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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과 법제도 현황으로 본
2024년 문화예술정책

2024년 문화예술 분야 정부 예산안이
2조 2,704억 원으로 편성된 가운데 올해는
미술진흥법, 국악진흥법, 전통문화산업진흥법 등
장르 중심의 여러 법률도 시행될 예정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문화예술이 지닌 가치를 잇고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은 무엇인가. 올해 변화하는
문화예술 관련 법제도를 알아보고 2024년을 전망해 본다.
글_박선영(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줄어드는 문화예술 예산
2023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2024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총 6조 9,796억 원으로 편성된 전체 예산 중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2조 2,704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전년 대비 2조 3,140억 원에서 1.9% 삭감된 금액으로 10% 이상의 증가 폭을 보여준 콘텐츠 및 관광 예산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문화예술 분야 예산 감소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먼저 문체부 예산의 전반적인 감소 때문이다. 특히 제20대 정부(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2023년부터 문체부 예산이 크게 줄었다. 근래 들어 총예산 대비 문체부 예산 비율을 보면 1.2%대를 꾸준히 유지해 왔으나, 2023년부터 1.06%대를 기록하며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문체부는 2023년 예산안 발표 당시 문화시설 및 체육시설 지원사업(4,500억 원)의 지방 이양과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지원사업 종료(1,531억 원)로 인해 예산이 삭감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가 총예산의 규모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꾸준히 증가해 온 점을 고려하면 문체부 예산은 실질적 감소와 다름없다. 이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문체부 예산 비율의 감소를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이렇게 줄어든 예산은 2024년에도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5년간 문체부 예산안 변화 추이 Ⓒ문화체육관광부

지난 5년간 문체부 예산안 변화 추이 Ⓒ문화체육관광부

다른 하나는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자체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2023년 2조 3,140억 원이었던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2024년 2조 2,704억 원으로 436억 원 줄어든 데 비해 콘텐츠와 관광 예산은 각각 1,250억 원, 1,325억 원이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감 비율도 1.9%가량 감소하며 타 영역(콘텐츠 10.7%, 관광 10.7%, 체육 1.8%)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2024년 문체부 분야별 예산 편성 현황 Ⓒ문화체육관광부

2024년 문체부 분야별 예산 편성 현황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논리의 함정
이는 문화예술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보조금 사업에 대해 ‘방만∙부실 운영돼 온 보조금 사업들을 원점에서 검토해 재구조화하고, 절감된 예산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과감하게 전환하겠다’는 이른바 문화예산의 ‘비정상의 정상화’ 방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사업별로 살펴봤을 때도 2024년의 문화예술 예산의 변동은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그동안 변동 폭이 작았던(사실상 거의 없었던) 사업들의 예산 삭감이 두드러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운영’(21.9% 삭감) 사업 예산은 인건비나 시설 유지비 등의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해 예산 변동이 작다. 그럼에도 이 정도 수준의 예산 변화는 공공예술 지원, 프로그램 운영비 같은 사업비에서 많은 금액이 삭감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5,557백만 원)이나 ‘전통생활문화진흥’(11,685백만 원), ‘어르신 문화활동지원’(3,589백만 원),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지원(5,051백만 원) 같은 생활문화 및 시민의 문화 향유를 위해 꾸준히 진행해 온 사업들은 폐지됐다. 그 외에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사업’은 33.5% 삭감되며 문화예술교육의 근간이 되는 학교 예술 강사에 대한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 밖에도 많은 영역의 예산이 전반적으로 삭감됐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통해 예산 사용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는 효과를 보여줄 수 있냐는 것이다. 문체부는 불공정, 비합리, 비효율적 요소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정상화하겠다고 말하지만, 이권 카르텔에 대한 정확한 제시나 어떤 지점에서 불공정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들지 못하고 있다. 이는 행정의 자의적 판단으로 예산을 분배하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예산안에서 크게 삭감된 분야가 과거 블랙리스트가 작동됐거나 이른바 ‘윤석열차 사건’처럼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됐던 영화, 만화, 도서·출판이라는 점은 예산이 또 다른 검열의 하나로 작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예산 편성의 근거가 실적과 구체적인 성과라는 정량적인 평가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도 문제다. 문화정책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 사회 문제 해결과 사회 통합, 사회적 창의성 및 다양성 확대와 같은 정량적 평가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는 영역이다. 이를 단순히 성과 중심적 사고나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하는 것은 문화정책이 가지는 풍부한 가치와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우려되는 지점이다.
장르 중심의 법 제정이
과연 능사일까
2023년 문화예술계는 법∙제도적 측면에서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6월 30일 국회에서 미술진흥법, 국악진흥법, 전통문화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문체부 소관 법률은 총 74개가 됐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들이 각 해당 영역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온 법이었으며 법안 내용을 둘러싼 여러 쟁점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다만 최근 문화예술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법안들이 각 장르나 영역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법들이 각 장르나 영역 전반의 발전과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들이 실제로 그렇게 효용성을 갖는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실제로 이전에 제정된 장르 법안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이러한 법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기본계획 수립이나 실태조사조차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는 행정 체계나 지원 체계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정된 자원과 시스템을 장르별로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우리 영역만이라도 더 챙겨 달라’는 장르 이기주의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통합적 관점에서 문화예술 분야가 관리∙운영되고 그와 동시에 장르적 특수성이나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고 통합의 결과가 각각의 영역에 대한 방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장르 중심의 지원 정책은 분명 한계가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변화나 조건, 각 영역 간의 상호 영향력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건 분명하다.
창작자 권리보호를 위한
법제도의 보완 필요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제도의 보완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동안 문화예술계의 노력을 통해 예술인복지법과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 겪는 문화예술인의 처우와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의 죽음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에 문체부는 특별조사팀을 꾸리고 법제도적 대안을 내놓는 등의 대응을 했고, 국회에서는 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관행을 규제하기 위한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법은 소관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통과했지만, 중복 규제라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또한 인기 뮤지션인 이승기 씨가 소속사로부터 정산받지 못해온 사실이 드러나며 이를 막기 위한 내용을 담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문화 콘텐츠 유통 환경이 OTT로 대표되는 디지털 플랫폼 자본 중심으로 재편되고, 인공지능이 주요한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면서 저작권 문제 또한 중요한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영상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제작자에게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규정인 저작권법 제100조에 대한 개정 요구는 2024년에도 계속될 이슈이다. 또한 인공지능과 관련한 창작자 권리보호를 위한 제도적 연구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관심사이나 국내에서는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반해 논의가 더디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정책의
변화와 도전의 시기
그동안 우리의 문화예술정책은 여러 의미에서 성장해왔다.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수준의 논의와 정책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에 반해 위협 요소 또한 분명 존재한다.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악몽이 다시 생각날 정도로 확대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이념 논쟁과 갈등의 확대,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 증가와 독점 문제,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빠른 사회 변화 등은 문화정책에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더 이상 멈춰서는 안 될 만큼 환경과 조건들이 급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24년은 문화예술정책의 중요한 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우리가 문화예술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박선영
박선영(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문화운동 시민 단체인 ‘문화연대’에서 활동가로 10년간 활동하고 있다. 문화예술 현장 이슈에 대한 대응부터 문화 정책 감시 및 모니터링, 문화 정책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문화적 가치가 주요한 사회 구성 원리가 되는 문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표를 향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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