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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문화예술 후원
후원사-후원 매개자-예술인 대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경영이 트렌드가 된 지금
기업에서는 예술 후원을 통해 예술단체와 협력하며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본고에는 예술단체와 후원사, 후원 매개사가 만나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기업과 예술단체의
성공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나눈 내용을 담았다.
참여자_ 김상미·김정미·박찬종·이정은·조현상
  • 참여자_김상미

    김상미

    블루버드씨 대표

  • 참여자_김정미

    김정미

    한화생명 CSR전략팀 부장

  • 참여자_박찬종

    박찬종

    두산아트센터 팀장

  • 참여자_조현상

    조현상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대표

이정은 오늘 대담의 진행을 맡은 필더필의 이정은입니다. 필더필은 문화예술을 매개로 다양한 기획 사업과 문화예술 사회공헌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달리면 기부가 되는 기부 마라톤 축제 ‘산타런’을 자체 기획하여 진행했고, 현대모비스, GS칼텍스 등 여러 기업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8년간 예술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매개 단체로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박찬종 두산아트센터 박찬종입니다. 두산연강재단은 1993년부터 운영해 오던 중극장 ‘연강홀’을 두산그룹 창립 111주년이었던 2007년에 리노베이션을 했습니다. 중극장 규모의 연강홀, 소극장 Space111, 두산갤러리가 있는 두산아트센터를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2007년에 입사해 두산아트센터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두산아트랩’,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DAC Artist’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산연강예술상’을 통해서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젊은 예술인들을 지원합니다. 두산그룹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예술을 통한 메세나 활동에 대한 의지를 지니고 있어서, 연강홀에서 시작한 두산아트센터를 근거지로 문화예술 후원 사업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김정미 저는 사회복지사로서 오랫동안 복지기관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에 한화그룹의 사회공헌팀으로 오게 되었고, 2020년부터는 한화생명 CSR전략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의지가 강해 10년,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문화예술 후원 사업을 전개해올 수 있었는데요. 매년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하는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 <한화클래식>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한화생명 콘서트>,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오랜 기간 후원하고 개최해 오며 예술단체와 단단한 유대관계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문화예술을 일방향으로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과 상생하는 관계로 거듭난 것 같습니다.
김상미 저는 공연 제작 프로듀서로 일하다가 문화예술후원매개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블루버드씨를 창업했습니다. 공연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국가의 공적 지원만으로는 기초 예술 분야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기업에서 사회공헌 사업 담당자로 근무하면서 기업 입장에서 문화예술을 다뤄보니, 현장 예술인의 시각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고요. 이에 기업과 예술인을 연결하고 소통을 돕기 위해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블루버드씨는 ‘오늘의 고독함에 주목합니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후원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가장 큰 위기는 외로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신건강과 외로움이 우리 시대의 핵심 위기로 손꼽히고 있는데요. 예술 특유의 포용적인 관점이나 예술을 활용한 소통, 그리고 예술을 매개로 한 돌봄 등을 통해 고독함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관련한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조현상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라는 무용단을 15년째 운영하면서 안무가이자 무용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조현상입니다. 창단 초기에는 작품활동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무용단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을지, 단체 운영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술에 대한 열정과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활동을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공적 지원에만 의존하다 보면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했을 경우에는 아예 공연을 올릴 수 없게 되니까요. 더군다나 최근 몇 년간 지원사업이 통폐합되고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자체가 줄어들어서 무용처럼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에서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단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작품활동도 이어갈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하다가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참여자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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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1

예술인과 기업 담당자의
문화예술 후원 사업 경험
조현상 규모가 작은 예술단체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일단 큰 기업과 접점을 찾는 것부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기업과 함께 직접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중소기업과 함께 서울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 그리고 한국메세나협회에서 운영하는 ‘메세나 지원사업’에 여러 번 참여했습니다. 기업 기부금의 최대 100%를 재단에서 추가로 지원해 주기 때문에 예술단체는 좀 더 큰 금액의 후원을 기대할 수 있고, 참여 기업은 사회에 공헌하며 세제 혜택도 받는 구조죠. 이는 공연을 제작하는 데는 무척 도움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서울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의 메세나 지원사업은 지원 범위를 예술단체의 프로젝트(작품) 단위로 제한하기 때문에 기부금을 단체 운영이나 레퍼토리 작품 개발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활용하는 데는 다소 제한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문화예술 후원의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를 바라는데 아무래도 1~2회의 공연으로는 홍보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거나 매출 상승으로 나타나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업 종료 후에도 기업과 지속적인 후원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김정미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때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매년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그룹계열사와 함께 2000년부터 25년째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를 후원하며 예술의전당과 협업해 오고 있는데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여 년간 지속해 온 축제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숙고 끝에 결국 2020년 7월, 당초 예정보다 4개월 늦었지만 교향악축제를 열었고 다행히도 성황리에 안전하게 축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기업으로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좋은 취지로 후원해 온 축제가 오히려 기업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축제를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예술의전당-문화예술계-한화가 맺어온 오랜 유대관계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오랜 시간이 있었기에 한화는 단순한 후원사를 넘어 축제를 함께 만들어온 파트너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고요. 그래서 다른 문화예술 후원 사업을 진행할 때도 되도록 5년,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찬종 두산아트센터가 젊은 예술인들을 지원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속성입니다. 문화예술 후원을 꾸준히 지속하며, 문화예술계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재능 있는 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해야 합니다. 예술인이 지원을 통해 성장하고,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작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작품활동에 대한 고민이 한창 많을 젊은 예술인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그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합니다. 단순히 제작비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원하는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내부 기획자들이 함께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산아트센터가 매개자와 기획자의 역할을 직접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산아트센터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김상미 최근 기업 경영 화두인 ‘지속가능’의 핵심은 진정성 있는 참여 구조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파트너십을 위해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임직원과 고객을 어떻게 설득하고 함께 나아갈지가 중요한데, 문화예술이 가진 본연의 인지적 가치와 행동 유발이 참여자의 만족도와 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에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기업은 문화예술을 통해 기업의 브랜드상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죠. 예술단체는 기업과 협업함으로써 활동 영역을 넓히며 지속성을 강화할 수 있고요. 블루버드씨가 병원의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을 대상으로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는 ‘블루버드 토이’도 병원의 이해관계자와 공감과 설득을 끌어내는 것으로 시작해, 문화예술을 통해 병원을 무섭고 긴장되는 공간이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공간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블루버드씨는 이 외에도 노년층의 사회 건강, 장애 예술 지원, 지역 소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개발하며 기업의 상생 경영과 사회공헌을 돕고 있습니다.
2024 서울메세나 지원사업을 받은 무용 <투모로우(TOMORROW)> ⓒ서울문화재단,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댄스

2024 서울메세나 지원사업을 받은 무용 <투모로우(TOMORROW)> ⓒ서울문화재단,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댄스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현장 사진 ⓒ한화그룹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현장 사진 ⓒ한화그룹

(좌) ‘두산아트랩 공연 2024’ 포스터, (우) Space111 전경 ⓒ두산아트센터

(좌) ‘두산아트랩 공연 2024’ 포스터, (우) Space111 전경 ⓒ두산아트센터

예술 치유 프로그램 ‘블루버드씨’ 현장 사진 ⓒ블루버드씨

예술 치유 프로그램 ‘블루버드씨’ 현장 사진 ⓒ블루버드씨

ROUND 2

지속가능한 후원을 위한 첫 단계:
후원사와 수혜 예술인의 만남
이정은 후원 사업을 준비하다 보면 함께할 예술단체를 찾는 일이 관건인데요, 수많은 예술단체의 정보를 찾고 그중 어떤 단체와 함께할지 결정하는 것이 사전 기획 단계에서 중요한 과정입니다. 저 또한 예술단체를 선정하기 위해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기업 담당자분과 직접 발품을 팔았던 경험이 있는데요. 새롭고 신선한 예술단체를 찾고 싶으면서도, 기존에 협업 경험이 있는 단체와 함께 사업을 안전하게 진행하고 싶다는 딜레마에 놓인 순간도 있었습니다. 예술단체와 기업이 각자 어떤 방법으로 서로의 정보를 얻고 인연을 맺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조현상 후원 기업을 찾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런 교류도 없는 기업에 찾아가서 후원을 요청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진행한 기업 후원은 대부분 지인 소개로 이루어졌습니다. 기업 대표나 관계자를 소개받아서 문화예술 후원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나 메세나 지원사업의 장점 등을 소개했죠. 그런데 저희는 예술단체의 규모가 작다 보니 후원 업무를 전담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어렵고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후원 기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예우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초대권을 제공했을 때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이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아직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다른 단체에서는 지속적인 후원을 유치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상미 사실 기업과 예술단체가 한두 번의 짧은 만남으로 후원을 결정하고 협력 사업을 기획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기업에서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고 사전에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기업이 예술단체의 특성과 장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기업과 예술단체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해야 예술단체의 고유한 개성과 장점을 살리며 기업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후원이 일회적이지 않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기업과 예술단체가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후원을 매개하고 기획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문화예술후원매개전문가 양성 사업’으로 후원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 이유이죠. 문화예술후원매개기업인 블루버드씨에서도 기업과 예술단체가 만날 수 있는 콘퍼런스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예술단체와 기업이 좋은 파트너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박찬종 두산아트센터는 공모사업을 통해 후원할 예술인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두산아트센터 운영 초기에는 어떤 예술인과 함께 작업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두산아트센터가 추구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예술인을 직접 찾으러 다니며, 함께 작업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러다 예술인을 만나는 방식을 공모로 변경했는데. 기회의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을 고려한 것도 있습니다. 공모 방식을 지속하다 보니 저희 사업들이 예술인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공모에 지원해 주는 예술인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의 성과들이 쌓이면서 두산아트센터의 특색과 정체성이 뚜렷해지기도 했습니다.

ROUND 3

지속가능한 후원의 필수 요소이자 큰 난관:
후원 사업의 성과 측정
이정은 앞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사업이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고 공통적으로 말씀해 주셨는데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기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성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문화예술 후원 사업에서 성과를 증명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참가자 수, 지원자 수 등의 정량 지표가 당연히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 지표를 우리 사업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예술인에게 성과를 요구하고 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폭력적이지는 않은지 우려되기도 하고요. 실제로 예술프로그램 기획안에 ‘정량적, 정성적인 성과’를 기재해달라고 예술인에게 요청했다가 호되게 당한 적도 있습니다. 문화예술 후원 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계신지, 각자의 입장에서 의미 있었던 성과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정미 한화생명은 10년 이상 꾸준히 진행한 후원 사업이 많은 편입니다. 사업을 이렇게 장기적으로 진행해 올 수 있었던 건 사업의 사전 준비 단계부터 성과를 어떻게 수치화할지를 고민하고, 성과 측정을 위한 전문가단을 구성해 매년 사전검사와 사후검사를 시행해 온 덕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문화예술의 성과를 데이터로 측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후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회사를 설득하려면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준비돼 있어야 하죠. 앞서 언급했던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의 경우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는 요소로는 관객 수, 기업명이 노출된 횟수, 그로 인해 달성한 홍보 효과 등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숫자로 표현될 수 없거나 문화예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의미도 있죠. 예를 들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조성진 연주자는 2015년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스타 연주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6개월 전인 2015년 4월에 한화 교향악축제에 참여해 정명훈 지휘자와 협연했습니다. 이처럼 교향악축제가 좋은 연주자를 양성하고 신인을 배출하는 데 기여한다며 좋게 평가해 준 분들이 많습니다. 또 한화생명이 오랫동안 문화예술 사업을 해오다 보니 한화생명과 협업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씀하는 예술인도 계셨고요. 문화예술계의 평가나 예술인들의 생각은 기업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업 담당자로서 참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물론 정성적인 성과는 측정 기준이 모호하고, 후원 사업의 특성상 빠르게 성과가 도출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다행히 한화생명은 한 사업을 오랫동안 지속해 오다 보니, 후속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잘되고 있는 편인 것 같아요.
박찬종 두산아트센터도 사업의 성과를 측정할 때 정량적인 부분과 정성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특히 예술인의 창작지원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 지표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관람객 수, 공연 횟수, 지원 예술인의 수만이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기업의 핵심 성과 지표)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지원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성과 지표가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희가 하는 사업의 지향점과 가치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사업에 대한 성과 지표를 무엇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함께 의논하고 있습니다. 정성적인 성과로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두산아트랩, DAC Artist, 그리고 두산연강예술상까지 점진적 성장을 해서 저희 두산아트센터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술가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두산아트스쿨:창작워크숍’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 희곡 워크숍에 참여한 분이 신춘문예도 등단하고, 저희 두산연강예술상까지 수상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예술인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두산아트센터의 꾸준한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미 물론 문화예술의 가치와 성과를 정량적인 데이터로 완벽하게 측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현재의 사회적 가치 측정 기준 역시 문화예술 영역의 특성을 오롯이 반영한 단계는 아니므로, 데이터로 표현한다고 해도 약간의 오차나 아쉬운 점은 분명히 생기겠죠.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만나 협업하고 소통할 때,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하기 위해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저 역시 요즘 예술의 사회적인 가치를 데이터로 측정하는 기준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해외 사례 중 문화예술을 통해 환아의 불안감과 통증, 처방약의 투여량이나 퇴원 일정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사한 데이터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공헌사업을 통해서 사회적인 비용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데이터화하는 거죠. ‘블루버드 토이’ 사업에서도 재미있는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요. 병원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환자나 보호자가 제기하는 민원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환자가 평소 병원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과 관점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돌리거나 설득하는 일은 정말 어렵잖아요. 문화예술은 그 방면에서 정말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과 예술단체에서 문화예술로 발생한 정서적·심리적인 변화나 사회적인 가치를 세밀하게 분석하기가 어렵습니다. 민관 협력을 통한 문화예술의 사회적인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이 새롭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 시상식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 시상식 사진 ⓒ두산아트센터

DAC Artist 강현주 <잘못된 성장의 사례> 공연사진 ⓒ두산아트센터

DAC Artist 강현주 <잘못된 성장의 사례> 공연사진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스쿨: 창작 워크숍’ 현장 사진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스쿨: 창작 워크숍’ 현장 사진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 공연 2022’ 선정작 <공의 기원> 공연 장면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 공연 2022’ 선정작 <공의 기원> 공연 장면 ⓒ두산아트센터

ROUND 4

성공적인 문화예술 후원 사업을 위한
후원사-후원 매개자-예술인의 역할과 노력
김정미 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 담당자로서 예술인과 소통할 때 ‘예술인이 헛수고를 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유념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 기업이 어떤 스타일의 예술단체와 협업하길 원하는지는 기업의 담당자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기업이 원하는 바를 예술단체에 모호하게 알려준다든지, 협업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는 걸 알면서도 선심성으로 지원서를 써 보라고 제안한다면 예술단체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게 되겠죠. 기업의 담당자는 기업이 원하는 바를 예술인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예술단체는 기업의 목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물론, 자기만의 개성과 특징이 담긴 콘텐츠를 제안해 주셨으면 하고요. 한 예술단체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 큰 성공을 거두어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 이후로 비슷한 제안서가 여러 개 들어오고는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많이 아쉽습니다. 자칫 기업과 매개 단체, 예술인 모두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김상미 그래서 기획, 혹은 매개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예술단체가 기업의 목표에 맞춰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예술단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교육 방식 등 이미 다양한 협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단체의 특성과 작품을 잘 이해하고 문화예술이 본래 지니고 있는 이 풍부한 가능성과 기업의 필요를 매개해 줄 수 있는 분야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의 힘과 단체의 특색이 좋은 기획을 만나 꽃을 피운 사례로 신한은행의 ‘신한 샤이닝 스타(Shining Star)’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신한은행은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해 활동하는 ‘제로캠프’와 협업해 2019년부터 학교 밖 청소년과 함께 금융 교육 뮤지컬을 만들어서 이를 초중고등학교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문화예술 분야의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는 금융 교육을 진행하는 거죠. 학교 밖 청소년이 학교에서 공연을 한다는 기획적 발상과, 예술이 지닌 커뮤니케이션과 교육 기능 그리고 자기표현의 힘까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한 샤이닝 스타’ 현장 사진 ⓒ신한은행
‘신한 샤이닝 스타’ 현장 사진 ⓒ신한은행

‘신한 샤이닝 스타’ 현장 사진 ⓒ신한은행

이정은 앞서 사업의 성과 측정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던 것처럼 기업 입장에서는 후원 사업을 지속할 근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과 예술단체 사이에서 소통하다 보면 종종 ‘성과 측정’과 ‘보고’라는 개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예술인분들을 만나곤 하는데요. 이러한 측정 과정을 본인에 대한 평가라고 받아들이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를 수많은 버전으로 바꿔가며 작성하고 후원 사업의 성과를 명료화해 수치로 표현하는 작업은, 기업 담당자가 그 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겠으나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기업 담당자의 역할과 책임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시면 좋겠습니다.

ROUND 5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사업 활성화를 위해
김정미 저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이다 보니 처음에는 문화예술을 활용한 CSR사업을 잘 진행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예술 후원 사업을 경험하며 예술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환경문제, 사회통합, 감정노동자를 위한 예술 치유 등 정말 방대한 주제를 예술 속에 녹여낼 수 있었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은 ‘물’과 같은 존재예요. 어떤 문제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다른 장르 및 분야와 자유자재로 융합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냅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문화예술로 고객은 물론이고 임직원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CSR전략팀 외에 다른 부서에서도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고요. 다만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이 활성화되려면 장기간 지속된 사업을 예우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의 지속성을 인정하고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다면 문화예술 후원을 좀 더 장기적으로 꾸준히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상미 많은 기업들이 긍정적 경험을 주는 커뮤니티를 통한 ‘찐팬’을 만드는 일에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나 콘텐츠에 깊이 공감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찐팬이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문화예술은 기업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찐팬을 만드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문화예술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할 겁니다. 하지만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시너지를 만들어 낸 사례가 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업은 적극적인 태도로, 예술단체는 열린 마음으로 함께 만나서 예술로 어떤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조현상 저는 컨템포러리 발레 무용단을 운영하다 보니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연극·미술 분야의 사업에는 지원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두산아트센터나 한화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꾸준히 지켜보며 무척 큰 힘을 받았습니다. 문화예술을 꾸준하게 지원하고 후원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술인에게 굉장히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리고 오늘 나눴던 이야기 중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이 활성화되려면 예술단체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이 무척 와 닿았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기업과 긴밀한 대화를 꾸준히 진행하며 서로가 원하는 걸 먼저 파악하고, 저희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장점을 발휘하면서도 기업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향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 싶습니다.
박찬종 저희 두산아트센터의 모든 분들은 정말 열정적입니다. 많지 않은 인원으로 공연,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다 보니 많이 바쁘기도 하고요. 지원사업이나 프로그램 수를 줄이면 업무 부담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후원의 대상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오늘도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두산아트센터가 추구해 온 방향성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참여자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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