도와 달리 작품 제작 방식의 문제로 인해 역설적으로 환경을 저해하는 문제, 윤리적인 제작을 지향하나 그 방향이 제한적으로 작동해 실질적인 효과 없이 형식적인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문화예술 현장의 그린워싱 현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을 요청하는 예술 작업이 단순히 재료나 연료의 대체에 그치지 않아야 하며 나아가 환경 문제를 극적인 사건으로 대상화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의 삶과 구체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PRISM에서는 기후 위기가 곧 우리의 위기라는 인식의 전환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기후 변화와 그에 수반하는 현상에 관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의 인식은 어떠한지 조사, 분석합니다. 권용민은 ‘기후 변화 예술 활동에 대한 예술인 인식조사’를 통해 예술인들이 가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이에 따른 예술 행동과의 관련성 및 이를 지원하는 예술정책에 대한 인식을 분석합니다. 분석 결과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예술인들의 높은 문제의식과 이에 대응하는 예술 행동과 예술정책의 필요성을 예술 현장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통계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AROUND에서는 ‘더 나은 지구를 위한 문화예술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최근 기업경영의 필수적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이른바 ESG 경영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 부산문화재단 기획홍보팀 팀장, 박현주 서울문화재단 미래전략팀 과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양지나 대리, 진민경 경기문화재단 차장을 초청해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부상 중인 친환경 및 사회공헌, 예술 현장과의 거버넌스 요청을 두고 문화예술기관들이 ESG 경영을 내재화하기 위한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어려움,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생생한 제언을 텍스트와 영상을 통해 청취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SCENE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가 함께 한 사업의 일환으로 극지를 경험한 예술가들의 작업을 다룬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 전시를 소개하며 해당 전시를 기획한 김효정 큐레이터와 전시에 참여한 김세진, 손광주, 이정화, 홍기원 작가의 인터뷰를 수록했습니다. 무국적의 공간이자 거주지가 아닌 경유지로서의 극지와 공항의 공통점에 주목해 여행객들에게 해당 전시를 소개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와 참여 작가들의 이력 및 전시 작품 소개, 극지 경험에서 인상적인 기억과 이로 인한 변화의 양상을 들어봅니다. 닿기 어려운 작가들의 극지에서의 경험과 인상은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는 특별한 생각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FLOW에서는 ‘사(私)적인 취향, 사(事)적인 콘텐츠가 되다. 아트 크리에이터’라는 주제로, 무수히 많은 콘텐츠와 정보들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창작자와 향유자를 매개하는 문화예술 플랫폼을 운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글을 수록했습니다. 고도화된 자본주의에서 이웃과의 연대를 통해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며 문화다양성에 기여하는 독립서점의 역할을 소개하는 최지애 소설가의 글, 단선적 정보의 제공에 그치는 문자 텍스트를 넘어 크리에이터에 대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제공하는 영상 플랫폼의 매력을 설파하는 이소영 미술 에세이스트의 글, 그리고 일상과 작품이 동기화된 공간에서 각자의 좋음이 부정당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황정후 작가의 글을 통해 최근 문화예술 유통 경로의 다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세라는 지칭은 기존의 지질학적 시대 구분과 명확한 차이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류세의 정확한 정의와 시기에 대한 논의 또한 단일한 개념으로 환원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세라는 지칭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지구 환경에 위험한 변화를 초래한 책임의 문제가 외인이 아닌 인류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 점에 있습니다. 책임이 있으면 이에 응답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입니다. A SQUARE 또한 이에 응답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김대현
김대현(A SQUARE 편집위원장)

2011년 ‘플랫폼’ 문화비평상, 2012 ‘실천문학’ 문학평론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플랫폼’, ‘내일을 여는 작가’의 편집위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당신의 징표-이름의 존재론과 성의 정치학』, 『불온한 제국』, 『이소선의 기억과 기록(편저)』, 『전태일의 친구들(편저)』, 『법정에서 만난 역사(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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