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한국의 현대 건축과 국가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자 한다. 서울의 도시 구조와 한국의 여러 제도와 체제의 가까운 기원이 되는 1960년대 말은 국가의 계획 이데올로기가 건축가의 비전이 뒤엉켜 있던 시대였다. 억압적인 발전 국가는 역설적으로 유토피아적 이상을 꿈꾼 건축가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국가”와 “아방가르드”라는 형용 모순적인 단어의 병치를 통해 권력과 상상력 사이의 간극, 정치체제와 유토피아적 이상 사이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이 전시는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이하 기공)에 주목한다.
1965년 설립된 국영 건축 토목 기술 회사인 기공은 항만, 수도, 교량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에서 세운상가, 박람회 파빌리온 등의 건축물에 이르는 국가 주도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뿐만 아니라 김수근, 윤승중, 김석철, 김원, 유걸, 김원석, 전상백, 기흥성 등 이후 한국 건축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들이 모두 거쳐간 기공은 당대 최고의 용역 설계회사였다. 동시대 서구의 급진적 건축 실험과 유사하게 몽상적이기도 했고, 개발 계획에 맞추어 대단히 현실적이기도 한 이들의 작업은 서울의 하부 구조이자 한국 도시 계획의 원형이 되었다. 초기 도시화와 산업화를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공의 역사와 활동, 인물들에 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기억의 파편으로만 남아 있다. 이 쓰이지 않은 역사, 기록되지 못한 기억에서 이 전시는 시작한다.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은 어긋난 시간의 중첩을 무대화한다.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분류되지 못한 과거를 소환하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충실한 아카이브가 부재하는 가운데 한국 현대 건축의 신화적 기원과 파우스트의 거래 사이를 오가는 기공의 작업을 이 전시는 유령 또는 귀신으로 호명하고자 한다. 유령은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만 포착되지 않는 과거, 불현듯 출몰하지만 실체가 명확치 않은 존재를 지칭한다. 유령성(spectralities)에 관한 최근의 논의에서, 그리고 동양의 유교적 전통에서 유령의 존재를 호출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현재의 책임을 묻는 일이다. 즉 이 전시는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거나 회고적으로 상찬하는 대신, 문제의 기원을 경유함으로써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관은 1960년대 기공의 프로젝트에 내재해 있는 모순과 역설에 주목한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물었던 엑스포70 한국관은 더이상 단일 민족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한국에서 국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토피아적 이상도시와 군사 퍼레이드를 위한 극장 사이를 오간 여의도에서는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공공 공간의 가능성을 되묻는다. 도심재개발을 촉발 시킬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역설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방파제가 된 세운상가에서는 거대 구조물의 잠재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박람회의 가설 구조물이 사라진 뒤 저임금 노동자들의 거주지가 된 구로에서는 한국 자본주의를 지탱한 이주노동자들의 궤적을 추적한다. 2018년 한국관은 이를 통해 획득한 파편적인 단서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씨앗으로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