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수 KIM Kwangsoo]

 “방들의 가출 / 도시라는 집의 가능성”   

 

불과 50년 사이에 1000만을 상회하게 된 서울인구. 50년 만에 90%를 육박하는 대한민국의 도시화율. 그리고 소비 논리에 의한 자본의 가속적인 회전. 이에 따라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도시의 모습들. 인간의 생애보다도 짧은 건물의 수명. 하루 단위로 바뀌는 삶의 조건들. 이것들은 급기야

공간과 시간의 문제를 떠나서 속도의 감각만을 잔류시킨다.

 

1.이렇듯 급박한 변화의 속도 속에서 집속의 방들은 불혐화음을 일으키며 도시를 향해서 가출하였다는 것이 프로젴트의 가설이다. 특히 ‘아파트’라는 거주의 문화가 사회적으로 정착해 가는 즈음에 방들의 가출은 급속화 되었고, 아파트 논리를 위시로 한 삼각관계 즉, ‘아파트-직장-학교’라는 가치의 사슬에서 이루어지는 동일화의 폭력으로부터 ‘-방’들은 가출한 셈이다. 도시 속의 ‘-방’은 가족구성원 각자의 임시거처이자 은신처이다.

2.서울의 거대함에서 비롯되는 주거와 직장, 주거와 학교 등의 원거리성으로 인해서 주거의 역할을 대체하는 임시체류의 공간과 교류매개체적 공간이 급증하고 있다. 이것이 또한  ‘-방’ 문화현상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공공 영역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는 도시의 ‘방’을 스스로 창안 하였다. ‘-방’은 밀실로서 가장 사적이며, 사랑방으로서 가장 공공적이다. 방은 민간이 제공하는 도시의 사적인 공공공간이다.

3.정착된 집(아파트)을 소유하기 위한 노력들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방’의 상황을 가속화 시키며 오히려 ‘우리는 집에 거주하는가 아니면 도시에 거주하는가?’ 하는 바람직한 의문을 낳는다. ‘집’은 도시에 몸을 두고 있지만 도시를 떠나고자 하는 욕망이며 정착의 욕망이다. 정착의 욕망은 맹목적 소유의 욕망으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모순이 결국 해결될 수 없는 갈등을 낳는다. 집은 갈등의 공간이 된 것은 아닌지...?  ‘-방’들은 집으로부터 가출하여 ‘도시 속에서의 삶’이라는 전술을 익히고 우리에게 유용성을 제공하며 교훈으로 다가온다.

 

나의 프로젴트는 ‘도시라는 집’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다. 도시가 집이 되고 집이 도시가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 주거의 전형이자 우리 삶의 전형인 아파트를 동일화의 구조가 아닌 사회적 관계를 담는 공간 형식으로서 도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근린성은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탐구이다. 또한 이를 통해 ‘아파트-직장-학교’라는 가치의 사슬을 교란시켜보고자 한다.

본 프로젝트는 구체적,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 우리들의 도시 일상이라는 구체적 논픽션을 기조로 한 픽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