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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공정, 문화매력국가
제20대 정부 문화예술정책의 방향과 의의

음악, 드라마 등 문화 장르에 ‘K-’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요즘,
제20대 정부는 ‘자유’, ‘공정’ 그리고 ‘문화매력국가’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세부 과제의 상당수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현 정부는 한국을 ‘세계 일류’로 만들기 위해
어떤 문화정책과 국정과제를 계획하고 또 실행하고 있을까.
글_조현성(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20대 국정과제와 문화예술정책,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현시점에서 제20대 정부의 문화정책 내용과 지향점을 보려면 대선 후보 시절 공약,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10대 국정과제(2022. 5. 3),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120대 국정과제(2022. 7. 26),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2022. 7. 21) 자료를 참조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은 사회 영역의 국정 목표인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에 포함되며, 열한 번째 약속, ‘국민과 함께하는 일류 문화매력국가를 만들겠습니다’에 해당한다. 문화 부문 국정과제는 56번부터 62번까지 일곱 개이며, 문화예술에 한정하면 56번과 57번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따르면 문화정책 비전은 ‘세계 일류 문화매력국가’, 추진 방향은 자유·공정·번영, 핵심 추진과제는 다섯 개다.
56번 국정과제의 주요 내용은 ①공정한 문화 접근 기회 보장, ②품격 있는 문화시민 역량 강화, ③전통문화의 독창적 가치 확산과 창조적 발전, ④지역 중심 문화 균형 발전이다. 57번 국정과제의 주요 내용은 ①공정한 맞춤형 예술 지원, ②예술산업 경쟁력 제고, ③예술인 복지 안전망 강화, ④장애예술 활성화이다.
제20대 정부 국정과제와 문화정책

제20대 정부 국정과제와 문화정책

그러나 세부 과제가 이전 정부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세부 과제 상당수가 이미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통합문화이용권 지원 및 문화비 소득공제 확대, 문화예술교육 기초 거점 운영, 문화 시설 활용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 문화도시, 예술 다년 지원의 전 장르 확대, 청년예술인 생애 처음 지원 확대, 전문·신진예술인 창작 준비금 지원 확대, 예술인 고용 및 산재보험 적용 확대, 장애예술인 지원 기본계획 수립, 장애인 표준 공연장 조성 등이 그렇다. 새로운 사업이 아니기에 ‘확대’라고 표현된 게 많다.
신규 사업은 2023년 예산(안)에서 순증(純增)된 것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사립박물관·미술관 디지털·친환경·무장애 관람환경 조성(22억 원),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127억 8500만 원), 중장년 청춘문화공간 운영(17억 원), 예술대학생·청년예술인 현장 역량 강화(57억 7500만 원), 예술인·단체 기술융합 이용권 지원(21억 원), 장애예술인 전문 공간 조성(13억 원), 장애예술인 신기술 활동 지원(11억 원), 장애예술인 창작물 유통 플랫폼 개발(2억 원), 장애인 예술교육 지원(5억 원)’ 등으로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이 많은 게 특징이다.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을 제외하고 새로운 사업이 많지 않은 것은 제20대 정부의 문화정책 방향성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까? 그렇지 않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 어떤 맥락에서 도출됐는지, 그리고 국정 기조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분석해야 비로소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이해하는 핵심어는 대통령 연설(취임사, 광복절 경축사)에서 드러난 ‘자유’, 4대 국정 운영 원칙 가운데 하나인 ‘공정’, 열한 번째 약속이자 업무보고에서 나타난 ‘문화매력국가’다.
문화체육관광부 2022년 업무계획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2022년 업무계획 Ⓒ문화체육관광부

모두에게 공정한 문화 접근성
누구나 누리고 즐길 권리가 있다
자유는 이번 정부가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국내·외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보편 가치를 자유로 인식한다. 번영과 풍요를 위해서는 자유가 보편 가치로서 정치·경제·사회 모든 영역에서 충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보편 가치인 자유는 문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두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문화 접근 기회의 공정함이 자유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취임사를 그대로 옮기자면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런 것 없이 자유 시민이라고 할 수 없다”. 문자에 한정해서 보면, 문화는 경제·교육과 함께 이번 정부의 주요한 정책 영역이 될 수 있다. 문화정책의 강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지점인데 지켜볼 일이다.
자유 시민의 전제 조건 중 하나는 개인의 문화 역량과 문화 참여이다. 그러나 사람들마다 처한 여건과 환경이 다르기에 참여와 역량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 부담 없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여가 시간이 많아 쉽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문화시설에 접근하기가 쉬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문화생활을 하고 싶은데 비용이 부담돼 포기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공연이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만 열려 현실적으로 관람하기 어려운 사람, 신체적·정신적 이유로 자유로운 문화예술 향유가 어려운 사람. 국정과제 56번의 세부 과제는 이 같은 사람들에게 문화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통합문화이용권 확대, 장애인 문화 접근 장벽 해소, 공공 수어 통역 지원 등 언어복지 개선, 문화기반시설의 디지털·친환경·무장애 전환 등이 그렇다.
국정과제 57번은 예술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사업들로 구성된다. 공정한 맞춤형 예술 지원(청년예술가 생애 처음·경력단절 이음 지원 확대, 전문·신진예술인 대상 창작준비금 지원 확대 등)과 장애예술 활성화(장애예술인 전용 공연장·전시장 조성, 국공립 공연·전시장의 장애예술인 공연·전시 활성화,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 구매)가 그렇다. 위에서 언급한 2023년도 예산에서 순증한 사업들이 대체로 여기에 속한다.
특히 장애예술인 지원정책은 매우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시민 호응도 역시 높은 편이다. 장애예술인 창작물을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하는 내용의 장애예술인지원법 개정안이 공포됐고(2022. 9. 27), 문화체육관광부는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2022. 9. 8).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보류됐는데 올해는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부터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2022. 8. 31~9. 19)에 60여 점의 장애예술인 작품을 전시했는데 7만 2천 명 이상의 시민들이 관람했다.
청와대 춘추관 장애예술인 특별전

청와대 춘추관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일, 이것이 기회의 공정함이다. 공정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특권 없는, 그러니까 이미 주어진 규칙 내에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으로 절차의 공정성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노력과 의지에 상관없이 무엇인가를 행할 수 없는 조건의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기회의 공정함이다. 공정한 문화 접근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이번 정부 문화정책의 특징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소득과 지역 등에 따른 문화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들이 이뤄졌다. 그러나 결과로서의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것과 격차 해소를 위한 기회의 공정함을 강조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
2005년부터 문화바우처 사업으로 시작한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은 이전부터 계속 확대해 온 사업이다. 제19대, 제20대 정부 모두 저소득층의 문화 참여를 독려하는 문화누리카드 지원액 확대를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향점에 차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1인당 사용액 증액’을 19대 정부는 ‘국민 기초문화생활 보장’이란 맥락에서, 제20대 정부는 ‘공정한 문화접근 기회 보장’으로 이해한다. ‘통합문화이용권 지원금 증액’의 궁극적인 목표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국정목표 3)였던 이전 정부와 달리 제20대 정부에서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국정목표 3)를 목표로 한다. 책임·보장, 기회·자유 가운데 무엇을 강조하는가의 차이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문화 영역에서 나타난 것이다.
자유와 개성이 존중받는 문화
매력의 전제 조건이 되다
자유와 문화의 관계 두 번째는 자유 시민만이 자신의 고유성과 개체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 곧 자유가 개성 있는 문화 표현의 전제 조건이란 점이다. 이번 정부의 문화정책 비전이자 국민과의 열한 번째 약속인 ‘일류 문화매력국가’는 자유에서 비롯된다. 개인 또는 집단이 ‘매력 있다’라는 말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에 기초해 타자와 구분되는 무엇을 지니고 있으며, 상대가 이를 좋아하는 것이다. 고유성과 개체성이 매력의 조건이지만 모든 개성이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매력은 언제나 그것을 인정하는 상대가 있어야 하기에 개성은 개별적이면서 보편적이다. 매력의 원천은 보편적 개성이며, 개성은 자유에서 비롯된다.
‘문화매력’이라고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매력은 문화적인 것이다. 경제력과 권력을 갖춘 사람이나 국가를 매력적인 사람, 매력적인 국가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감동을 주는 사람이 매력적인데 이들은 자신을 문화적으로 그리고 미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자유롭지 않다면 독특한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 어렵다. 문화 부문 국정과제를 포괄하는 열한 번째 약속은 인수위원회 국정과제(5월 3일)와 국무회의 통과 국정과제(7월 26일)가 다르다. ‘문화공영으로 행복한 국민,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가 ‘국민과 함께하는 일류 문화매력국가를 만들겠습니다’로 바뀌었는데, 자유를 강조하기에 수정·보완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과제 56번과 57번의 통합문화이용권 확대와 장애예술인 지원 등을 문화접근 공정, 곧 자유의 전제라고 말했다.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참여자인 문화누리카드 이용자, 장애예술인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사업 참여는 자신의 문화와 개성을 표현하는 자유의 확대 과정이다. 공정한 기회 이후 자유롭게 문화 활동을 하면 매력적일 수 있다. 모든 자유로운 문화 활동이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활동은 하나같이 자유로운 개성과 표현이 선행된다.
문화누리카드

문화누리카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정과제 56번의 두 번째(품격 있는 문화시민 역량 강화) 핵심어는 생애주기 맞춤형 문화예술교육이다. ‘생애주기 맞춤형’이란 세대별 맞춤이란 뜻이지만 교육 참여자를 단수가 아닌 복수로 이해하는 것이기에 나아가면 ‘개별자 맞춤형’까지 이를 수 있다. 맞춤형 문화예술교육의 목표는 교육 참여자 수 증대가 아니라 참여자의 문화 역량 제고에 있다. 교육을 통해 문화예술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된 개인의 자유로운 문화 활동, 곧 자기 자신을 문화적으로 표현하는 활동 참여가 맞춤형 문화예술교육이 지향하는 바다. 그러한 사람이 자유 시민이다. 공정과 자유에 기초한 문화정책의 지향점은 ‘보편적 문화 복지’로 볼 수 있다. 국정과제 56번에서 표현된 문화 복지는 문화 감수성을 지닌 개인의 일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같은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가 문화매력국가이다.
제20대 정부의 문화정책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자유롭게 자신을 문화적으로 표현하는 존재, 곧 자유 시민으로 구성된 사회가 문화매력국가다. 이때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자기 뜻과 관계없이 그것이 어려운 이들에게 문화 참여 기회를 주는 것이 문화정책의 공정함이다. 현재까지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제20대 정부 문화예술정책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이다.
조현성
조현성(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후 2001년부터 지금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인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서 문화정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문화지표와 문화통계 관련 연구에 참여한 후, 문화복지와 문화예술교육 분야 연구를 상대적으로 많이 수행했다. 『노인 문화복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2004), 『문화복지 중기 계획 연구』 (2008),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개선방안 연구』 (2016), 『장애인 문화예술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2020)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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