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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소외 없는 문화 복지
통합문화이용권의 내일을 꿈꾸다

국민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문화 소외 시민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시작된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이
시행 18년 차를 맞았다. 20대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지만, 특정 문화산업 분야에 편중돼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이 올바르게 이뤄질 방안을 이야기해본다.
글_연수현(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출발한 통합문화이용권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은 삶의 질 향상과 문화 격차 완화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국내 여행, 체육 활동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5년 ‘문화바우처 사업’이라는 이름의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은 2006년 3만 원 상당의 포인트제로 본격 추진됐다. 이후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바우처 사업의 총괄 운영기관으로 지정되며 카드제로 바뀌었고 ‘문화이용권’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2013년에는 관광 및 스포츠 분야 바우처가 통합된 후 ‘통합문화이용권’으로 재탄생하면서 문화 분야로 한정했던 이용 가능 분야를 확장했다.
2022 문화누리카드 안내

2022 문화누리카드 안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재 문화누리카드 사용대상자는 지난해까지 연간 10만 원을 지원받았고 올해 9월부터 11만 원으로 향상됐다. 또한 정해진 규모의 예산을 지역별로 나누어 선착순으로 발급했던 기존의 방식(대상자의 약 80%)에서 대상자 전체(263만 명)가 발급받도록 했다. 문화누리카드는 공연·영화·전시 관람을 비롯해 국내 여행, 4대 프로스포츠 관람 등 문화예술·여행·체육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등록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만 결제할 수 있다.
도서 및 영화 관람에 대부분 소비되는 문화누리카드
꽤 오랫동안 통합문화이용권을 사용한 소비 행태가 특정 문화산업 분야에 편중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2014년 문화, 체육, 관광을 통합해 운영하면서 문화예술 분야의 소비가 위축되고 문화 분야 내에서도 도서 및 영화 관람 소비로 편중되는 현상이 이어졌다. 지원금액 규모와 문화 활동 인지도를 고려했을 때, 사용하기 편리한 도서나 영화 구입으로 이어지는 것이 이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공연을 관람한다고 가정했을 때, 공연 정보를 사전에 수집해야 하고 공연 관람료뿐만 아니라 이동이나 식사에 필요한 추가 지출이 이뤄져 선택 접근성이 떨어진다. 공연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영화를 선택하거나, 저렴하면서도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도서 구입 선택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보너스 컬처’, 프랑스의 ‘패스 컬처’ Ⓒ18app, Pass Culture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청년에게 문화지원금을 지급하는 이탈리아의 ‘보너스 컬처(Bonus Cultura)’와 프랑스의 ‘패스 컬처(Pass Culture)’도 도서 구입 지출 비율이 비교적 높다. 이탈리아의 ‘보너스 컬처’는 2016년 기준 전체 소비액 중 80%가, 프랑스의 ‘패스 컬처’는 2019년 기준 45%가 도서 및 서적 구매에 사용됐다. 프랑스의 경우 도서 및 서적 소비보다 디지털 음반이나 영상 구입·구독에 편중된 지출 문제를 우려해 소비 상한액을 정한다. 그 외의 분야는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준을 설정하고 상한액 규정이 필요한 범주만 심의위원회를 조직해 검토한다. 특정 분야 편중 지출을 우려한다면, 프랑스 사례와 같이 심의위원회 등을 통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분야별 혹은 범주별 상한을 설정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소비 상한액 설정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고, 상당 규모의 불용액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도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자유로운 문화 활동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특정 문화산업 분야에 편중해 소비 행태가 나타나는 것은 사용자의 선택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의 구조적 차원에서 자연스러운 소비 행태일 수 있다. 결국 기초예술의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향유 활동을 촉진하고자 하는 제도의 최초 설계 목적과 멀어지는 상황은 제도 설계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통합문화이용권에서 문화 분야 내 공연·전시 이용 비중은 2014년 이후 한 번도 전체 이용 건수의 2%를 넘은 적이 없다. 게다가 코로나19 시기에 디지털 음원이나 영상 콘텐츠 서비스(OTT 서비스) 구독 등이 가능하도록 허용 범위를 확대하며 이에 대한 소비도 증가하고 있어 단순히 가맹점 증대 등을 통해 기초예술 분야의 소비가 늘어나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통합문화이용권의 이용 분야를 다양화하고 이용률을 높일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용 대상자에 관한 면밀한 파악과 분석
이를 위해서는 실제 문화누리카드 사용대상자가 기초예술 분야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참여 의사가 있는지 등 세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첫 번째로 문화누리카드 소비행태를 이용건수로 분석해볼 수 있다.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관련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 저렴한 비용만 지불하거나 무료행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누리카드 소지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거나 무료 입장 혜택을 제공하는 가맹점이 있지만, 카드 이용내역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가맹점과 사용자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조사도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로 문화누리카드 사용 이외에 참여하는 문화생활은 무엇인지, 어떤 경로를 통해 참여하는지,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고 참여했는지 등의 별도 조사를 예로 들 수 있다. 경제적 소외계층으로 특정한 문화누리카드 사용대상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되는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 및 행사에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참여할 수 있어 위와 같은 별도 조사가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누리카드 사용자가 문화예술 분야 활동 참여에 어떤 제한 요소가 있는지, 장르별 혹은 관련 활동 참여 요구가 있는지,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지 적합한 방안 도출을 위한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사용대상자의 문화누리카드 사용 분석은 활동 현황 파악을 넘어 문화예술 활동과 참여를 촉진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2021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2021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활동과 참여를 독려할 제반 서비스
보다 적극적인 문화예술활동과 참여를 이끌기 위해 선택권(선택의 자유)을 보장하고 이를 이행할 제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먼저 교통지원 정책 설계를 고려해볼 수 있다. 2021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를 바탕으로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 기반 시설의 지역 간 양적 격차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백만 명당 문화 기반 시설 수는 인구가 적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큰 차이가 없게 나타났다. 오히려 대도시보다 중·소도시의 문화 기반 시설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도시, 중·소도시, 농촌지역(읍·면)의 거주 지역과 관람 지역을 확인해보면 전체 관람 지역에서 거주 지역 관람은 86.9%, 비거주 지역 관람은 13.1%로 나타났으며, 이 중 비거주 지역에서의 관람은 대도시 7.6%, 중소도시 14.1%, 농촌 지역 29.9%로 나타났다. 농촌 지역일수록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시도별 문화 기반 시설 수보다는 각 지역의 시설 분포 문제 혹은 공연, 전시 수나 질적 차이로 발생한 문제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경제적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활동과 참여를 위해 비거주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시간적·경제적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통합문화이용권에서 철도, 시외버스, 고속버스 등의 사용은 이미 가능하다. 하지만 문화예술 공연이나 전시 참여를 위한 추가적인 교통비를 지원한다면 더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볼 수 있다. 캐나다 에드먼턴(Edmonton)에서는 저소득 기준에 해당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 이용권 대상자는 자동으로 대중교통 이용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Leisure Access Program).
적극적인 홍보와 할인,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연계
적극적인 홍보와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문화누리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할인과 무료 혜택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국·공립문화시설(전국문화기반시설), 생활SOC시설(복합화대상시설 포함),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지원받는 창작 단체에 문화누리카드 가맹점 가입을 유도하고 문화누리카드 사용자에게 우대혜택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지원받는 우수 창작 작품이 향유 지원으로 연계될 수 있고, 예술계에서도 새로운 관객을 개발할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뮤지컬이나 콘서트 같은 인기 콘텐츠에 대해서도 정부가 추가 할인분을 해당 가맹점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문화예술 향유 활동의 선택권을 높여줄 수 있도록 가맹점과의 협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문화품앗이 누리집

문화품앗이 누리집 Ⓒ문화품앗이

이와 같은 협업으로 사용대상자의 문화예술 관람 및 참여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추적, 관찰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이 할인·무료티켓 판매 내역을 보고하는 연 1회 연말 보고를 의무화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도 패스 컬처와 연계해 문화예술 관련 국가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매표 정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패스 컬처에 가입한 기관 모두 전체 티켓 수, 무료 제공 티켓 수, 로열티, 금액 등을 등록·신고해야 한다. 저소득층 가정에 무료 관람 패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쿨 컬처 패밀리 패스(Cool Culture Family Pass)’도 협력 기관에 할인·무료티켓의 제공 금액, 내역 등에 관해 별도의 리포팅을 요청해 사회 환원 및 공헌 비용으로 산정해 발표한다. 문화누리카드도 별도의 매표 정보 시스템 개발까지는 아니어도 현행 매표 정보 시스템에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하거나 가맹점에 할인·무료 제공에 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초예술 활동에 참여한 사용대상자의 경험, 데이터 등을 축적하고 분석한다면 지역별, 연령별 다양한 계층의 문화활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를 문화체육자원봉사 연결 시스템인 ‘문화품앗이’와 연계할 수 있다. 사용대상자에게 문화예술 분야의 정보를 홍보, 안내하고 매칭하는 역할, 기초예술 분야 관람 및 참여 시 필요한 이동 편의 지원, 수요 파악 등 지역의 사회적 경제 조직과 연계해 기획하는 다양한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앞서 제시한 기초예술 분야의 소비 확대 및 개선을 위한 제안 역시 구체적인 운영 체계와 추진 전략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만 문화 격차는 소득, 학력, 문화예술 경험과 교육, 거주지 등 경제·사회·문화적 자본 차이에서 시작된다. 통합문화이용권 사업 자체가 이 같은 근본적인 차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또한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이 경제적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지만 일부에게 지원하고 연간 지원금액 또한 1인당 연간 11만 원으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통합문화이용권을 통한 기초예술 분야 향유 확대가 국민 전체의 계층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치트키는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공연·전시 등 기초예술 분야 향유의 욕구와 취향 형성은 중요한 경험재로 카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문화시설 및 단체의 이해와 관심, 정책적인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 통합문화이용권이 사회 전반의 문화 격차를 줄일 동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 국토연구원(2021). 지역 간 삶의 질 격차: 문화·보건·보육. 균형발전모니터링&이슈 Brief 제10호
· 문화체육관광부(2020). 문화복지정책 중장기 발전방향 연구: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을 중심으로
· 문화체육관광부(2021).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0). 기초예술분야 이용 활성화를 위한 통합문화이용권 사업 운영방안 연구
연수현
연수현(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2016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주로 문화비소득공제,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경제 등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문화복지, 문화영향평가 등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늘 현장밀착형 정책연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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