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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권리보장법의 역사
더 나은 예술인권리보장을 꿈꾸며

1948년 제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에는
예술인의 권리 보호가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예술인은 아직도 불공정 계약, 임금 미지급, 성희롱과
성폭력 등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의 과거와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현재를 통해,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나아갈 미래를 그려본다.
글_김시범(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권리보장1분과위원장)
예술인복지법 제정
예술인을 법률로써 보호하다
1948년에 제정된 「헌법」 제14조에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 발명가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1987년에 전부 개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헌법」 제22조에는 ‘과학기술자’가 추가되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 후 1957년에 「저작권법」, 1972년에 「문화예술진흥법」, 1999년에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2010년에 「콘텐츠산업 진흥법」 등이 제정되면서 문화예술인의 권리에 대한 법률적 제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2011년에 「예술인복지법」, 2013년에 「문화기본법」, 2021년 9월에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면서 문화예술인의 복지와 권리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높아졌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 무엇이 달라지나-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제20대 정부는 출범 초기 120대 국정 과제를 통해 문화예술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였으며 2023년 초에는 ‘제1차 예술인복지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1차 예술인 복지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예술인 복지정책이 일회적인 시혜성 지원에서 벗어나 복지-창작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사회적 투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유망한 예술인이 예술계를 이탈하지 않고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1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구성 및 운영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이하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는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련된 사항 및 예술 활동 또는 예술교육활동에서의 성희롱・성폭력으로 인한 피해구제와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속으로 2023년 1월 말에 구성되었다.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는 예술인 권리보장 1분과위원회와 예술인 권리보장 2분과위원회 그리고 예술인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분과위원회 등 3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본 위원회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20조에 근거하여 ①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 정책의 수립 및 시행, ② 예술인권리침해행위 신고사건, ③ 성희롱・성폭력 신고사건을 포함하여 ④ 구제절차의 종결, ⑤ 구제조치 요청, ⑥ 시정명령 요청, ⑦ 분쟁조정, ⑧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사항 및 예술 활동 또는 예술교육활동에서의 성희롱・성폭력 행위로 인한 피해구제 등을 심의・의결하고 있다.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초대 위원 12명 위촉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초대 위원 12명 위촉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인권리보장센터 개소
2023년 12월에 예술인 신문고를 운영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 3층으로 이전하였다. 예술인권리보장센터도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같은 층에 개소되어 예술인의 권리침해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이어서 조사, 분쟁조정, 심의・의결까지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비로소 마련되었다. 예술인권리보장센터가 개소되기 전까지 본 위원회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국악원, 서울역 공항철도,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서울역 스마트워크센터 등의 회의실을 빌려서 조정회의, 전체회의, 분과회의 등을 진행했다.
예술인 권리보장센터 개소식 Ⓒ서울문화재단

예술인 권리보장센터 개소식 Ⓒ서울문화재단

2024년 3월 기준으로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으로 접수된 신고사건은 총 260건(예술인권리침해행위 241건, 예술 활동 관련 성희롱・성폭력 행위 19건)이다. 그중에서 114건이 본 위원회로 상정되었는데 시정명령은 37건, 분쟁조정은 21건, 시정권고는 5건이며, 조치 전 이행 등으로 종결된 사건이 43건이고, 사실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예술인복지법」 이관 사건을 포함하여 157건이다.2
예술인권리행위, 성희롱・성폭력 행위의 유형별 신고 건수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예술인권리행위, 성희롱・성폭력 행위의 유형별 신고 건수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더 나은 예술인권리보장을 위한 제언
본 위원회에서는 조정회의, 분과회의, 전체회의 등을 50여 회 진행하여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의 보장을 확보하고 예술 활동에서의 성희롱・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2021년 9월 제정된 「예술인권리보장법」이 2022년 9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법조문이나 심사 지침보다 예술인이 이해하기 쉬운 안내 자료를 마련하고 홍보하여 법률의 취지와 제도 활용 방안을 더 많은 예술인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조사관을 증원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문화예술인의 권리보장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고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신고사건을 조사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신고사건을 신속하게 검토하고 신고인, 피신고인, 참고인의 조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사관을 증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예술인 맞춤형 서면계약서 작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문화예술계 전체적으로 서면계약을 하지 않는 사례가 아직도 많으며, 계약서도 매우 불공정하거나 부적절하게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표준계약서가 있어도 계약 용어와 취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하면 업계 종사자 간의 상호 신뢰가 흔들리고 협력관계는 무너지게 된다. 협력관계가 한번 무너지면 다른 예술인이나 예술사업자(또는 지원기관)와도 다시 협력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려워진다.
넷째, 예술인을 위한 매매보호(Escrow)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계약서를 작성하여도 약속한 대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작가가 그림 작품을 화랑에 위탁판매를 하였는데 화랑이 판매된 작품의 대금을 작가에게 지급하지 않거나 판매되지 않은 작품을 작가에게 반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전자상거래에서처럼, 서로 신뢰할 수 없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상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중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다섯째, ‘미지급금 대지급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신고사건 중에는 피신고인이 신고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피신고인의 경제적 상황도 좋지 않아 미지급금 지급 시기를 미루는 사례도 있다. 신고인은 오랫동안 대금을 받지 못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받아야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화예술기금 등의 공적자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의 특별융자제도를 통해 전체 미지급금 중 일부를 신고인이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피신고인에게 해당 금액을 천천히 추심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인의 임금 대금채권의 1년 단기 소멸 조항이 개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민법」에 따르면,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되고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된다.3 하지만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은 여관 숙박료, 의복 사용료 등의 채권과 동일하게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된다.4 이에 따라 문화예술인의 출연료는 현재 1년 단기 소멸 채권에 해당되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 무엇이 달라지나-직업적 권리의 보장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문화예술 현장에는 예술인 권리를 침해하거나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존재하여 아직도 많은 예술인이 힘들어하고 있다. 예술인권리보장센터가 마련되어 본 위원회는 회의를 하기 위해 더는 장소를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관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현실적으로 신속한 조사와 피해구제를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법률 개정과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요구된다. 필자는 헌법에 명시된 예술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하여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위원으로서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이다. 관계 부처와 문화예술인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린다.
  1.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예술지원팀(2023), '예술인 활동증명 간소해진다···창작지원금 지원 확대'.
  2. 문화체육관광부(2024.03.13.),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 제14차 전체회의 자료.
  3. 「민법」 제162조 (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4. 「민법」 제164조 (1년의 단기소멸시효)
김시범
김시범(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권리보장1분과위원장)

연세대학교와 미국 호프스트라(Hofstra)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문화예술산업 현장에서 20여 년간 종사하였다. 현재 경상북도 문화재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인권리보장위원과 지역문화협력위원, 세계문화경영연구원 원장, 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치프커미셔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저서로는 <문화와 문화산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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