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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시간의 시작에서
던진 미래를 위한 고민

모든 사건은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사건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로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일들은
언제나 다른 일들과 연결돼 벌어집니다.
지난 한 해 문화예술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스퀘어 8호는 시간의 첫걸음을
앞두고 우리의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글_김대현(에이스퀘어 편집위원장)
2023년 한 해를 회고하며
인간이 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시간의 순환성을 깨달은 순간에 있습니다. 모든 사건이 일회성을 가지는 선형적 시간관과 달리 순환적 시간관에서 사건은 시간을 두고 반복됩니다. 천체의 순환이나 계절의 순환도 그럴 것입니다. 시간의 순환에 따라 조금의 차이를 두고 반복되는 사건 속에서 인간은 지나간 시간 동안 자신이 행한 행동을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해야 할 행동을 예측합니다. 그 순간이 하루의 마지막이나 월말, 연말과 같이 어느 시간 주기의 전환점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시간 주기의 전환점에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예측한다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주요한 사건들을 발생 시기에 따라 단순히 나열하고 재기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에 내재한 숨겨진 의미들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전망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에이스퀘어 8호는 지난 한 해 문화예술 현장에서 첨예한 관심사가 됐던 사안들을 상세히 점검하는 한편 해당 사안들이 문화예술 담론 및 예산과 제도, 장르별 예술 현장에 미친 영향과 전망을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및 편집위원들의 의견을 통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큰 폭의 변화를 겪은 2024년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사업의 내용과 의견수렴 과정을 사업 책임자의 인터뷰를 통해 살피고 마지막으로 예술의 창작, 향유, 유통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이야기
이번 호 에이스퀘어는 ‘문화예술계 2023 결산과 2024 전망’이라는 주제로 총 여섯 편의 글을 수록합니다. 이광석의 ‘문화예술계가 주목한, 그리고 앞으로도 주목할 담론들’은 2023년 문화예술 현장을 주도한 담론으로 팬데믹, 기후 변화 등과 연계된 다기한 생태 담론들의 성행, 이의 과잉을 적시하는 것과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본격화와 이를 둘러싼 전망을 소개하고, 전쟁, 기후 변화 등 상기 내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위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으로 담론과 담론, 양식과 양식의 융복합 경향에 관해 설명합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2024년은 다중위기를 극복할 상호호혜적 돌봄의 공동체적 구상에 대한 상세한 논의들이 실천돼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박선영의 ‘예산안과 법제도 현황으로 본 2024년 문화예술정책’은 현 정부 들어 지속되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 예산의 실질적 감축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모토로 하는 예산안의 편성이 오히려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우려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행정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진흥법, 국악진흥법 등 독자적인 진흥법 제정이 가진 한계, 마지막으로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제정 및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지위에 있는 창작자들의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문소영의 ‘요동치는 뉴웨이브, 시각적이지 않은 시각예술’은 창작의 영역에서 AI를 이용한 시각적 표현물이 미술관 등에 전시된 것을 예시로 현대미술의 범주에 대한 인식의 변환과 인간 예술가와 AI의 공존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유통 영역에서는 해외 유명 갤러리들의 한국 진출과 이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미술 시장으로서 한국과 한국 작가들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SNS 활용 및 스스로 예술 작품 감상의 속도를 조율하는 것에 익숙한 청년 세대에게 여가와 문화 향유의 중심으로 새롭게 떠오른 미술관 열풍과 이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다룹니다.
장지영의 ‘역대 최고 티켓 매출액 돌파한 공연예술 시장의 변수와 미지수’는 뮤지컬 시장의 활황 원인을 스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블록버스터 뮤지컬에 두는 한편, 새로운 예술 한류 콘텐츠로 창작 뮤지컬 수출 현황을 살펴봅니다. 이외에 공연 인프라 구축 및 프로그램 다양화에 따른 지역 공연 시장 활성화,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들의 내한 공연과 실질 관객 대비 고가의 관람료 문제를 검토하고 정책적인 부분에서 장애인의 안전한 예술 향유 필요성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예술인 및 예술 행정기관들의 노력에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김슬기의 ‘독서 인구 감소 속 문학계 일기예보’는 독서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라는 근본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학이 읽히는 현상을 살피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사회에서 치유의 기능을 가진 소설들의 유행과 부커상, 메디치상, 노벨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 수상작들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감, 영화∙애니메이션∙드라마 등의 원작이 된 작품들과 OTT, 유튜브 등을 통해 회자된 이른바 미디어셀러들의 부상도 그 일환입니다. 또한 재외 한인의 서사를 담은 디아스포라 문학과 출구 없는 시대에 새로운 전망을 담은 SF 문학의 성장세 또한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최익서의 ‘사회와 문화예술의 교섭, 유동하는 액체 세대’는 심리적 빈곤 상태에서 매 순간 자신의 결핍을 확인해야 하는 이른바 잘파 세대의 불안과 이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정서적 공감대에 기반한 소규모 트라이브십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소속감과 인정 욕구에 목마른 이들은 소비 능력을 과시하면서 원하면 가지는 게 아니라 가질수록 원하게 되는 사회로 바꿔버렸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 영역에 대한 관심과 개인들의 연대를 통해 공적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외에도 예술의 가치론, 동시대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역량 등 흥미로운 논점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PRISM에서는 2023년 문화예술장에 대한 정리와 2024년 전망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권용민의 ‘2024년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의 시각과 전망’은 지난해 에이스퀘어에 기고 또는 대담 등의 형식으로 제작에 참여했던 현장예술인, 연구자, 정책 실행기관, 기타 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23년 문화예술 분야에서 벌어진 주요한 사건과 2024년 문화예술 분야에서 예상되는 변화의 전망에 대한 응답을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과 이후의 전망, AI에서 파생된 문제들과 이에 따른 예술과 기술의 융합, 여전히 문제의 소지로 남아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검열의 우려 등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의 의견을 만날 기회라 생각됩니다.
AROUND에서는 ‘문화예술계 2023년을 보내고 2024년을 맞이하며’라는 주제로 창간 이후 지금까지 에이스퀘어 발간에 함께 하고 있는 김대현, 박병성, 양혜원, 이지현, 권용민, 양지나 편집위원과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문화예술 정의 규정 개정, 거버넌스, 예술과 기술, K-Arts, 인류세 등 과월호에서 다룬 특집들을 순차적으로 검토하며 해당 주제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생각과 고민을 말과 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블랙리스트와 검열의 문제, 문화예술 분야 예산 삭감과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정부의 역할, 1인 문화 매개자의 대두, 공연 시장의 양극화,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문제, 미술 시장의 규모 확대에 대한 편집위원의 생각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SCENE은 전년에 비해 대폭으로 변화한 2024년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사업의 내용에 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총괄부 서유미 차장의 인터뷰를 게재했습니다. 이번 개편은 공모사업 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예술가들이 지원 대상 여부를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사업 대상의 목적과 장벽을 허물어 지원 영역을 확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습니다. 사업의 관점도 프로젝트, 단년 지원에서 중장기, 주체 지원으로 변화한 가운데 개편이 있기까지 수차례의 현장 업무보고와 내부 워크숍, 공청회를 여는 등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있었음을 만날 수 있습니다.
FLOW는 ‘경험의 확장을 만든 문화예술의 새로운 시도들’이라는 주제로 기존의 예술 유통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른 길을 개척해가는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유통의 어려움으로 곤란을 겪는 작가들의 작품을 새로운 콘텐츠 기술과 접목한 이성동 패션 디자이너, 다이닝 테이블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빌려 예술적 체험이 일상의 것이자 끊임없이 재생산의 대상이 돼야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준 윤영빈 대표, 높은 가격과 휴대의 불편함으로 확장성이 떨어지는 국악기를 소재와 크기를 변화시켜 개량한 김재은 대표의 새로운 생각과 시도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건이 그렇듯 사건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무수한 사건들이 착종된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사건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언제나 다른 사건들과 깊숙한 지점에서 연동돼 있기 마련입니다. 지난 한 해 문화예술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이목을 잠식한 사건들은 그간 우리 사회에 누적되어 온 다른 사건들의 결과입니다. 지난 사건을 기반으로 미래를 전망할 힘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에이스퀘어의 기사들이 이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대현
김대현(에이스퀘어 편집위원장)

2011년 ‘플랫폼’ 문화비평상, 2012 ‘실천문학’ 문학평론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청색종이’ 편집주간, ‘뉴래디컬리뷰’ 편집위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당신의 징표-이름의 존재론과 성의 정치학』, 『불온한 제국』, 『이소선의 기억과 기록(편저)』, 『전태일의 친구들(편저)』, 『법정에서 만난 역사(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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