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은 이 질문들을 포함한 '기후 종말 게임'의 출발 시점일 수 있다. '대서양 거대 쓰레기 지대'와 남한 크기의 6배에 달하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가 바로 그 근거이다. 이들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할 수 있게 하고, 노예와 면화, 직물 그 이상의 삼각 무역을 불러일으킨 해류에 의해, 그리고 스페인 제국이 페루와 멕시코의 산에서 채굴한 금과 은으로 무역적자를 메울 수 있게 한 해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서구 식민지 제국주의의 출현이 자연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진보의 끝 지점이자 우리가 더 이상 지구의 관리자가 아니라 파괴자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팽창하고 있는 기념물들이다.

《2086: 우리는 어떻게?》는 환경 위기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 혹은 다가오는 환경 침탈에 의한 것만이 아님을 강조한다. 식민지 지배자들이 수세기 동안 자행한 산업, 농업 및 기술 오염을 잊는 것은 그들이 식민지 시대에 가졌던 특권을 그대로 환경 시대로 확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후를 복원하는 일은 과거의 착취를 배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식민지적 해류의 역행을 우선 요구하며, 이는 자연과의 화해를 위한 첫 단계이다. 

서구가 우리의 행성을 파괴하는데 끌어들인 가장 놀라운 힘은 '진보의 3요소', 즉 더 많은 인구와 생산, 소비이다. ‘필요에 기반한 자본주의’를 ‘욕망에 의한 자본주의’로 끌어올리면서 자연은 그저 우리가 영원히 번영하는 삶을 위해 탐욕스럽게 자행하는 ‘창조적 파괴’의 희생양이 되었다. 또 가장 대중적인 형태의 민주주의인 소비자 선택의 자유에 종속되면서 우리는 더이상 시민이 아니라 단지 소득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며 헤매다니는 소비자에 불과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 멋진 주술적 자본주의와 독재 정치의 세계에서 우리는 평등하지도 않아서 ‘초호화’ 행복은 모두를 위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결코 한 배를 타지 않았던” 코로나 19 시대처럼, 기후 변화는 지배적인 인종, 경제와 특정 지역에 유리할 수 있다. 이미 인류와 자연에 깊이 뿌리내린 인종주의와 식민주의는 풍요가 아닌 결핍의 미래에 더 고조될 수 있다. 더하여, 시간에 쫒기게 되면서 환경에 관한 통계 수치들은 우리 운명의 타로 카드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단지 문제가 모두 '거기에'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거짓 환경주의의 희생양이다. 위기는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다. 1492년 이후의 문명으로부터 망가진 우리 자신의 깊은 내면에 자리잡고 있다.

《2086: 우리는 어떻게?》는 진보에 대한 파우스트적인 이념과 더불어 우리가 어떻게 산업화, 식민지화, 그리고 세계화를 통해 무한한 물질적인 즐거움을 추구해왔는지 질문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더 나은 생태문화적 패러다임을 만들도록 촉구할 뿐만 아니라, 인류로 남을 수 있는 최선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음을 주장한다.

전시의 중심에 있는 〈Together How 게임〉은 기후 종말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에 관해 관람객들의 선택을 묻는 퀴즈 쇼이다. 게임과 더불어 크고 작은 도시와 한국의 농촌 지역 사회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건축가들과 지역 사회 활동가들이 협업한 세 가지 작품들이 놓여있다. 작품들은 더 나은 환경 문화 패러다임을 상상하며 도시와 농촌, 중심과 주변부의 분열에 대한 개념과 디자인을 제시한다. 또한 미래의 기후와 인류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는 허구적인 “신의 아이”를 다루는 영상도 함께 상영된다. 

– 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