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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누리는 보편적 문화복지,
향유 지원사업의 성과와 과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민의 문화 향유’라는 가치 아래
지역의 문화예술 성장이나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향유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선명한 이정표를 남긴 통합문화이용권,
신나는 예술여행, 사랑티켓 사업을 통해 지난 50년간의
향유 지원사업 흐름과 성과, 과제를 이야기해본다.
글_양효석(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처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사업을 구분하면, 크게 예술인의 창작역량 제고를 위한 창작 진흥사업과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 향유 또는 문화복지 관점의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창작과 향유의 관점이 혼합된 매개 공간 지원, 국제 교류 및 지역문화 지원 등도 있다. 그러나 통상 공공 부문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예술가의 창작 및 표현 활동을 지원하는 창작 지원과 국민의 문화 접근성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향유 지원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창립 50주년을 맞은 예술위가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문화 향유 유형 사업은 문화 향유의 지역적∙사회적 편차를 줄이기 위한 ‘신나는 예술여행’, 저소득층을 비롯한 문화소외계층이 스스로 문화 향유에 나설 수 있도록 일정액이 적립된 문화카드를 지급하는 ‘통합문화이용권’, 그리고 문화소외계층이라 할 수 있는 65세 이상의 노인층, 미래 문화예술 잠재 관객인 아동 청소년(만 24세)층을 대상으로 공연∙전시 관람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랑티켓’ 등 세 가지이다. 이 글에서는 예술위의 50년 역사 속에서 문화 향유 지원사업의 성과 및 현황과 과제를 문화 향유를 대표하는 3개 사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국가 차원의 문화복지 실현
통합문화이용권
‘향유’라는 분류보다 구체적인 문화정책의 분야로서 문화기본법이나 문화예술진흥법(이하 문예진흥법)에 언급되고 있는 것은 ‘문화예술복지(문예진흥법) 혹은 문화복지(문화기본법)’이다. 2006년 문화바우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통합문화이용권사업은 수요자 선택형 문화 복지사업으로 그 시작과 성장은 우리나라 문화복지 정책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 사업은 주로 경제적 소외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공연∙전시∙영화 관람과 도서 구입, 여행, 스포츠 경기 관람 등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복권기금을 재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한동안 언급조차 뜸했던 문화복지가 문화정책의 영역으로 서술(문화기본법)되고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문예진흥법)가 마련되는 등 문화 부문의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통합문화이용권사업을 오랫동안 지켜본 필자는 이 사업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 향유 지원사업이자 사회복지의 한 영역으로 간주해온 문화복지에 대한 정책적인 접근이 이뤄진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사업은 문화 분야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전담 기관 및 가맹점 등 전국적인 추진 체계를 갖춘 사업으로 특히 1980년대부터 언급돼 온 문화복지를 실현한 사업이자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본 사업은 2006년 등장해서 17년의 짧은 기간 동안 획기적인 발전을 거쳐 현재는 법적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대다수에게 개인 1인당 11만 원의 지원금을 문화누리카드에 자동 충전시켜 자신이 원하는 문화∙관광∙스포츠 관람 및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기별 주요 정책의 변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곽종원 문예진흥원 초대 원장 취임 인터뷰

통합문화이용권 정책의 변화 추이(2006~2023)1

초기 문화바우처 사업은 2006년 26억 원의 예산으로 인터넷상에 포인트제를 운영하는 온라인 사업으로 출발했다. 예술위에서 추천하는 공연에 대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가입된 회원들이 문화예술 프로그램 관람을 희망하면 3~5만 원 한도에서 공연을 연결해주는 형태로 운영됐다. 비록 인터넷이 일반화되지 않은 환경에서 추진된 온라인 플랫폼 역할이었지만, 좋은 공연을 추천해 연결하는 업무를 수행해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어 본 사업이 저소득층의 문화 향유 대표 사업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정착기(2011~2013)로 이 사업은 변화의 분기점을 맞게 되는데 2010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제46차 라디오 연설에서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문화바우처 예산을 빠르게 늘려 저소득층의 문화 혜택을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언급하면서이다.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이후, 2011년 예산이 전년에 비해 비약적인 증가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 그동안 회원 가입한 소외계층에게 인터넷 포인트제로 문화예술 접근 기회 제공하며 소박하게 운영하던 사업이 돌연 전 국민 대상의 카드사업으로 전환을 검토하게 됐다.
당시 문화나눔본부장을 맡고 있던 필자는 그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문화정책과장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당시 민간단체가 주관하던 문화바우처 업무를 예술위가 직접 주관할 용의가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만약 직접 주관이 어렵다면 다른 기관과 협의해야 하므로 바로 연락을 달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필자는 담당 직원들과 논의 후, 문체부의 제안을 수용키로 하고 위원장에게 보고했다. 물론 지난해 50억 원에서 5배 증액된 250억 원의 예산과 한 해의 중반이 넘어선 7월에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상황은 사업 성과를 내기보다 부실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을 거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초기의 어려움을 잘 극복한다면 국가 차원의 새로운 문화복지 지원으로서 사업의 파급성이 엄청날 것이라는 나름의 예측, 이 같은 난도 높은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문화기관은 예술위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사업 지원과 관리만 하기보다 오히려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일하기에 낫다는 판단으로 문체부의 요청에 부응하기로 했다. 한편 이러한 결정은 당시 윤지현 차장(현 문화누리부장)을 비롯한 문화나눔 담당 직원들의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직원들에게는 예상되는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우리 손으로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있었고,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사업의 확장에 대한 도전적 의욕이 현실적으로 직면했던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문화누리카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상대로 문화바우처 사업은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 분야 최대의 이슈로 등장했고 한 해의 두 달만을 남긴 시점에 사업 집행률이 배정된 예산의 19%에 불과하다는 암담한 기사가 연일 지면을 장식했다. 다행히 문화바우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역으로 문화바우처 인지도가 높아지는 홍보 효과가 있었고,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우리 측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기존의 가족 단위 카드 발급 외에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1인당 5만 원의 개인카드를 추가 발급했다. 비록 그해 사업 기간은 이듬해 4월까지 연장됐지만, 사업 집행률을 다른 분야의 바우처 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예술위 측 요청을 받아들여 2012년 8월, 문예진흥법 시행령 제23조의4 (문화이용권 사업 전담기관) 제1항에 따라 예술위가 전담 기관으로 지정됐고 정규 T/O 증원, 개인정보 이용 등에 관한 법적 근거 조항도 마련되는 등 법정 사업으로서 문화이용권 사업의 제도적 정비가 이뤄졌다.
통합조정기(2014~2016)에 정책적으로 중요한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문화이용권이 문화∙관광∙스포츠 이용권으로 통합됐고, 숙원 사항이었던 지원금액이 가족 단위(10만 원)에서 개인당 5만 원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명칭은 통합문화이용권(카드명은 문화누리카드)으로, 수혜 대상은 66만에서 145만 명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초기 지역단위 문화기획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기획사업이 예산 문제로 폐지됐다는 점이다. 이어 확장기(2017-2022)에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이 안정화 단계로 들어서면서 개인당 5만 원을 지급하던 지원금액의 상향 조정된다. 매년 1만 원씩 6년간 증액돼 2022년부터는 개인당 11만 원씩 총 159만 매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등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카드 충전의 형태로 지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와 향후 기간을 성숙기(2023~향후)로 정의하고, 사업의 내실화∙고도화에 힘써야 할 시기로 보았다. 본 카드에 대한 활용도가 높은 청년층의 지원을 확대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층에 지원하는 현재의 저소득층 위주의 지원방식에 대한 점검과 개선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적 수용 욕구가 큰 차차상위에 대한 지원 확대, 문화복지 전문인력 양성과 기획사업 활성화, 카드 사용의 편의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앞으로 검토될 과제로 판단된다.
극적인 회생 후, 발전을 이룩한
신나는 예술여행
문화 향유 지원을 목적으로 시행 중인 예술위의 사업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신나는 예술여행’이다. 이 사업은 공급자(예술가)의 시각에서 ‘소외계층 문화순회’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으나 2019년부터 수용자(향유자) 시각인 신나는 예술여행으로 명칭이 일원화되면서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상징적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다. 이 사업은 문화 향유의 균점화라는 문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1990년 독립된 문화부 이어령 초대 장관에 의해 추진된 ‘찾아가는 미술관’, ‘찾아가는 도서관’ 등 ‘찾아가는’ 시리즈의 사업과도 연결된다. 순회사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일찍이 공공영역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추진했던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영국은 2000년대 이후 지역예술위원회가 국가예술위원회(ACE)와 통합되면서 정책 결정은 중앙정부가, 개별 사업 시행은 지역예술위원회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지역을 찾아가는 순회 프로그램은 중앙정부가 직접 추진했다. 프랑스에서는 1960년대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정부에서 10년간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가 주창했던 고급문화 확산 정책을 시행했다. 수도 파리에 집중된 우수한 문화예술을 문화 향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프랑스 전역 사회적∙지역적 문화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예술단체가 직접 찾아가 문화를 누릴 기회를 준다는 취지의 ‘문화의 민주화’ 이념에 바탕을 둔 지원사업으로 추진됐다
예술위가 주관하는 신나는 예술여행 역시 서울에서나 볼 수 있던 문화예술 작품을 문화시설이 부재한 도서∙산간, 농어촌∙섬, 군읍면 등 지역 문화예술을 직접 접하기 어려운 곳이나 사회복지시설, 고아원, 요양시설 등 사회적∙지리적∙문화적 소외계층을 ‘찾아가’ 공연∙전시 및 시 낭송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제공한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예술단체를 선정해 평소에 보기 어려운 예술단체의 공연, 예술적 수월성이나 대중성 등이 인정된 작품을 소외계층 및 소외지역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문화 향유 정책의 하나로 뚜렷한 정책 목표를 가진 지원사업이라 할 수 있다.
신나는 예술여행 연도별 예산 및 추진현황

신나는 예술여행 연도별 예산 및 추진현황2

신나는 예술여행은 한 때 기재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폐지될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이유는 ‘찾아가는’ 류의 향유권 확대 사업은 2005년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돼 이미 예술단체들이 해당 지역 내에서 순회형 사업을 제한적이나마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기재부가 사업의 중복성이 인정된다며 심의 결과 관련 사업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기재부의 결정은 지역 내 단체만이 해당 지역의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형태로 전환된 것으로 ‘문화의 균점화’ 혹은 문화 민주화 이념을 바탕으로 한 고급문화의 확산이라는 신나는 예술여행의 본래 사업 취지를 간과한 것이다.

신나는 예술여행 ⓒ신나는 예술여행

기재부의 예산 전액 삭감 방침이 알려지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안숙선 명창, 유안진 시인, 박정자 연극배우, 이성림 당시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장(전통무용) 등 당시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여성 예술인이 주말 휴일이었음에도 기재부를 방문했다. 마침 사무실에 나와 있던 기재부 예산 실장과 긴급 면담 요청이 성사돼 삭감하려던 지원 예산을 다시 검토해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함께한 예술인 중 유안진 시인(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은 “신나는 예술여행을 통해 지역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시인, 소설가, 예술인이 전국을 누비며 시낭송회, 공연, 전시 등을 열며 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정부가 나서서 하지 않으면, 누가 할 수 있는가?”라며, 신나는 예술여행이 예술가와 향유자 모두에게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진정성 있는 호소는 예산실장의 마음이 움직였고 신나는 예술여행의 예산을 극적으로 살릴 수 있었다. 이후 이 사업은 더욱 발전해 복권기금으로 재원이 옮겨진 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문화 향유의 저변 확대를 위한 상징적 지원사업으로 성장했다. 어쩌면 오래전 사라졌을지도 모를 이 지원사업은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공연 현장을 풍미했던
사랑티켓
‘사랑티켓’ 사업은 현재 중단됐지만, 한때 대학로를 중심으로 관객몰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원사업이다. 사랑티켓의 기원은 1991년 ‘연극영화의 해’ 사업의 일환으로 5월 가정의 달과 10월 문화의 달에 한국연극협회의 주관하에 공연∙전시장 입장료를 1인 2,000원씩 지원해 주는 관객 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이 상당한 호응을 얻자 이듬해부터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으로 편성돼 예술위의 전신인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연중 추진됐다. 필자는 2000년대 초반 공연팀장으로서 사랑티켓 사업 활성화 연구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했고 공연 관객 확대를 위한 사랑티켓 확산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 결과 사랑티켓은 연간 예산이 80억 원까지 증액되면서 아동극을 중심으로 대학로의 연극 관객 증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기존 50개 내외였던 대학로 소극장 수는 2000년대 초반 150개 이상으로 늘었고 대학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연극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예술단체가 할인해준 사랑티켓 금액을 문예진흥기금에서 보전해주는 형태로 지원사업을 이끌어간 사랑티켓의 인기는 높아져 갔다. 그러나 사랑티켓이 예술 현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지원 예산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사랑티켓 운영협의회에서는 한 달에 1인당 8장까지 살 수 있던 것을 4장으로 줄이고 하루 발권량도 500장으로 제한하는 극단적인 쿼터제를 실시했다. 이후 매일 오전 10시 사랑티켓 예매가 시작되면 10분도 되지 않아 매진되고, 이에 따라 사랑티켓의 유통량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사랑티켓에 의존해 온 대학로 극장의 매출이 80%까지 떨어지는 등 운영에 직격탄을 맞는다. 사랑티켓은 시장의 티켓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끼쳐 사랑티켓 할인가격에 시장의 소비자 눈높이가 맞춰져 오히려 현장을 왜곡하는 ‘사망티켓’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각종 신용카드의 공연 할인 혜택이 늘고 할인율 또한 사랑티켓 지원액 보다 훨씬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사랑티켓의 인기는 시들었다. 대학로에서 사랑티켓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결국은 지원정책으로서 수명을 다했다는 진단 하에 공연정책의 무대 뒤로 사라지는 운명을 겪어야 했다. 사랑티켓은 서울 대학로 무대에서 사라진 정책이 됐지만, 부산을 비롯한 지역 단위 공연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장에 도움을 주는 공연 관객 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예술위 50년 지원 역사에서 사랑티켓은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사업 중 하나였고, 대학로가 연극의 거리로 발전하는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연 현장의 대표적인 문화 향유 지원 프로그램이었던 사랑티켓. 아직도 회자되는 사랑티켓의 취지를 살려 어려운 예술 현장에 필요한 관객개발 프로그램을 다시 기획해보는 것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세대 지원과 관객 개발
문화 향유정책의 남은 과제
향후 문화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문화 향유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나는 예술여행은 문화 향유의 균점화를 지향하는 문화의 민주화 이념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대표적 브랜드로 ‘모두를 위한 예술(Arts For All)’을 모토로 삼는 사업이다. 현재 신나는 예술여행은 문화시설마저 없는 도서∙산간, 농어촌∙섬 지역을 찾아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으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 추진하고 있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은 각 지역의 문화예술회관 등 문화시설을 활용해 서울에 집중된 국립 예술단체를 비롯한 질 높은 우수 예술의 향유 기회를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정책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업은 찾아가서 관객을 직접 대면하는 특성상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기획형 사업이나 청년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 프로그램 등은 앞으로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통합문화이용권이 실질적인 문화복지의 시원(始原)으로서 그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원 대상을 기존의 경제적 소외계층(저소득층) 중심에서 탈피해야 한다. 수요는 넘쳐나지만, 지원이 부족한 청년층, 최근 고령자에 편입한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건 없이 희생했던 기존 노년층과 달리 경제 도약 시대에서 압축 성장의 주역이었던 베이비붐 세대(1957~1964년생)는 은퇴 후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으나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아직 문화적 취향(문화자본)이 형성되지 않은 세대이다. 왕성한 활동 능력을 보이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를 문화소비자로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통합문화이용권을 활용한 공신력 있는 코디네이터의 안내와 설명을 통해 평생 영화 한 편 보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다 정년 은퇴를 한 이들에게 늦게나마 문화 향유를 통해 삶의 질에 대한 변화가 올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셋째, 현재 폐지된 사랑티켓을 ‘실버티켓’으로 전환, 섬세한 설계로 프로그램을 마련해 새로운 노년층이 저렴한 가격에 문화적 몰입과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유형의 노년층은 정책에 따라 문화예술계의 거대한 관객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들에게 문화적 접근 기회를 확대하려면 식사와 좋은 공연 추천, 백스테이지 관람 및 연출자, 배우와의 대화 등 세심하게 구성된 패키지 프로그램과 헌신적인 문화행정의 접근 등 문화적 취향을 형성하기까지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2022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상으로 50년간 시행해온 예술위의 여러 사업 중 문화 향유를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들을 살펴봤다. 앞서 언급한 3개의 사업은 문화 향유 지원사업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이지만, 이외에도 예술위가 국고 예산을 받아 별도의 추진단을 꾸려 진행하다가 현재는 다른 기관으로 이관해 국민 문화 향유 증진을 위한 국가적 사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예를 들면,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예술위에서 한동안 추진단을 구성해 지원사업을 시작했던 분야인데 관련법이 제정되면서 전담 기관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음센터)이 설립됐고 지원사업 역시 이관됐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시행하는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장애인 전용 극장 설치, 장애인의 문화 향유, 창작과 국제교류 활동에 이르기까지 비장애인 사업과 비교해 규모만 작을 뿐 거의 전 분야를 그대로 진행하고 있으며 문화정책의 영역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며 주목받고 있다.
한때 ‘18대 정부가 끝나면 가장 먼저 없어질 사업’으로 기자들이 뽑을 만큼 어려움을 겪었던 ‘문화가 있는 날’ 지원사업 역시 현재 문화기본법에 법적 근거를 갖추고 지역문화진흥원의 핵심 사업으로 이관됐다. 현재는 문화시설과 연계된 문화 향유 프로그램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소외계층 중심의 기존 사업과의 차별성에서 그 향배가 기대되고 있다. 그 외 여기에 언급이 되지 않은 여러 사업이 문화 향유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창작 진흥이나 매개 공간 지원으로 분류된 사업들도 결과적으로 뒤집어보면, 문화 향유가 또 하나의 목표이자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정책이 지향하는 지원사업의 궁극적인 도달점은 ‘문화예술의 접근성을 높여 모두가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있기 때문이다.
  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내부 자료를 기초로 일부 수정함
  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내부 자료를 기초로 도표화함
양효석
양효석(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처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문화행정혁신TF팀장과 정책실장, 예술진흥실장을 맡아 예술위의 전환기에 비전 수립, 위원회 운영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이후 신사업추진단장, 예술인력개발원장을 거쳐 신설된 문화나눔본부장을 역임하며 예술나무운동과 통합문화이용권사업의 활성화에 힘을보탰다. 2022년 4월부터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의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대한민국 문화재단 박람회를 개최했고재단 종사자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연수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현재 130여 개 지역문화재단의 중심이 돼 우리 사회에 문화예술의 가치를 높이고, 연대하며 협력하는 지역문화 시대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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