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연, 반도의 무희, 2019, 멀티 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남화연, 이태리의 정원, 2019, 혼합 재료, 가변 크기
“첫째, 승무같이 종래에 있는 전통의 것을 보고 배우고 해서 발표하는 것, 둘째는 내가 상상해서 전설 같은 데서 힌트를 얻어 가지고 창작해서 하는 것, 예를 들면 조선 생활에서 테마를 만들어서 한량이나 초립동이, 천하대장군, 같은 데서 말이죠. 그런 데서 힌트를 얻어서 춤으로 만들어 내는 것 하고요. 셋째는 전 동양적인 것, 이를테면 보살이라던가 광범위의 동양적인 것, 아세아적인 것을 무용화하자는-이렇게 세 가지 플랜이 세워져 있어요.”
최승희와 여류명사회담, 춘추 3월호, 1941년

남화연은 <궤도 연구>, <임진가와>, <이태리의 정원> 등의 전작들에서 아카이브를 경유해 대상으로부터 우회하고 이탈하여 그 본질적 다면성을 드러내는 운동의 방식을 탐구해 왔다. 신작 <반도의 무희>는 무용가 최승희(1911-1969)의 1941년부터 월북 이후까지의 시간과 그 궤적으로 남은 그의 예술에 주목한다. 최승희는 유럽, 북미, 남미 공연을 마친 후 조선 무용을 넘어서 동양 무용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일본은 최승희가 귀국한 이듬해 12월 태평양 전쟁을 시작한다. 이후 최승희는 중국으로 일본군 위문 공연을 다님과 동시에 노오, 부가쿠 등에서 영향을 받은 작업을 발표하고, 주로 중국에 머무르며 경극의 현대화와 동양 무용의 수립을 역설한다. 조선의 최승희이며 반도의 사이 쇼키(최승희의 일본식 발음)이자 세계적 무희로 불렸던 그는 베이징에서 조선의 해방, 일본의 패망을 맞는다. 그리고 1946년, 그는 월북한다.
            1941년 이후로 그가 남긴 동양 무용/발레(훗날 북한의 무용극으로 발전했을)를 만들기 위한 초석과도 같았던 작업들은 그의 어떤 선택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반도의 무희>는 선택의 조건들을 밝혀내고 인물로서의 최승희를 재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기를 관통하는 그의 예술 작업들과 연구 활동에 주목하고, 그 과정을 외부의 힘, 예술가로서의 열망, 개인의 생존 의지, 급박한 내일과 이상이 향하는 먼 미래라는 두 개의 시간이 충돌하며 분열한 복수의 신체들로, 또는 꿈꾸거나 탈주했으나 결코 도착할(land) 수 없었던 추상적이고 모순적인 공간의 윤곽선으로 응시한다. 과연 최승희는 역사적 인물이 아닌 예술적 사건으로, 기술된 과거가 아닌 현재에 던져진 존재론적 질문으로 굴절되어, 다시 움직일(mobilize) 수 있는가.

남화연, 반도의 무희, 2019, 멀티 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 남화연
촬영: 김익현. 이미지: 진양조, 최승희,『최승희 자서전』(서울: 이문당, 1937). 홍천군 소장 및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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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화연
남화연

남화연은 1979년생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미국 코넬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전문사를 졸업했다. 남화연은 남겨진 아카이브를 통해 대상을 추적하며 사물, 공간, 시간, 사회 시스템 구조의 현상들을 안무적인 움직임으로 포착하고,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문화적 재생산의 구조들을 드러낸다.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중심으로 현재라는 시간개념에 질문을 던지고 이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언어적 퍼포머티비티는 남화연의 작업을 추동하는 전제이다. 제국주의적 수집의 스토리, 식민주의적 합병과 동식물, 천문학 등 자연과학에 이르는 영역을 넘나들며, 현상에 내재한 움직임을 경유하여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른다. 개인전 “임진가와”(시청각, 서울, 2017), “시간의 기술”(아르코 미술관, 서울, 2015)과 그룹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7), “유명한 무명”(국제갤러리, 서울, 2016), “모든 세계의 미래 All the World’s Future”(베니스비엔날레, 베니스, 2015), “Nouvelle Vague”(팔레드도쿄, 파리, 2015) 등이 있으며, <궤도 연구>(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8), <가변 크기>(Festival Bo:m, 2013), <이태리의 정원>(Festival Bo:m,2012) 등의 퍼포먼스를 제작했다.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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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호경윤
촬영감독
박홍열
음악감독
조월
안무
김재리
편집
목소
퍼포머
손나예
노래
박민희
리서치(일본)
마정연
리서치(중국)
홍명교
사진 촬영
김익현
소품제작
강민지
오차원(오유미)
코디네이터
성상현
필름 스탭
박지훈, 배인규, 신기춘, 이민규, 김현우
조명 감독
손창영
조명팀
강현우, 김찬우, 남기훈
그립팀
손만곤, 최두영, 이찬우
DI
이은송
기술 자문
김경호
일본어 리서치 어시스턴트
주예지
자막 번역
유지원
자막 감수
Robert Liles
중국어 번역
홍명교, 김경연
일본어 번역
마정연, 주예지
프랑스어 번역
박정선
중국어 목소리
김희선, 김현, 장환
일본어 목소리
이나바 마이(稲葉真以), 이성화, Opechi
프랑스어 목소리
Marley Lilly, Lyon Collins
도움주신 분들
최승희기념사업회,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 갤러리 포커스, 하정웅 콜렉션, 홍천군, 국립현대미술관 서대식,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 소장 하정웅컬렉션
사운드 소스
최승희, <이태리의 정원>, 1936
프로듀서
호경윤
코디네이터
성상현
커뮤니케이션
김은정
사진 촬영
Davide Giacometti
기술 자문
김경호
건축
CCA(최춘웅, 최윤하, 홍수화, 문서령)
조경
NONSOLOVERDE(기술감독 Francesco Scalari, 조경가 Riccado Tagliaferri)
제작 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매일유업
커미셔너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큐레이터 김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