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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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문화예술이 모두의 삶에 스미는 내일
웹진 A SQUARE의 문을 열며

문화예술이 마주한 문제를 함께 나누고 탐구하기 위해,
그리고 이를 기억해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웹진 ‘A SQUARE’를 창간했습니다.
이 작고 네모난 공간에는 많은 사람의 수고와 열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주제 하나에도 치열하게 고민했고, 단어 하나도 열렬하게 사유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A SQUARE는 모두의 공간이 되어야 하기에.
글_김대현(A SQUARE 편집위원장)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공(公)과 공(共)의 조화로움
예술이 모두의 것이라는 진술은 오늘날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명제입니다. 모든 사람은 예술창작 및 향유의 자유를 가지며 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내장된 권원에 의해 정당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예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가의 예산 및 공적 기금으로 설립, 운영되는 국민 모두의 공동자산으로 공동체의 규범에 따라 구성원 전원이 공동으로 향유하는 공동자원의 성격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국민의 예술창작 및 향유를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연의 기능을 실현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시원적 근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체 구성원의 이익에 복무한다는 공공성(公共性)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공공성의 개념에 내포된 이중적 속성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성은 공동체가 도달해야 할 가치 기준으로 ‘공(公, publicness)적인 것’과, 공유물의 분배 기준으로서 ‘공(共, commons)적인 것’이 혼재된 개념입니다. ‘공(公)’은 상이한 욕망 주체들 사이에서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기준으로 일종의 사회적 표준에 해당합니다. 이는 다시 공동체 전체 이익과 공동자원의 효과적인 사용·수익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며 공동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황폐와 남용을 방지합니다. 그러므로 ‘공(公)’은 반드시 평가를 전제하는 것으로서 공동체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금지하는 배제의 원리로 기능하게 됩니다. 하지만 ‘공(共)’은 다릅니다. 앞서 ‘공(公)’이 공동체 전체 이익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공동자원의 이용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면 ‘공(共)’은 권력자 또는 공동자원의 이용기준을 설정하는 소수집단에 의한 독과점을 저지하고, 구성원 개개인의 보편적 이용가능성을 확대하는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므로 이를 공동자원의 이용기준으로 한다면 공동자원은 어떠한 배제도 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향유하는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 경우 ‘공(共)’은 ‘공(公)과 달리 배제가 아닌 포섭의 원리로 기능합니다.
공공성을 기준으로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일이 까다로운 이유도 이 지점에 있습니다. 공공성은 서로 모순되는 의미를 가진 두 개념이 상보적으로 결합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공(公)’에 무게중심을 두는 경우, 이는 공동자원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공동자원의 효과적인 배분을 통해 총효용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그 반사적 효과로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의 이용 가능성을 방해하는 경계선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반면 ‘공(共)’에 가중치를 두는 경우 보편적 이용 가능성은 확대되지만, 자칫 남용되면 익히 알고 있는 공유지의 비극과 같이 오히려 공동의 이익을 해할 수 있다는 물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이처럼 ‘공(公)’과 ‘공(共)’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념적 지표입니다. 그러므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공(公)’적인 것과 ‘공(共)’적인 것의 조화를 지향하며 문화민주주의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공론의 장이 되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진 A SQUARE의 창간 목적도 여기에 있습니다. A SQUARE는 예술 현장 및 정책 집단 등이 마주할 수 있는 다기한 쟁점들을 예술인, 정책입안자, 연구자 등의 다양한 시각으로 첨예하게 다듬고 비판적으로 분석해 공공의 이익에 적용할 수 있는 고유의 담론을 끌어내는 ‘광장(Square)’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술 현장과 정책 집단 사이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깊이 있는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고 문화예술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삶에 스미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창간호의 주제는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를 통해 살펴보는 문화예술정책의 과제입니다. 제20대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 정립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를 통해 현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기조 및 주요한 세부 과제들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것이 창간호의 기획 의도입니다.
조현성의 ‘자유, 공정, 문화매력국가_20대 정부 문화예술정책의 방향과 의의’는 해당 주제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총론의 성격을 가지는 글로 ‘자유’와 ‘공정’, ‘문화매력국가’를 키워드로 삼아 현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기조를 개괄하고 있습니다. 정유란의 ‘오늘의 과정, 내일의 가능성_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위한 다년 지원’은 ‘다년 지원의 전 장르 확대’라는 국정과제를 토대로 국내외 다년 지원정책의 현황을 제시하며 일관성과 연속성을 기준으로 지원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김원영의 ‘장애가 제약이 되지 않는 세계_척도를 벗어난 장애예술’은 장애예술 지원정책이 특정 규범이나 기관에 온전히 포섭돼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창작자들과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더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하장호의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에 대하여_예술인 고용보험이 필요한 이유’는 예술인고용보험제도가 예술인복지정책의 근간임을 적시하고 예술인고용보험 및 예술인복지정책의 정착 및 확대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씬정석의 ‘개인을 지키기 위한 집단의 울타리_예술인권리보장법의 의미’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입법 및 시행과정에서 발생했거나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자율’, ‘분권,’ ‘협치’의 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연수현의 ‘차별과 소외 없는 문화 복지_통합문화이용권의 내일을 꿈꾸다’는 문화 격차 완화를 모토로 내세운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이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것을 검토하고 이용자들이 더욱 다양한 분야에 접근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보연의 ‘모두를 위한 정책, 고민해야 할 지점들_보편적 권리로서 문화예술 향유 확대’는 향유가 ‘시혜’가 아닌 국민의 ‘보편적 권리’임을 선언하고 모든 사람이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정책을 구현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안하고 있습니다. 안태호의 ‘문화시설에서 확장하는 문화역략_물리적 접근성이 중요한 이유’는 문화 향유의 첫 번째 조건으로 문화기반시설의 확충을 들고 이것이 양적 확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적 수준을 높여 시민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권용민의 ‘정부에게 바란다_정책과 현안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는 설문지를 통해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관한 현장 예술인들의 의견을 통계적으로 정리한 내용으로 현재 현장 예술인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창간호에 수록된 글 모두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줄 소중한 글들이니 꼭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창간호를 시작으로 A SQUARE는 앞으로도 예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예술창작 및 향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열린 공론장으로서 작게나마 문화예술 생태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김대현
김대현(A SQUARE 편집위원장)

2011년 ‘플랫폼’ 문화비평상, 2012 ‘실천문학’ 문학평론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플랫폼’, ‘내일을 여는 작가’의 편집위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당신의 징표-이름의 존재론과 성의 정치학』, 『불온한 제국』, 『이소선의 기억과 기록(편저)』, 『전태일의 친구들(편저)』, 『법정에서 만난 역사(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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