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을까?
받을 수 있을까?
불과 몇 달 전 발생한 일이다. 국내 가장 큰 음악 저작권 신탁 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작곡가 이봄(EVoM)이 만든 음악에 대해 돌연 저작권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작곡가 이봄은 2016년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 교수팀이 개발한 작곡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6년간 30만 곡을 만들었고, 3만 곡을 판매해 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유명 트로트 가수의 사랑 노래를 작곡했으며, 신인 발라드 가수의 싱글 앨범을 작곡해 가수가 실제 데뷔하도록 도왔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보호받아야 할 저작권자임이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작곡가 이봄은 돌연 저작권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사람이 아닌 AI가 곡을 작곡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게 됐음을 이유로 밝혔는데, 그들의 입장이 법률상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AI 작곡가 이봄(EVoM) Ⓒ광주과학기술원
모든 법은 저마다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과 이념, 가치가 존재하고, 통상은 그러한 목적을 서문 격인 제1조에 명시한다.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규정했다. 여기서 저작권법이 말하는 ‘저작물’과 ‘저작자’는 무엇일까? 저작권법 제2조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뜻하고,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저작권법상 인간이 아닌 AI의 창작물은 저작물이 아니고, AI는 저작자로서 인정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기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법적 안정성을 본질의 가치로 추구하고자 하는 법(法)이란 필연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 현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작곡 AI의 능력은 인간의 추종을 불허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멜로디와 박자 패턴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알고리즘으로 화성학, 대위법 등 주요 음악 이론을 학습한 덕분에 듣는 소비자가 익숙하고 편안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20% 비율로 수정만 하면 곡이 완성될 정도로 성능이 발전해 2분짜리 음악 샘플 한 곡을 만드는 데에 단 3~5초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AI가 인간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지니면서 국내외 주요 기업은 AI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직접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림의 경우, 작곡 영역에 비해 AI 저작권 문제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 2021년 1월 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주는 AI ‘달리(DALL-E)’가 공개된 후, 화풍은 다양해지고 기법 역시 세련돼졌다. 달리의 개발사 ‘오픈AI(OpenAI)’는 불과 1년 만에 달리 2(DALL-E-2)를 공개함으로써 이미지에 그림자, 하이라이트 등 세부 사항을 추가해 몇 분 만에 매우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달리 이후, 새로운 AI 아트 생성기가 속속들이 개발되며 AI 화가의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주립박람회 미술전의 디지털 아트 부문을 AI 소프트웨어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해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이 차지한다. 심사 과정에서 이 그림이 AI의 창작 작품인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해 큰 논란이 일었다.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 Jason M. Allen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창작자들의
저작권 침해의 목소리
저작권 침해의 목소리
이 같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 저작권청과 미국 항소 법원은 AI 시스템이 만든 디지털 예술 작품을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없음을 판결로써 분명히 했다. 그 유명한 다부스(DABUS) 논쟁이다. 특허법은 인간(natural person)의 창조적 힘에 기초한 지적 노동의 결실을 저작권의 본질이라 보고 AI 시스템이 만든 작품은 인적 저작 활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스템을 개발한 이는 이의 제기를 거듭했지만, 기각당했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음악과 그림의 주인은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지금처럼 마냥 주인 없는 권리라 한다면, AI가 만든 글이나 그림은 마음대로 베껴 사용할 수 있고 도용이 횡행할 것이다.
대부분 국가가 저작권 인정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중국은 AI 프로그램이 쓴 글에 저작권법 보호를 인정한 판결을 했다. 2019년 12월 중국의 다국적 회사 텐센트(Tencect)는 기술 기업 잉선(YingXun)사를 상대로 자사의 AI ‘드림라이터(Dreamwriter)’를 사용해 작성한 기사의 저작권이 침해당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드림라이터 개발팀의 데이터 입력과 배열, 트리거 조건 설정, 템플릿과 말뭉치 스타일 선택 등이 기사의 특정 표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적 활동이라 보고 드림라이터가 작성한 기사를 허락 없이 사용한 피고에 대해 1,500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I 저작권 문제에 대한 선도적인 해외 사례로 볼 수 있다.
한편, AI의 알고리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학습을 거치는 데 이때 인간이 만들어 낸 어마어마한 양의 저작물이 활용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저작자의 저작권이 희석되거나 세탁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창작자들이 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과 ‘미드저니’의 개발사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스톡 이미지 판매 플랫폼 ‘게티 이미지(Getty Images)’ 역시 지난 2월, 스테이블 디퓨전 개발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 이미지가 제공하는 유료 이미지를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하며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저작권 침해가 빈번해지면서 국내 창작자들은 작업물을 배포하기 전, 해당 창작물이 AI 학습에 사용할 수 없음을 미리 선언하고 있다. 혹자는 공정 이용의 차원에서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AI 개발자가 무상으로 창작물을 학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취합한 뒤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한 이를 공정 이용의 범주로 포섭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작권 개정 법률안 발의와
손해배상의 문제
손해배상의 문제
AI 작품의 저작물 인정 여부는 간단치 않다. 현재 창작 AI는 인간이 아니기에 저작권자가 될 수 없고, 인간의 창작물이 아니기에 저작권 영역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은 역설적으로 AI 학습에 사용된 저작물을 창작한 원저작자들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AI 저작권 논의를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반영해 국내에서는 저작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돼 심사 중이다. 개정 법률안은 AI 알고리즘을 개발한 제작자, 그리고 학습 데이터를 제공한 인간 원작자에게 저작권을 부여함으로써 AI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심층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저작자는 저작물을 등록할 때 AI가 제작한 작품임을 표시하도록 함으로써 학습 데이터를 통해 생성된 작품이라는 점을 미리 구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속히 통과된다면 AI 시대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기술 발전을 따라가기 위한 입법이 이뤄지고 있다. 덧붙이자면 인간의 창작물이 창작자의 의사에 반해 AI 기업들에 의해 학습 데이터로 사용됐다면 인간 창작자는 저작권에 대한 대가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과정은 손쉽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저작권 혹은 저작인접권과 관련한 손해배상의 문제에서 손해 발생의 사실과 그 손해액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 재판례를 고려한다면,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손해배상액 산정 역시 손쉽게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가 지급한 대가는 저작물의 원천이 된 이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고, 결국 이와 같은 창작자의 보호는 기술이 접목된 예술, 즉 시대가 요구하는 예술의 향유 방식을 안정화하는 방법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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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