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2019, 2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2019년 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소개되는 신작, <이별의 공동체>는 버려진 바리 공주에 대한 고대 무속설화로부터 기원하는 한국의 여성 무속을 시공간을 관통하는 기억과 상호 인식의 윤리 및 미학으로서 채택하여, 그로부터 새로운 번역과 예술적 시도를 드러내고, 경계(boarder)에 대한 다른 접근들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구전에 뿌리를 두고 무속인들에 의해 전승되는 바리 신화, 즉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바리 이야기는 주로 효도에 관한 설화로 읽힌다. 하지만 <이별의 공동체>에서 작가는 이 신화를 젠더적 금기에 도전하는 이야기, 즉 분열의 논리를 초월하나, 그 중심에는 타자화와 상실의 경험이 있음을 말한다. 신화에 따르면, 바리는 죽은 자들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 후 공동체에 다시 받아들여지는데, 그 대가로 왕국의 절반을 하사받는다. 하지만 바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즉 인간이 구상한 경계의 논리를 따르기를 거부한다. 대신, 원형적 무당이자 여신이 되어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매개자가 되기로 한다. 바로 이것이 바리 설화가 여성에 대한 여타의 한국 설화들로부터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별의 공동체>는 작가가 2011년부터 시작한 한국 무속에 대한 장기간의 리서치와, 전쟁과 분열로 인해 고통받은 공통체 문제에 대한 오랜 관찰과 참여로 완성된 것이다. 작품은 제주도, 비무장지대(DMZ), 북한, 남한, 카자흐스탄,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지에서 촬영한 이미지와 더불어, 바리의 다중적 죽음을 무속 의례, 자연과 도시풍경, 아카이브 자료, 항공 영상, 시, 보이스오버, 사운드 스케이프를 통해 우회적으로 다루며 다규모적, 비선형적, 다층위적 몽타주로 완성해낸다. 작가는 상호주관적임과 동시에 자신에게는 지극히도 개인적인 바리 설화를 버려진 자의 설화에서 다층적 목소리들로부터 이주, 주변화, 극복과 관련된 젠더화된 이야기로 다루어낸다. 무속 제례에서, 무속인은 중재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생사의 결집을 끌어모으며, 여러 영혼의 증인이 된다. 이와 유사하게, <이별의 공동체>는 버려진 자들에 대한 공유된 감정 속에서 형성되었다. 1948년 한국의 제주 4.3 학살의 생존자이기도 한 무속인 고순안의 무속의식과 굿노래는 작품 안에서 순환하는 리듬이 되고, 버려짐이나 죽음을 위로하는 제례 속에서 가장 고조된다. 작품은 또한 스웨덴 시인 마라 리(Mara Lee)와 <이별의 공동체>라는 제목에 영감을 준 김혜순의 “여성, 시하다”라는 시적 작업 안에 반영이 되어있는 설화에 대한 지점 또한 담아내고 있다. 나아가 식민주의, 모더니티, 그리고 전쟁에 따른 성차별이 미완의 역사 속에서 지속되고 머물면서 어떻게 급진적인 단절과 타자화의 기제를 낳았는지 남한과 북한의 여성, 이주민 여성들의 다양한 서사들 속에서 성찰해낸다. 삶과 죽음, 그리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간으로 고취된 <이별의 공동체>는 해소, 소생, 그리고 되기(becoming)라는 과정을 통해 실현된다. 무속적 수행, 영화 매체 본연의 방법에 의해 채워진 이 작업은 지식과 존재의 시공간적 경계들이나 위계를 논쟁하고 이를 확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과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를 포함하여, 타자에 대한 사유와 그 존재함에 관계하는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
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2019, 2채널 비디오 설치 프로젝션 이미지. © 제인 진 카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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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진 카이젠
제인 진 카이젠은 1980년 한국의 제주도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되었다. 현재는 베를린과 코펜하겐을 오가며 거주한다. 기억, 이주, 젠더 등의 주제를 이미지, 사운드, 목소리, 체현의 비선형 몽타주나 스토리텔링의 기법으로 필름, 영상 설치, 사진,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통해 논한다. 최근 참여 전시로는 “2 or 3 Tigers”(세계문화의 집, 베를린, 2017), 제68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Decolonizing Appearance”(CAMP, 코펜하겐, 2018),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북서울미술관, 서울, 2017), “아트 스펙트럼 2016”(리움 삼성미술관, 서울, 2016), “신화와 근대, 비껴서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5-2017) 등이 있다. 몬타나 엔터프라이즈(Kunstallen Brandts, 덴마크)를 수상하였으며, 리버풀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제주 비엔날레 등에 참여하였다. 카이젠은 UCLA에서 MFA를, 덴마크 로열 아카데미 오브 파인 아트(The Royal Danish Academy of Fine Arts)에서 MA를 취득하였고 휘트니 미술관의 인디펜던트 스터디 프로그램(Independent Study Program)에 참여한 바 있다. |
Credit
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2019, 2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굿 진행
삼싱당 고순안 심방, 제주도
무속의례
와흘리 당제, 2011, 제주도; 문전철갈이 비념, 서순실 심방, 2015, 제주도; 분부사룀, 2018, 제주도; 신과세제, 2018, 제주도; 하두리 잠수굿, 2018, 제주도
한국어 시
작품 제목 〈이별의 공동체〉는 시인 김혜순의 책 「여성, 시하다」로부터 왔다.
영어 시
스웨덴 시인 마라 리
음성 내레이터
제인 진 카이젠, 김성례, 강미순, 엘리나 킴, 추성 언니, 패티 안, 최경저, 김 메리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산드라 티세이, 박영난, 권석, 안자 선현 미켈슨, 이금섬, 이청화, 금선희, 김혜순, 고순안, 마라 리, 넬리 세르게예브나 후안 킴, 김수지
조연
심방 제자 송영미, 김녕마을 서순실 심방, 게르먼 셰게이, 미하일 거벅, 헤가이 니콜라이,
박 일이야, 박 빅톨, 김 마리나, 스치 린, 김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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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및 편집
제인 진 카이젠
공동 편집
거스톤 손딘-퀑
촬영
거스톤 손딘-퀑, 제인 진 카이젠
촬영 어시스턴트
다니엘 족스
공중 촬영
다니엘 족스 & 거스톤 손딘-퀑
사운드컴포지션 & 사운드마스터링
이우도
사운드 어시스턴트
거스톤 손딘-퀑
라이브 사운드 리코딩
거스톤 손딘-퀑, 이우도, 제인 진 카이젠
색보정 및 타이틀 그래픽
거스톤 손딘-퀑
자막
제인 진 카이젠
프로덕션
Incisions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및 코디네이터
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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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및 현지 코디네이터
제주도, 한국: 김성례, 안혜경, 신정수; 서울, 한국: 이은하, 박은혜; 카자흐스탄: 알렉산드라 티세이, 일본: 코즈에 아키바야시; 중국: 스치 린; 비무장지대: 김해서, 표선미, 정인철; 북한 비무장지대 촬영 지원: 위민크로스DMZ (Women Cross DMZ)
굿 녹취록
김승연
굿 녹취록 번역
김성례
자막 번역
김성은
한영 번역
김해서, 박은혜, 이은하, 이상미, 표선미, 김하연, 신정수, 한영숙
러영 번역
소피아 알비나 노비코프 엉거, 알렉산드라 티세이
일영 번역
레베카 제니슨, 신창호, 사사키 료, 이케우치 야스코
연구 지원
고순안, 김성례, 김혜순, 안혜경, 서순실, 엘리나 킴, 김수지, 패티 안, 이청화, 안자 선현 미켈슨, 알렉산드라 티세이, 코즈에 아키바야시, 요시코 시마다, 스즈요 타카사토, 스치 린,
문무병, 게르먼 셰게이, 김난, 홍선영, 오한진, 신정수, 크리스탈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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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지원
거스톤 손딘-퀑, 김희석, 다니엘 족스
제작 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매일유업, Knud Højgaards Fond, 덴마크 예술 재단, 제주영상·문화산업 진흥원
커미셔너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큐레이터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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