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70 한국관은 국가와 개인의 서로 다른 열망 사이에서 기이하게 절충되었다. 우리는 이 전시에서 나란히 공존할 수 없었던 엑스포70 한국관의 두 가지 역사적 시간을 중립적인 공동 기반으로 이동시켜 대면하게 한다. 양립 불가능한 현상들은 시차적 관점을 통해 하나의 차원에 담긴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온 엑스포70 한국관은 외부에 설치된 두 개의 오브젝트가 만들어내는 현상 사이에 존재한다. 변화하는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새롭게 제시되는 시점들은 두 현상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동요하며 엑스포70 한국관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관점들을 비로소 대면시킨다.
엑스포70 한국관 모형을 의자 삼아 앉으면 전시 공간은 공감각적 경험의 차원에 놓이게 된다. 복각된 강석희 선생의 전자 음악을 배경으로,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의 건축가들이 의도했던 경계가 개방되어 확장되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건축화되는 공간과, 내러티브 없이 분위기와 무드만이 존재하는 미래 전시실의 해프닝적 환경이 복구된다. 전시관 외부에 설치된 오브젝트들은 국가관 내부에 속하지는 않지만 국가관에 연장 또는 기생하며 존재하는 제3의 공간이다. 이들은 국가관의 경계적 제약을 극복하고 정신적 신체적 가능성을 무한히 확산하려 하지만, 국가관 가장자리에서 드러나듯 국가관이 개인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한계가 되는 역설적 상황을 드러낸다. 겹쳐지고 휘어진 종잇장과 부풀어 오른 비누 거품을 닮은 투명한 장치가 만들어내는 직선과 곡선의 비물질적 공간은 끊임없이 수렴하는 동시에 끝없이 발산하는 공간이다. 전시관 내부와 자연환경의 우연한 변화는 부드러운 반사와 확산을 통해 주변 공간을 다채롭게 변화시킨다.
다른 관점에서 오브제는 축소된 건축 모형으로 읽힌다. 외부의 설치물은 내부의 엑스포70 한국관과 같이 ‘국가 프로젝트 건축’이라는 동일한 범주에 속하지만, 국가나 민족을 표상하는 직설적 상징주의와 견고한 서사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이들은 자율성을 포기하는 대신에 주어진 맥락과 외부 환경 그리고 한국관 내부 공간이 형성하는 다채로운 장면을 상연한다. 따라서 ‘느슨함’, ‘모호함’, ‘투과성’, ‘간섭’, ‘분위기’, ‘무드’ 같은 의미망을 가로지르는 우리의 작업은 다른 장소와 스케일, 프로그램들에 유연하게 변화하며 적용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구축된 현상 자체를 미디어로 보고, 이 미디어가 국가 프로젝트의 메시지가 되는 것을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