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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문화예술정책의 변곡점 너머
새로운 동행을 위해

서사의 시작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마지막은 모든 것이 필연적이어야 합니다.
출범 초기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정책을 발표해온 제20대 정부의 임기도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며, 변화의 폭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에이스퀘어 10호는 현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중간 점검하며,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봅니다.
글_김대현(에이스퀘어 편집위원장)
제20대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돌아보며
현 정부는 출범 초기 ‘120대 국정 과제’를 발표하여 문화예술정책의 방향성을 거시적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4월과 12월에 ‘제2차 문화진흥기본계획’과 ‘문화예술 3대 혁신전략, 10대 핵심과제’를 발표하여 현 정부가 지향하는 문화예술정책을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2024년 5월은 제20대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차로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수행되어 온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이 요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이스퀘어 10호는 새 정권이 출범한 후 대통령 임기의 변곡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 문화예술정책의 내용과 방향성을 검토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이와 함께 창작 지원 방식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예술 현장의 생생한 육성과 올해로 창립 60주년 및 한국관 설치 30주년을 맞이하는 베니스비엔날레의 소식을 전하고,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예술 향유자의 수요에 조응하는 새로운 예술 관련 직업을 소개합니다.
문화예술과 함께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SQUARE에는 ‘제20대 정부 문화예술정책 중간 점검’이라는 주제하에 현 정부 문화정책의 각 범주에 걸쳐 총 여섯 편의 글을 수록했습니다. 성연주의 ‘대규모·다년간 창작 지원사업만이 정답일까?’는 창작지원 분야의 주요한 변동 사항의 예로 소액 다건에서 다액 소건의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창작에 필요한 부대 사항을 플랫폼 형식으로 지원하는 간접 지원 확대, 우수 작품 등에 대한 다년 및 단계별 지원의 강화를 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해당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때 예상되는 다양성의 약화에 대한 예술 현장의 우려와 소액 다건 지원 방식이 구조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적시하며 이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김세훈의 ‘개편된 문화향유 정책, 변화에 대한 공감대 마련돼야’는 현 정부의 문화향유정책의 기조 중 기존 공공지원 체계의 재구조화를 중심으로 문화향유정책의 최근 변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특별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특정 계층을 발굴하는 형식을 지양하고 더욱 폭넓은 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개발이 필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정책의 효율성을 위한 사업의 통합·신설 및 예산 삭감의 과정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미흡함을 지적하며 지역 인구구성의 변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찾아가는 문화서비스를 넘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개발의 필요성을 제언하고 있습니다.
강승진의 ‘지역 소멸과 문화 불균형 속 지역문화정책의 방향성은?’은 현 정부의 지역문화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수립되지 않았고 과정보다는 성과에, 활동보다는 사업에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하며 지역문화정책을 구성하는 철학과 담론이 부재함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의 예시로 지역 대표 예술단체에 지원이 집중될 때 야기되는 지역 문화 다양성의 문제, 빠른 결과와 성과를 요구하는 문화도시사업의 문제, 지역 거점 대도시에 집중된 인프라 조성으로 인한 생활권 단위의 문화예술 활동의 위축을 열거하며 결과를 중시하는 산업적 관점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김시범의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역사, 더 나은 예술인권리보장을 꿈꾸며’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주요 내용인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예술인 권리침해 사안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예술인권리보장센터를 소개하고 이 센터에서 처리된 예술인 권리침해 사안을 통계수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신고 사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사관 증원의 필요성, 이를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서면계약서 작성 교육,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매매보호제도 도입, 공적자금에서 미지급금을 대리 변제하고 사후에 추심하는 대지급제도, 문화예술인 출연료에 대한 단기 소멸 규정의 개정 등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최준영의 ‘동시대 문화예술 현장을 고려한 문화예술 정책구조 혁신의 필요성’은 현 정부 문화예술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엘리트 예술창작지원’과 ‘수동적 향유자로서 국민 문화활동 지원’에 방점을 둔 것으로 파악하고 이에 따를 수 있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재구조화를 통한 혁신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의 재구조화를 통한 지원 체계의 전문성 강화가 병행되어야 하며, 급격한 변화로 인한 문화예술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숙의 과정 그리고 의견 수렴 등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최해리의 ‘부활한 책임심의관제,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는 예술지원사업의 심의 과정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17대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되었던 책임심의관제를 부활시킴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와 그 해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책임심의관제도에 앞서 공정한 심의의 조건으로 심사자의 편견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매뉴얼의 제작과 심의 과정 전반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예술인이 참여한 공동 규약집의 발간과 지원자의 배경을 고려한 심의 기준의 다각화가 반영될 때 책임심의관제의 효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입니다.
AROUND에는 ‘현 정부의 창작지원제도를 향한 현장 예술인의 제언’이라는 주제로 현재 문화예술 창·제작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이향 연극연출가, 천재현 공연 제작·연출가, 최기창 시각예술가, 김민솔 독립기획자를 모시고 대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다년지원제도의 필요성과 그에 수반되는 문제점, 예술 현장의 요청과 동떨어져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설계된 지원사업의 문제,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승자독식 체제에 대한 우려 그리고 개선 방안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SQUARE의 주제와 연관 지어 읽으시면 창작지원정책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SCENE에서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며’라는 제목으로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기존 서구 백인 중심의 문화 권력 구도를 재편하고 소수자성과 당사자성을 강조하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전체 주제를 통해 세계 문화예술계가 무엇을 주목하고 있는지와, ‘향’을 매개로 전 세계인의 한국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는 한국관 대표 작가 구정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시로 역대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 36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모든 섬은 산이다’와 관련된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한국관의 지난 30년의 의미와 다음 30년의 계획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FLOW에는 예술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예술 향유자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이 영미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문학의 주변부에 머무르던 시기부터 꾸준히 세계시장을 개척해 온 이구용 출판저작권 에이전트의 글, 뮤지컬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의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양국의 뮤지컬 시장을 확장하고 상호 발전을 촉진하는 타카하라 요코 공연 코디네이터의 글, 동시대 예술의 지향점과 예술 후원자가 추구하는 가치나 후원 방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관의 운영 자금을 모집하는 이지현 뉴욕현대미술관 펀드레이저의 글을 통해 새로운 예술시장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호 주목할 필요성이 있는 예술 현상과 문화정책을 통계로 소개하는 PRISM은 연이은 내부 사정으로 인해 게재하지 못하였습니다.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서사의 이론에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중간에는 모든 것이 개연적이며 마지막은 모든 것이 필연적이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서사의 시작 부근에서는 어떠한 사건도 벌어질 수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물의 선행 행동을 통해 사건의 변동 폭이 좁아지며 마지막에는 오직 하나의 사건만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며 문화예술정책의 방향성도 변화의 폭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공언한 대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는 국정 목표가 남은 임기에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조언이 필요합니다.
김대현
김대현(에이스퀘어 편집위원장)

2011년 ‘플랫폼’ 문화비평상, 2012 ‘실천문학’ 문학평론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청색종이’ 편집주간, ‘뉴래디컬리뷰’ 편집위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당신의 징표-이름의 존재론과 성의 정치학』, 『불온한 제국』, 『이소선의 기억과 기록(편저)』, 『전태일의 친구들(편저)』, 『법정에서 만난 역사(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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