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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의 실패인가, 운영의 실패인가
중앙 정부의 문화예술 거버넌스 진단

국민이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며, 행정의 공정성과
민주성을 높이는 정부 위원회가 대폭 축소됐다.
행정 과정의 거버넌스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 위원회가 축소됨에 따라 중앙 정부와 예술
현장과의 거리가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둘 사이의 접점을 다시 모을 방안을 고민할 때다.
글_양현미(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
거버넌스를 위해 마련된
문화예술 정부 위원회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가 정부 위원회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 6월 말 기준 정부 위원회 636개 중 246개(약 39%)를 폐지·통합하는 안으로 이를 통해 정부가 운영 비용 약 300억 원을 절감할 것으로 보도됐다. 정부 위원회 정비 사유는 타 위원회와 유사·중복(40%, 98개), 운영 실적 저조(26%, 64개)가 가장 많았고, 그 밖에 단순 자문 성격, 장기간 지구성, 설치 목적 달성 및 필요성 감소, 민간위원 참여 저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2개 위원회 중 13개를 폐지하기로 발표하며 당초에 정한 목표 30%를 훨씬 초과한 41%의 성과를 올렸다.1
정부 위원회는 거버넌스를 뒷받침하는 주요 행정 수단 중 하나이다. 국민을 행정에 참여시켜 행정의 전문성, 공정성, 민주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원회 통폐합은 국정과제 중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 체계 구축’과 관련된 것이다.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정부의 비효율성이 커져 이를 정비한다는 의미다. 이는 애초에 잘못 만들어졌거나 만들 필요는 있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자는 제도 설계의 실패요, 후자는 제도 운영의 실패다. 그렇다면 문화예술 거버넌스는 잘 작동하고 있는가?
먼저 문화예술 분야의 정부 위원회 면면을 살펴보자.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문화예술은 문학, 미술(응용미술 포함),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및 뮤지컬 등 지적, 정신적, 심미적 감상과 의미의 소통을 목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 또는 타인의 인상(印象), 견문, 경험 등을 바탕으로 수행한 창의적 표현 활동과 그 결과물을 말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문화예술 거버넌스에는 순수예술뿐만 아니라 국어와 콘텐츠 분야도 포괄한다. 이번 글에서는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정책에서 볼 수 있는 위원회는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 중앙행정기관인 위원회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이 해당한다. 문화예술 분야에는 이러한 위원회가 없다. 둘째, 공공기관인 위원회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저작권위원회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는 행정기관위원회, 일명 정부 위원회이다. 행정기관위원회는 행정위원회와 자문위원회로 나누어진다. 행정위원회는 합의제 행정 기관으로 별도 사무 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 자문위원회는 행정위원회를 제외한 위원회로 의결 권한에 따라 의결위원회, 심의위원회, 심의·의결위원회로 나누어진다. 이들은 모두 법에 근거한 위원회이지만 행정적 필요에 따라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운영할 수 있다.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를 예로 들 수 있다2.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 위원회는 크게 진흥 기관과 규제 기관으로 나뉜다. 진흥 기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이고 규제 기관은 게임물관리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저작권위원회이다. 이중 지난 정부에서 운영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던 기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이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후속 대책의 일환으로 준정부 기관에서 기타 공공기관으로 기관 유형을 바꾸고 위원장 호선제를 도입했다. 호선제는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제도로 이해됐다. 하지만 위원의 선임권은 장관에게 있기 때문에 본래의 도입 목적인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달성하는데 효과적인 제도인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7기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비상임 위원 후보자 2배수 공개 검증’을 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지만, 비판적 논의를 통해 위원 구성에서 분야, 성, 연령, 지역 등을 균형 있게 구성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다. 그러나 이를 반영해 문화예술진흥법 및 시행령의 근거를 만들지 못한 것은 한계이다. 현재 문화예술진흥법에서 정하고 있는 것은 “문화예술에 관해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이 있는 자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촉하는 15명 이내(위원장 1명을 포함한다)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라는 내용뿐이다. 위원추천위원회는 경력 기준과 분야, 성별, 지역을 고려한 구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위원회에 대해서는 그러한 기준이 없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경우 “영화예술 및 영화산업 등에 관해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하되, 성(性)과 연령, 전문성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해 구성해야 한다. 다만, 위원 중 영화업자가 3인 이상 포함돼서는 안 된다”라며 구성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향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예술국 소관 정부 위원회
80% 폐지, 합당한 결정인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행정기관위원회 현황 및 활동 내역서 ’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총 32개 정부 위원회가 있다. 소속별로 분류하면 대통령 소속 2개 , 국무총리 소속 4개 , 문체부 소속 26개이다. 성격별로는 행정위원회 3개, 자문위원회 29개로 분류된다. 문화예술 분야 정부 위원회는 문화정책국 3개 , 예술국 5개, 지역문화정책국 7개, 콘텐츠정책국 5개로 총 20개이다. 이들 중 50%인 10개가 폐지 대상이다. 예술국 소관 위원회는 5개 중 4개가 폐지 대상으로 80%, 콘텐츠산업국 소관 위원회는 5개 중 3개로 60%에 이른다.
문화정책국(3) 예술국(5) 지역문화정책국(7) 콘텐츠정책국(5)
·문화다양성위원회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명예회복위원회
·문학진흥정책위원회
·공공디자인위원회
·문화예술교육지원위원회
·장애예술인문화예술활동지원위원회
·공예문화산업진흥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국립세계문자박물관건립위원회
·지역문화협력위원회
·박물관미술관학예사운영위원회
·도서관자료심의위원회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문화도시심의위원회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
·만화진흥위원회
·이스포츠진흥위원회

문화예술 분야 정부 위원회(폐지 대상 위원회에 취소선 표시)

왜 예술국 소관 정부 위원회의 폐지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인가? 효율성을 위해 예술 현장과의 소통 채널을 닫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정부 위원회 폐지 사유는 앞서 살펴봤는데, 이들 중 예술국에는 유사‧중복, 운영 실적 저조, 단순 자문 성격이 해당된다. 일단 예술국 소관 위원회는 모두 자문 위원회이며 의결권이 없는 심의 위원회이다. 운영 실적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연 1-2회에 불과하다. 콘텐츠정책국 소관 정부 위원회 중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는 의결 위원회로서 3년간 222회로 매우 활발히 운영됐다. 반면,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는 연간 2-3회,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는 3년간 1회 운영됐으며, 만화진흥위원회와 이스포츠진흥자문위원회는 아예 구성돼 있지 않다. 이렇게 볼 때, 콘텐츠 분야는 콘텐츠 분쟁 조정이라는 실질적 의결기능을 갖는 위원회 외에 자문 위원회는 거의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소관 위원회명 위원회 구성일 2019 2020 2021 합계
예술국 문학진흥위원회 2017.2.24 2 2 2 6
장애예술인문화예술활동지원위원회 2021.7.21 1 1
공예문화산업진흥위원회 2017.12.1 1 2 2 5
공공디자인위원회 2018.4.17 1 2 3
문화예술교육지원위원회 2017.2.24 2 2 2 6
콘텐츠
조정국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국무총리) 2011.4.13 1 1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2011.4.15 116 94 12 222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 2020.6.4 3 2 5
만화진흥위원회 미구성
이스포츠진흥자문위원회 미구성

2019-2021 예술국 및 콘텐츠국 소관 정부 위원회 운영 실적
Ⓒ문화체육관광부

예술 분야 위원회가 늘어난 것은 문화예술 분야 입법이 활성화되면서 법률마다 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술 분야는 장르별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문화예술진흥법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장르별 입법으로 분화돼 나가고 있다. 이러한 법률은 해당 분야를 진흥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계획 과정에 예술가의 참여를 보장하는 위원회 설치를 거버넌스의 주요 장치로 설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장르마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와 장르별 예산 규모를 고려해 정부 위원회가 나은지 정책 사안별 자문이나 TF가 나은지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 위원회 논의에서 한가지 누락된 위원회가 있다.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이다. 2021년 9월 제정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치하도록 한 위원회로 심의·의결 위원회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초대 위원 12명이 위촉됐다. 제20대 정부에서 처음으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돼 문화예술 거버넌스의 모범이 되고 이를 통해 예술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길 바란다.
구분 1990년대까지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예술 ·문화예술진흥법
·대한민국예술원법공연법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예술인복지법
·문화예술후원활성화에 관한 법률
·국제문화교류진흥법
·문학진흥법*
·공예문화산업진흥법*
·공공디자인진흥에 관한 법률*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에 관한 법률*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콘텐츠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영상진흥기본법
·게임산업진흥에관한 법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콘텐츠산업진흥법*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법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이스포츠진흥에 관한 법률*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문화예술 분야 입법 확대(정부 위원회 설치 법률에 *표시)

협치에 기반한
제도 설립과 운영을 기대하며
제20대 정부 출범 후 ‘예술 진흥 중장기 기본 계획’ 또는 5개년 계획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부 예술 정책의 성격과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획이지만, 법정 계획은 아니다. 또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거버넌스 역시 규정돼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해 설치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 분야의 대표적인 거버넌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의 창작, 유통, 소비 가치사슬 체계와 관련된 정책 전반을 관장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문학관, 미술관, 공연장 등 시설에 관한 부분이나 예술 시장 육성, 예술인 복지 등은 다루지 않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 범위에 국한돼 예술정책 전체 범위를 포괄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 진흥 중장기 기본 계획을 심의하거나 의결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반면 콘텐츠 분야는 ‘콘텐츠 산업 중장기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법정 계획의 근거가 마련돼 있다.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는 비록 운영 실적이 저조하기는 하지만 국무총리 소속으로 부처 간 총괄 조정을 하도록 규정한다. 이와 비교할 때, 예술 분야는 협치를 위한 제도적 근거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일부 분야별 위원회와 기본 계획에 관한 법적 근거는 있지만, 정작 예술 분야를 대표하는 거버넌스와 기본 계획에 관한 제도는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위원회 정비 작업이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분야, 성, 연령, 지역을 고려해 균형적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예술 진흥 중장기 기본 계획을 법정 계획화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기본 계획 수립 과정에서 예술계 의견을 모으고 기본 계획을 심의·의결하는 대표 거버넌스 주체로 그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직무에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 계획 등의 수립·변경 및 집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때 기본 계획이 위원회 업무 계획인지 정부의 예술 분야 중장기 기본 계획인지 다소 불분명하다. 셋째, 문화예술진흥법에 소위원회 운영의 근거가 있는데, 분야별, 의제별 의견을 수렴하는 협치의 장치로 활성화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 분야 거버넌스의 중심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1) 행정안전부(2022), “정부 위원회 636개 중 246개 (39%) 폐지‧통합”, 행정안전부 보도자료(9월 7일) 참고
2) 정부조직정보관리시스템(https://org.go.kr/) 참고
3) 문화체육관광부(2023), (2022년 12월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행정위원회 설치 현황 및 활동내역서 참고
4)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5)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동계올림픽특구위원회
6)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위원회
양현미
양현미(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

상명대학교 예술대학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이며 미학 박사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서울특별시 문화기획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대통령비서실 문화비서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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