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설립된 국영 건축 토목 기술 회사인 기공은 항만, 수도, 교량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에서 세운상가, 박람회 파빌리온 등의 건축물에 이르는 국가 주도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뿐만 아니라 김수근, 윤승중, 김석철, 김원, 유걸, 김원석, 전상백, 기흥성 등 이후 한국 건축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들이 모두 거쳐간 기공은 당대 최고의 용역 설계회사였다.
1963.03.09. | 기공의 전신 국제산업기술단 설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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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04.13. | 코리아 퍼시픽 콘설탄트로 상호 변경 |
1965.05.25. | 1대 사장 박창원 취임 |
1966.08.01. |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로 상호 변경 |
1966.08.25. | 김수근 건축연구소 흡수 통합 |
1966.10.21. | 세운상가 설계(~1967.6.30) |
1967.07.20. | 경부고속도로 기본계획 |
1967.09.21. | 서울시 고가도로 설계 |
1967.10.12. | 소양강 댐 기본계획 |
1968.04.09. | 제2대 사장 김수근 취임 |
1968.04.20. | 포항종합제철 항만입지조사 |
1968.04.23. | 구로 무역박람회장 설계(~1968.6.15) |
1968.07.20. | 호남비료 공장 건설 계획 |
1968.09.25. | 여의도 마스터플랜(~1969.12.31) |
1968.12.20. | EXPO70 한국관 설계(~1969.2.28) |
1969.03.05. | 남대문시장 계획 |
1969.07.22. | 제3대 사장 정명식 취임 |
본 전시는 두 개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기공) 아카이브와 7인(팀)의 참여 작가들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각각 ‘부재하는 아카이브’와 ‘도래하는 아카이브’로 이름 붙인 아카이브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매개하며 그것을 읽기 위한 맥락을 제공한다. 한국관 건축의 정사각형 벽돌방1은 전시의 출발이 되는 기공의 1968년을 중심으로 그와 인접한 전후 시간을 담는다. 이곳은 신작들의 불완전한 참조점이자 색인이다. 한국 사회에서 미래를 향한 열망과 그것이 건축으로 표현 가능하다는 믿음이 가장 컸던 시대, 당시 기공의 대표적인 건축가들이 생산한 작업을 살펴본다. ‘부재하는 아카이브’는 역설적으로 온전하게 역사화가 되지 못한 기공의 4개 프로젝트(세운상가, 구로 무역박람회, 여의도 마스터플랜, 엑스포70 한국관)에 대한 증언이다. 건축가들의 이상은 국가의 이목을 끈 한편, 일부는 그로부터 선택되지 못하고 수정되거나 폐기되었다. 오히려 조금씩 어긋났던 작업의 결과는 국가기록원과 같은 제도적 기록보관소(아르케리온)에 남아 있다. 이렇듯 실현되지 못한 건축가들의 제안은 현존하는 위 장소들을 완전히 대변하지 못하지만 둘 사이의 간극과 갈등을 충분히 되새긴다. 이 공간은 역설적으로 그렇게 실패한 이상을 수집하는 곳이다. ‘부재하는 아카이브’에서는 기록되지 못한 것, 한낱 보고서의 그림으로만 남은 건축가들의 이상의 위상을 재배치한다. 반면 전시장의 로비 공간에 위치한 ‘도래하는 아카이브’는 어떤 상황이자 분위기로만 존재하는 모호한 영역이다.2 오늘날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제안한 작품들이 서로를 비추는 환영 속에서 짧은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이에 겹치는 관람자의 행위는 구체적인 선언을 제안하기보다 다가올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도래하는 아카이브‘는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을 대면한 이후 쓰게 되는 비평적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이는 과거 유산 위에서 한국의 현대 건축과 국가의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조건이자 예술적 실천의 단초가 될 것이다.
1 자르디니 공원의 마지막 국가관인 한국관은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도시계획부의 일원이기도 했던 건축가 김석철(1943-2016)이 설계했다. 항해하는 배와 같은 이미지의 한국관은 지극히 몽상적이었던 건축가의 상상력을 투영한 작업이었다. 이번 2018년 건축전은 한국관의 공간 중 유일하게 건설 당시 모습으로 남아있던 벽돌방을 전시의 진원지로 두면서 20여년 동안 덧붙여진 지난 비엔날레 전시의 흔적들을 걷어내 한국관의 최초 설계 의도를 최대한 되살리고자 한다.
2 이 전시는 형식적으로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김수근 팀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던 엑스포70 한국관 전시 설계를 오마주한다. 반사, 증폭, 반복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서 ‘형태를 만들기보다 상황을 연출하고자’했던 기공 건축가들의 의도를 차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