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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10년간의 추이 및 현황 분석

‘2023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원 분야의 불균형이 두드러지며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원고에서는
한국메세나협회의 조사를 통해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을 살펴보고 지원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모색해 본다.
글_김세연(한국메세나협회 Arts and Business팀 선임)
한국메세나협회는 기업의 메세나1 활동을 장려해 경제와 문화예술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1994년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본 협회는 1996년도부터 매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조사는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통계자료로서 조사 결과를 통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 분야별 지원 금액, 지원 목적 및 방식,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7월에 2023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본고에서는 2023년도 조사 결과의 분석과 함께 지난 10년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의 흐름을 짚어본다.
2023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개요
2,088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 기록했으나
‘정체기’ 진입
[자료1] 2014~2023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

[자료1] 2014~2023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

2023년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2,087억8,500만 원으로 집계2되었다. 이는 총 515개 기업(한국메세나협회 직접 조사 결과 지원 실적이 있는 104개 기업과 문예위에 기부한 411개 기업)이 1,570건의 사업에 지원한 금액으로서 기업(재단 포함) 직접 지원금 1,967억4,800만 원과 문예위 조건부 기부금 120억3,700만 원의 합산 금액이다. 1996년도에 본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대의 지원 규모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를 살펴보면, 2014년 이후 지원 규모가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7년에는 감소하고 2019년도에는 최고치를 기록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년 지원 규모는 급락했고 그 여파가 2021년도까지 이어졌다. 팬데믹이 종식되던 2022년, 지원 규모가 2019년 수치의 99.6%까지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후 2023년도에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년(2,073억4,400만 원) 대비 0.7%로 미미하게 증가했다. 팬데믹의 여파가 남아있던 2021년을 제외하면, 2023년이 0.7%로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지원 규모가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10년간의 지원 금액 추이가 1,800억 원에서 2,000억 원 내외로 큰 변동이 없으므로 사실상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2] 2014~2023년 전년 대비 지원 금액 증감률
10년간의 지원 분야 추이
인프라, 미술·전시, 클래식, 문화예술교육에 집중
2023년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을 살펴보면 인프라 분야(약 1,205억 원, +1.7%)에 대한 지원이 57.7%를 차지해 기업의 지원이 가장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술·전시 분야의 지원 금액(약 307억 원)은 전년 대비 0.7% 감소했으나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2순위를 유지했고 클래식 분야(약 174억 원, +3.6%)와 문화예술교육 분야(약 132억 원, -2.9%)가 나란히 그 뒤를 이었다. 비주류·다원예술 분야(약 66억 원)의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큰 폭(+66.2%)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융복합 예술 등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음을 반영한다. 영상·미디어(약 28억 원, +18%), 연극(약 25억 원, +7.4%), 무용 분야(약 13억 원, +81.3%)도 증가했지만 모두 전체 지원 규모에서 1~3%만을 차지하고 있다.
[자료3] 2022년, 2023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 분야별 지원 금액
10년간의 지원 분야 추이를 돌아보면 공연장, 복합문화공간, 미술관 등의 인프라 분야는 매해 지원 총액의 53.1%부터 58.9%까지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는 대부분의 문화예술 지원이 예술계에 직접 전달되기보다는 기업과 기업 출연 재단의 자체 문화시설 운영에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사실은 재단 지원 비중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료4] 2014~2023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 분야별 순위 및 지원 금액
재단 지원 비중은 2018년에 처음으로 50%를 넘었고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다. 대부분의 재단이 출연 기업에서 설립한 문화시설의 운영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인프라 분야의 지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프라 운영도 결과적으로는 예술계에 대한 간접 지원으로 볼 수 있지만 경기 침체와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취약한 예술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인프라 지원만큼이나 재단들의 직접 지원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예술계는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해 재단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재단이 운영하는 인프라가 많아지면 인프라를 채울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편 미술·전시, 클래식 분야가 인프라의 뒤를 이어 기업이 선호하는 지원 분야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술·전시는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한 전시 개최, 아트페어 후원, 아트 컬래버레이션 등의 지원 사례가 늘었고 기업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오케스트라, 오페라, 합창, 클래식 음악 축제 등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 클래식은 고급 문화라는 이미지가 강해 기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분야다.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2015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복합문화공간의 상시 교육 프로그램과 소외계층 예술교육, 예술영재 장학사업 등 아동·청소년 대상 문화 공헌 사업 등이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례에 해당한다.
인프라, 미술·전시, 클래식, 문화예술교육 등 4개의 지원 분야가 10년 동안 기업의 예술 지원이 집중된 분야로 나타났다. 이 외에 비주류·다원예술, 국악·전통예술, 영상·미디어, 연극, 문학, 뮤지컬, 무용은 매년 총 규모 대비 5% 미만을 차지해 기업들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분야로 분류된다. 이와 같은 지원 분야의 불균형은 매년 조사 결과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사항이다. 예술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장르에 편차 없이 순수예술 지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때 이러한 불균형의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결국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의 저변 확대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과 예술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ESG 경영 전략 파트너로서
예술계와의 협력 필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기업이 처한 경영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두됨에 따라 ESG 경영과 문화예술 지원과의 관련성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 문항을 신설했다. 2023년도 조사 결과, ESG 관점에서 문화예술을 지원한 기업은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은 ESG 경영 관점에서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기획한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적 답변도 3.2% 줄었다.
[자료6] 2022년(좌) 2023년(우)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관점
ESG 경영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일부 회의적인 시각이 기업의 경영 방식과 예술 지원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안티 ESG 기업이 확산되었는데, 투자리서치기업 ‘모닝스타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ESG 투자 수익률이 급감해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하는 등 경영 환경에 변화가 감지되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불안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에게는 지속가능한 경영보다는 눈앞의 생존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SG 경영에 대한 시각이 변화하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ESG 경영 전략의 파트너로서 문화예술을 인식하고 예술계와 협력해 나가야 한다. 문화예술은 공동체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문제해결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등 ESG 경영 실천을 뒷받침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촉진해
전체 문화예술 지원 규모의 확대를 꾀해야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문화예술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23년 3월, 정부는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도모해 지역 소멸에 대응하고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문화로 여는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주민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공동체의 협력과 소통을 증진하여 건강한 지역 생태계를 조성하는 문화예술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이와 같이 문화예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정체기에 놓인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23년도 조사에서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3.7% 감소한 반면 비수도권 지원 규모는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문화예술 후원의 효과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역 곳곳에 메세나 단체가 설립되어 현재 총 9개의 메세나 단체가 활동 중이다. 지역 메세나 단체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 기반과 예술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민간의 메세나 단체와 공공기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을 거점으로 한 신규 메세나 단체의 설립과 운영 지원이 수반된다면 지역 기업들의 활발한 메세나 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어…
기업의 메세나 활동의 확대를 위해 ‘메세나법’ 개정 필요
그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환경은 경제 상황, 정부의 정책 기조, 사회적 사건·사고, 기업의 경영 방식, 예술계가 처한 현실 등 여러 여건 속에서 그리 녹록지 못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예술계 전반이 침체기를 겪었다. 2015년에는 저성장 국면에 메르스의 충격이 더해졌고 2016~17년에는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문화 소비가 위축되었다. 2018년 이후에는 공익법인 관련 법의 개정 등에 따른 혼란으로 기업 출연 재단의 활동이 감소하기도 했다. 이어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돌이켜보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지원 규모에 차이는 있으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계속되어 왔다. 이는 앞으로 어떠한 위기가 온다 해도 기업의 예술지원은 멈추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한편, 메세나 활동이 기업의 예술계에 대한 일방향의 시혜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예술계의 상호작용에 기반한 상생의 협력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브랜드 및 고객 관리, 홍보·마케팅, 임직원 교육 등 경영 활동 전반에 문화예술을 접목해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고 예술가와 예술단체 또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창작 활동을 펼치고 기업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확대되어야 하는 까닭은 기업과 예술계의 상생 협력 활동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예술 창작 활성화를 유도해 궁극적으로는 국가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민간의 문화예술 후원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3이 제정되었다. ‘메세나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률은 11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제대로 된 실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의 핵심 내용인 기업의 문화예술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기부금 손금산입4에 더해 기업 매출액의 일정 한도 내에서 예술 기부금의 추가 세액공제가 적용된다면 실질적으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예술 기부에 대한 세제혜택 도입은 문화예술계 공공 지원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5에서 공적 지원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일조해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재원 확보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까지 2023년도 조사 결과를 분석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10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았다. ‘10’은 무언가 충만한 느낌을 주면서도 왠지 모르게 그것을 깨고 변화해야만 하는 숫자로 다가온다. 2032년에 다시 반추하게 될 새로운 10년의 흐름 속에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또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해 보며 글을 마무리한다.

*‘2023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보고서는 한국메세나협회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www.mecenat.or.kr/ko/research/

  1. 메세나(Mecenat):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로서 예술가를 후원했던 마에케나스의 인명에서 유래된 프랑스어로,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는 활동을 총칭한다.
  2. 최종 집계 결과는 한국메세나협회의 직접 조사 실적과 문예위의 조건부 기부금 기탁 실적을 합해 산출되었다.
  3. 제1조(목적) 이 법은 문화예술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원 사항을 정함으로써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9조(조세의 감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후원을 장려하기 위하여 문화예술후원자 및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에 대하여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그 밖의 조세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국세 및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다.
  4. 기업 회계와 법인세법 간 비용에 대한 기준 차이가 있어 비롯된 회계 처리 방법으로 당해연도에 기업회계에서는 재무상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았으나 세법상으로는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법인세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업과 관련된 비용만 손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기부금의 경우에는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으나 공익적인 목적상 기부 문화를 장려하기 위하여 일정한 단체에 대한 기부금에 대하여 일정한 한도를 손금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5. 우리나라의 2023년 문화예술 분야 공공 재정은 2조 3,140억 원인데 비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2,087억 원으로 9%에 불과하다.
김세연
김세연(한국메세나협회 Arts and Business팀 선임)

미술이 가진 이야기에 매료되어 예술계에 발을 들였다. 비영리 전시 공간과 공공 문화재단을 거쳐 현재는 한국메세나협회에서 기업과 예술가, 예술단체를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말랑말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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