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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문화예술계 2023년을 보내고
2024년을 맞이하며

지난 한해 동안 에이스퀘어는 문화예술 현장을
관통한 여러 담론을 이야기해왔다. 에이스퀘어의
기획과 편집을 담당한 편집위원회와 함께
지난 1년간 에이스퀘어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계의 2023년을 돌아보고
2024년에도 계속될 화두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참여자_ 에이스퀘어 편집위원회
  • 참여자_김대현

    김대현

    에이스퀘어 편집위원장
    문학평론가

  • 참여자_양혜원

    양혜원

    에이스퀘어 편집위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

  • 참여자_박병성

    박병성

    에이스퀘어 편집위원
    공연 칼럼니스트

  • 참여자_이지현

    이지현

    에이스퀘어 편집위원
    널 위한 문화예술 COO

  • 참여자_권용민

    권용민

    에이스퀘어 편집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책임연구원

  • 참여자_양지나

    양지나

    에이스퀘어 편집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대리

ROUND 1

에이스퀘어로 돌아본
문화예술계 2023년
Vol 2.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문화예술의 정의를 둘러싼 관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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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원 에이스퀘어 2호에서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에 관해 다뤘습니다. 문화예술법상 문화예술의 정의가 기존에는 ‘문학, 미술, 음악’ 등 기존 13개 장르 및 분야로 열거된 방식이었지만, ‘게임,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을 새롭게 포함하는 한편, 문화예술의 핵심적 속성을 정의에 포함함으로써 그 범위가 확대됐고, 이에 대응해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의 정의도 바뀌었는데요. 예술 활동 증명을 완료한 사람에 한정하지 않고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삼고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확장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장르와 영역이 교차하고 융합하는 문화계의 변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2024년에는 국악진흥법, 미술진흥법, 전통문화산업진흥법 등 새로운 법이 제정됐고, 특히 미술진흥법에서는 그간 도입이 요구됐던 추급권, 즉 작품 재판매에 따른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받게 됐습니다.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장르나 분야의 진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환영하는 견해들도 있지만, 이러한 개별 장르나 분야별 개별법의 제정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지현 개정된 법률을 예술인들이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추급권 같은 경우, 음악가와 달리 저작권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미술 작가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동시대 작가 중 2차 시장에 있는 작가가 많이 없어 추급권 제도를 모르거나 나와는 관계없는 제도라고 느끼는 분들도 많거든요. 이런 법률이 더 많은 예술인에게 실제로 와닿을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됐어요.
박병성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으로 기존에 연극계에 포함됐던 뮤지컬이 독립 장르로 분리됐습니다. 사실 뮤지컬은 연극 중에서도 규모가 매우 크고 산업적인 속성이 있어 장르 독립과 진흥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어요. 그런데 독립 장르로 분리되고 나서 추후의 움직임들이 그렇게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고, 큰 변화를 느끼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별도의 진흥법이 마련돼야 장르의 독립에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김대현 말씀대로 뮤지컬이나 게임 같은 산업성이 큰 분야가 문화예술 안으로 들어오면서 예술과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흐름 자체가 명백하게 장르를 나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영역이 가지고 있는 부분, 지금까지 누적해온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이 이뤄져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한 2024년부터 장르별 진흥법들이 시행되는데 서로의 장르가 횡단하고 교차하는 융합의 시대에서 장르별 진흥법들이 각자의 바운더리에서만 머물고 종합적으로 교류하는 정책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Vol 3. 상생을 위한 동행, 문화예술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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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3호에서는 거버넌스를 주제로 다뤘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예술청 문제가 많은 관심을 받았었는데요. 그밖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법정위원회들이 상당수가 통폐합, 폐지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자문 기구에 불과해 실제로 운영이 되지 않았다는 의견과 충분한 검토 없이 일방적인 폐지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었어요.
양지나 에이스퀘어3호 PRISM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내부 소위원회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소속 직원으로서 예술가가 생각하는 예술위 소위원회 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참고할 수 있었어요. 그중 소위원회의 체계나 의도가 좋더라도 그 안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에 공감이 갔습니다. 예술가가 행정가가 될 수 없고 행정가가 예술가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병성 지금 예술청은 완전 과거로 돌아가고 있고 위원회를 재구성하지도 않고 해임된 상황입니다. 예술청은 예술가들에게 많은 권리를 주고 그 과정을 지켜주는 형식으로 1년 넘게 진행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여러 잡음이 생기다 보니 이런 사태까지 벌어진 것 같아요. 분쟁과 갈등의 과정을 잘 기록해 놓고 다음에 이 같은 거버넌스 체계가 다시 생겨났을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혜원 그동안 거버넌스는 어떤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거버넌스나 위원회 회의를 통해 그것을 결정해버리는, 아주 안 좋은 형태로 운영되는 일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법정위원회 자체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그러한 소통의 통로조차 폐쇄해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매우 크고요. 거버넌스가 실질적인 효과를 갖고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서로 소통하고 양보하면서 윈윈할 수 있는 결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어떤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책임감이 필요할 것 같아요.
Vol 4. 문화예술생태계를 위한 예술과 기술의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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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4호에서는 예술과 기술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챗GPT(ChatGPT)가 우리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기술적 역량을 보여주면서 예술계에 큰 충격을 가져다줬는데요. 과연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앞으로 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래의 예술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저작권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AI)이 예술 작품을 창작했을 때 AI에게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것인가’와 같은 문제, 창작이 아닌 향유 측면에서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도 상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병성 연극 쪽은 사실 VR이나 메타버스의 활용이 더디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연극은 발생한 당시부터 배우와 관객이 아날로그적으로 현실이 아닌 공간, 메타버스 안에서 교류하는 형태거든요. 실제로 연극은 전통적인 장치만으로도 놀라운 볼거리를 만들어왔어요. 가령 1997년에 만들어진 뮤지컬 <라이온킹>은 가면극이라는 인류의 오랜 전통을 소재로 애니메이션이 구현한 것을 작은 무대에서도 만들어냈거든요. 연극적인 상상력이 기술의 부재에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기술의 발전으로 공연이 확장하는 면도 있지만,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도 연극이 가진 매력을 더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지현 2018년에 오비어스(Obvious)라는 AI 예술가의 작품이 5억 원에 판매되며 큰 화제가 됐었어요. 14~17세기 명화 2만여 점을 딥러닝 한 다음 새로운 화풍으로 그려내는 작품이었는데요. 5년이 지난 지금 오비어스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찾아보니 그렇다 할 이슈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되니 ‘왜?’라는 질문이 생겼어요. 결과적으로 되게 신선한데 ‘이걸 왜 했지?’라는 질문이 빠진 느낌이더라고요. 현대미술에서는 결국 과정과 왜가 중요하다 보니까 오비어스가 아무리 신박한 결과물을 내도 그게 설득되지 않으면 제도 안으로 들어오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김대현 챗GPT가 등장하기 전까지 문학은 AI가 가장 늦게 정복할 분야 중 하나라고 여겨졌습니다. 신춘문예 같은 기존의 제도권 문학에 AI가 쓴 작품들이 검토되는 모습이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죠. 실제로 현장에서도 챗GPT에게 지시를 내려 함께 작업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이런 작업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게 아름다움의 추구도 있지만 우리의 생각을 날카롭게 다듬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전위대 역할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되면 내 생각을 AI에 외주한다는 느낌이 되다 보니 주객이 전도돼 버리는, 기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양혜원 말씀해 주신 것처럼 AI가 결국은 예술가의 직업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울러 AI가 학습할 때 사용하는 다양한 원천 소스들이 결국은 인간 예술가가 만든 창작물을 활용하는 것인데 그 보상에 대한 제도적인 기반이 없다 보니 더욱 문제가 되는 거죠. 현재 미국에서 AI 학습에 사용되는 저작물의 보상에 대한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국제적으로 AI와 관련된 국제 규범과 윤리 코드를 만들고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많은 것들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또 코로나19 이후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크게 늘었는데 예술가보다 기술 분야의 테크니션들이 그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술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의미는 사라지고 기술만 남게 되는 부작용이 많이 지적되고 있어요. 2023년 10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아트코리아랩이 개관했는데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실험의 장과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예술과 기술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운영되길 바랍니다.
권용민 지난번에 예술가분들과 대담했을 때 “지원기관이 만들어내는 정책적 사업들이 결국에는 예술가들의 창작 주제로 이어진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사업을 만드는 데 발전 가능성을 가진 기술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 잊지 않고 예술 행위의 목적과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염두하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ol 5. K-Arts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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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원 2023년 초에 제2차 문화진흥 기본계획이 발표됐는데 그때 이야기했던 비전이 ‘자유롭고 공정한 문화매력국가’였고, 전통문화와 K-콘텐츠, K-Arts의 매력에 대한 부분이 강조됐습니다. 예술계에서도 기존에는 국내 중심의 창작지원이나 유통, 향유지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면, 2023년에는 전 세계로 K-Arts를 확산시키는 부분, 해외 관객을 끌어들이는 부분들에 방점이 찍혔던 것 같아요.
양지나 왜 K-Arts가 유행했는가에 대한 부분을 SQUARE 1 이동연 교수님의 글에서 잘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엘리트 예술을 지원하는 우리나라 예술 지원정책 덕택이다”라고 서술하신 부분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위를 포함한 유관기관이 예술인 복지부터 장르별 지원정책까지 고르게 지원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예술기관이 한류의 주역을 만들어냈다거나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보통 문화예술 지원기관은 작품을 위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의 한류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것은 한 명의 스타잖아요. 작품 지원과 예술가 양성이라는 그 두 축이 좀 균등하게 사업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병성 뮤지컬 분야는 상업성이 있는 분야이다 보니 실질적인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매우 큰 성과를 내고 있어요. 특히 2023년에는 공연 시장이 굉장히 활성화되면서 약 50여 편의 국내 작품이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에 수출됐습니다. 더불어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사업으로 한국 작품을 로컬화해 영미권에서 선보였는데 이 또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적어도 뮤지컬 분야는 K-팝 같은 상업적인 대중문화와 결을 같이 하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기초예술로서의 K-Arts, 클래식이나 미술, 연극, 무용 같은 분야에서 나아가려는 K가 정확히 어디인지 잘 모르겠어요. K가 구호화되고 정책적인 면에서의 상징적인 의미 이외에 실질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회의감도 듭니다.
김대현 최근 한국의 많은 예술 작품이 세계에서 많은 조명을 받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K라는 국가 브랜드가 다른 모든 것들을 획일화시키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예술이란 계속해서 자기를 갱신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인데 이것들을 과연 K라는 브랜드로 통합했을 때 어떤 예술적 가치, 고유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더불어 K-Arts가 요구하는 것들, 가령 해외 문학상 수상처럼 선진국 문화 향유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에 너무 집착지 않는지, 작품의 명성이나 상품화, 콘텐츠화에 집중하다 고유성, 지역성을 잃게 되지 않을지 우려도 듭니다.
양혜원 최근에 리투아니아를 다녀왔는데 통역을 도와주신 분께서 한국어도 잘하시고 우리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어요. 어떻게 한국을 좋아하게 되셨냐 물어봤는데 저는 당연히 K-팝 때문일 거라 생각했는데 우리 국악에 관심이 많고, 특히 가야금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이 K-콘텐츠의 모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K-콘텐츠로 발생하는 경제적 성과가 어마어마하지만, 이렇게 우리나라의 예술과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인 위상을 갖게 된 것은 그동안 꾸준하게 지원해 왔던 제도들, 그리고 그 속에서 이제 활동을 해온 예술가들의 피와 땀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점을 잊지 않고, 국가도 모든 것을 다 K-콘텐츠라는 하나의 용어로 묶을 게 아니라 각 분야의 고유성을 잘 지켜가면서 기초와 기반을 탄탄히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권용민 정책은 결국 어떤 정의에서 그 범위와 목적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K-Arts 정책이 그저 과거에 존재했던 예술 한류 정책의 확장판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말하는 K가 ‘한국의 브랜드’라고 했을 때 그 작품이 한국인이 창작한 것인지, 외국에서 창작됐더라도 한국인이 참여한 것인지, 아니면 소재가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벌어진 일을 다루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자본을 투입한 것인지 등 명확한 정의가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정책이 만들어지려면 정의가 명확해야 하는데 이제는 그 방향성을 잡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Vol 7. 지구와 공존하는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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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나 가장 최근 발행된 에이스퀘어 7호에서는 인류세를 이야기해봤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업무와도 굉장히 밀접한 주제이고 직접 대담에도 참여해 기억에 남는 주제였어요. 앞서 정책이 어떠한 아젠다를 던지고 그 아젠다를 끌어오는 형식으로 창작 활동이 이뤄지는 점을 경계하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그러면 어떤 식으로 인류세 포함한 ESG 개념을 받아들이고 지원정책을 어떻게 시행해야 하는지, 또 그것이 예술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이 들었어요.
박병성 PRISM 조사를 통해 현장 예술인들이 인류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일단 예술가 대부분이 관심도 많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인류세에 관한 작품을 만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답은 굉장히 낮았어요. SQUARE 5 전강희 선생님 칼럼에서도 알 수 있듯 친환경을 실천하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큰 비용과 복잡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고는 싶어도 여력이 안 돼 불가능한 것이죠. 그래서 어떤 분야보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관심은 이미 만들어졌기에 지원정책과 제도적인 보완만 있다면 많은 예술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할 거라고 생각해요.
김대현 문학 분야에서는 ‘기후 소설(Cli-fi)’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기존 SF 문학과 어떤 차이가 있냐고 했을 때, SF 문학도 근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재난 상황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루는데 SF 문학은 이를 하나의 소재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와 달리 기후 소설은 소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해석적 참여를 일으키게 만들고 작품 속 상황이 벌어지게 된 과정을 인식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모든 인류가 지금의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활동이 단순히 해야 하는 의무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넘어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했을 때 자연스럽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예술 활동, 변화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양혜원 최근에 축제 같은 경우도 친환경 축제를 내세우는 곳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많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서 또는 비용 문제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거죠. 그런 분들이 조금이라도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렛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공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세 시대에 적합하고 필요한 목소리를 표현하는 작품이 나오고, 공공이 그 과정을 뒷받침해 준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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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2

문화예술계 2024년
올해도 계속될 화두
김대현 지난해에도 있었던 현장에서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또는 검열에 대한 두려움이 2024년에도 이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명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이전 정부라든지 또는 그 이전부터라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예술이 정치권력 변동으로 활동이 위축된 일은 늘 존재했어요. 예술인들이 표현의 자유에 따라 자신의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법과 제도적으로 마련되길 바라봅니다.
양혜원 저는 예산과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지난 9월 정부 예산안이 발표됐는데 문체부 예산의 경우 예년보다는 일부 증가했지만, 학교 문화예술 교육 활성화 사업이나 문화 다양성 확산 사업, 지역 서점 활성화 사업 같은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사업이 상당 부분 삭감됐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에는 문화예술계의 보릿고개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현장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국가재정으로 실행되던 사업의 상당수가 지방으로 이양됐어요. 특히 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생활문화센터 같은 국가 문화시설과 인프라들의 경우 국가가 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를 통해 일부 보조해왔었는데 그게 이제 완전히 지역으로 넘어가면서 문화시설 조성이나 운영을 지역이 온전히 알아서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 문화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하고, 그 속에서 중앙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양지나 저는 ‘1인 스타 기획자의 성장’이라고 명칭을 붙여봤어요. 코로나 이후부터 비대면 문화예술 분야 소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예술가와 대중이 그 소비를 주도하고 있지만, 둘을 매개하는 1인 크리에이터 혹은 1인 기획자의 역할이 매우 큰 것 같아요. 2024년에도 그런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런 경향이 예술 지원정책이나 사업의 시선에서 봤을 때 문화예술 생태계 파이를 넓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향유 측면에서 큰 기회이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성장하는 문화예술 시장에 정부와 정책 전문가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병성 2023년은 코로나19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해였어요. 뮤지컬 분야의 매출을 얘기하자면 2022년 역대 처음으로 4천억 원대를 찍었고 2023년은 5천억 원대를 기록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2024년도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문제는 공연 시장 수치로만 봤을 때는 잘 되는 작품에만 수익이 몰려 있다는 점이에요. 연극의 경우 큰 수익을 기록한 작품 몇 개를 제외하면, 연극 시장 자체가 더 어려워진 상황인데 전체적인 수치에 함몰돼 시장의 성장으로만 대변되는 것 같습니다. 티켓값도 전반적으로 매우 올라 작품마다 빈익빈 부익부가 매우 심해져서 이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작품적으로는 배리어프리, 다양성에 관한 작품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동안 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수어 통역사 같은 일부에서만 배리어프리가 논의됐는데 이제는 그것을 하나의 작품의 요소로 넣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뮤지컬 <합체>에서는 수어 통역사를 배우로 등장시켜서 연기를 하는 배우와 수어 통역사가 하나의 캐릭터가 돼 이야기를 진행하죠. 또 2023년 10월 모두예술극장이 개관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공연이 많이 이뤄지고 있고, 소재적으로도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생겨난 문제를 비인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작품들, AI나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작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 2024년에도 이러한 경향성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권용민 저는 문화예술 트렌드나 전망보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2023년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개원한 지 50주년이고, 2025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위원회로 전환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니까 2024년이 그 중간에 낀 해인데요. 2023년 1월에 8기 위원회가 출범하고 공공기관 유형 전환이 이뤄지면서 호선제가 다시 시행됐어요. 비상임인 위원들과 달리 상임으로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책임의 범위를 제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입니다. 또한, 현재 문화예술진흥법상 선임되지 않은 위원에 관한 규정이 부재해요. 예컨대 최근 3인 위원회 임기 종료 시기가 도래했는데 후임위원을 신임위원으로 봐야 하는지 보궐위원으로 봐야 하는지, 혹은 특정 장르에 위원이 선임되지 않았을 때 그 위원이 보궐위원인지 아니면 신임위원인지에 대한 부분 등이 명확하지 않은데 2024년에는 이 같은 위원회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지현 저는 미술 시장을 측정하는 방식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2022년도에 미술 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1조 시대 돌파’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수치는 미술품 거래만 측정한 수치예요. 가령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를 찾은 수많은 관람객들의 티켓비나 베니스 비엔날레에 현대차가 후원한 후원금 등은 측정에서 제외됐어요. 마켓이라는 게 시장의 크기를 파악하는 것이라 컬렉팅의 규모만 측정하는 것이 옳은지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에 따라 미술시장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전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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