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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파빌리언의 전시개념
프란체스코 보나미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
이번
전시의 목적은 오늘날에 예술이 생산되고 있는 현대의 예술적, 역사적, 사회적인 맥락을 비춰보고자 하는
데 있다. 우리들의 꿈과 갈등 사이에서 예술은 유쾌함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미래를
결정짓는 여러 이슈들의 해결방법이 될 수도 있다. 현대세계에서 국가의 개념은 유동적이며 이러한 상황은
우리들로 하여금 누가 현대와 미래 DNA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가를 생각하게끔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사회에서
관람객들은 그들의 존재와 부재를 통해서 전시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 작가, 큐레이터, 관람객들의 구조를 규정하는 데 기여하는 주제들 중 하나로 나타난다. 작가들과
더불어 관람객들은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예술작품들을 기능케하는 불꽃을 일으키는 연결축의 하나이다.
꿈과 갈등, 전체 세계와 대응되는 정치적, 지리적 분화, 국제적 성취와 대비되는 민족적 열망은 모두
이번 전시를 만드는데 기여하게 될 요소들이다. 이번 전시는 동시에 예술을 개개인의 경험과 유쾌함의 도구로
보는 것에 초첨을 맞추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이번 전시는 다층적이고 다양한 필요에 의해 규정되는
개인들의 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 세상의 복잡성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프로젝트들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의 창조과정이 활발한 이상적 사회의 힘을 시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정치적인
예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예술의 정치학을 반영하는 것이다. 나는 나와 참가국의 선택들이 서로 수렴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고, 긍정적인 긴장의 공간을 만드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김홍희 (한국관 커미셔너) 한국관 전시기획안
ㅇ
전시제목 : "차이들의 풍경 landscape of differences"
ㅇ
선정작가 : 황인기(51), 박이소(45), 정서영(38)
가.
취지 및 개요
이번
한국관 전시는 한국관으로서의 고유 이미지 창출에 주력한다. 참여 작가들의 개별 발표장,
동시
개인전 차원을 초월하여 한국관의 특징과 차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관의
정체성을 "지금/여기"의 한국, 생성되고 있는 현대 한국성으로 일궈냄으로써 국제적
경쟁력과 한국적 특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전통의 재해석, 탈식민주의 의식, 미학의 확장에 기초하여 무국적적
국제주의나 자기주변적 이국주의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한국관의 특성을 일차적으로 사이트 자체에서 찾음으로써
타국가관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전시관 건축 구조 및 주위 풍광의 사이트특정성(site-specificity)에
의거하여 전시 개념을 도출, 한국관의 건축적 특성, 즉 유리 투명벽이나 원형, 파형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는
한편, 주위 자연 경관과의 조우를 고려하여 자연과 예술, 건축물과 작품이 어우러지는 통합의 장을 마련한다.
한국관이라는 공동체 의식 하에서 선정작가와 큐레이터가 협업구조로 전시를 추진하며 상호 대화를 통해 전시개념을
발전시켜 나간다. 큐레이터가 사회적 이슈와 문제를 제기하고 작가는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협업과
공동 연출의 과정을 통해 비평적 시각과 시의적 담론이 내포된 새로운 전시 유형을 제시한다.
나.
작가 선정 배경
베니스
비엔날레는 가장 오래된 국제 미술제로 아직도 국가관 개념을 고수하고 있어 참여국가는
좋던
싫던 문화적 패권주의에 편승하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루이즈 부르주아,
한스
하케, 백남준 등 원로 대가들을 국가대표로 선정해 내보내는 까닭도 이에 연유한다.
한국관은
이번에 30대 청년층 작가보다는 40대-50대의 중간세대를 대상화한다. 허리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되듯이, 한국화단이 발전하려면 원로세대와 신세대를 잇고 힘차게 화단을 이끌어갈
중간세대에
무게 중심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연대기적 단순 경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국제주의와 지역주의의 위험한
사잇길에서 내공을 쌓으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경쟁력 있는 작가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종전의
2인 선정의 틀을 깨고 이번에는 내부에 2인, 외부에 1인, 모두 3인을 초대한다. 전시장 내부에 황인기와
정서영, 외부에 박이소를 초대해 그들이 이제껏 추구해온 작품세계를 새로운 현장 작업으로 일궈내도록 한다.
3인 체제는 언제나 둘 중 하나가 챔피언이 되는 2인제 경쟁구조를 극복, 차이의 미학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한가지 방안이기도 하다.
다.
전시 개념 소개
"차이들의
풍경"은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인 "꿈과 갈등" Dreams &
Conflicts에 상응하는 동시에 한국관에 특성을 부여할 전시의 주제적 핵심 개념이다.
이번
비엔날레 총감독 프란체스코 보나미는 꿈과 갈등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미술이 당면하고 있는 "국제주의
vs 지역주의" 이슈를 비엔날레의 과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국가적, 민족적 정체성을 개방된
지구적 비전으로 풀어낼 기량 있는 국제 작가에 의해 종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꿈과 갈등이 이러한 종합을
위한 충돌과 대립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나미는 "꿈과 갈등"은 현대미술이
생산되는 현대의 미술적,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며 그러한 꿈과 갈등 사이에서 미래적 이슈가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차이들의 풍경"을 보나미의 "꿈과 갈등"에
비견시키면, 풍경은 꿈, 차이들을 갈등에 관계된다. 여기서 차이나 모순을 데리다적 차연개념으로 풀이할
때, 차이가 만드는 갈등과 모순이 실재하지 않는 가상적, 상상적 풍경을 만든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즉
"차이들의 풍경"은 기표들의 차이와 차이의 연쇄가 의미를 유보시키고 부재시키는 해체적
풍경화로서, 해체 자체보다는 해체 후에 일궈지는 새로운 풍경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정체성, 국제성과 지역성의 위계적 이분법을 초월하고 자연과 예술, 작품과 환경, 작품과 작품,
작가와 작가의 차이를 조화시키는 생성적 통합의 시도이다.
결국
"차이들의 풍경"은 차이를 축으로 타관과 차별화되는 한국적 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획득하는 정체성의 시험의 장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한다.
라.
전시 내용과 연출
동
전시는 전시관 건물과 주변 경관에 기초한 사이트특정성으로부터 전시 개념을 도출, 투명벽을 통해 보여지는
베니스 해안풍경을 전시장 내부로 끌어들임으로써 안과 밖을 소통시키고 공간적 뒤집기를 시도한다.
한국관은
베니스 해안가의 풍광을 고려한 듯 천장 뚫린 옥탑 모양이 함선의 갑판을 유추시키고,
건물
전면과 후면이 투명 유리벽으로 처리되어 있다. 유리벽 뿐 아니라, 화장실로 사용되었던 기존의 정사각형
건물을 포함, 원형, 장방형, 파형 등 다양한 전시공간으로 분할된 특이한 다면구조 때문에 한국관은 1995년
건립 당시부터 전시장으로는 적합치 않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전시의 불리한 조건들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전시는 내부 구조를 기하학적으로 개조하거나 유리 벽면을 코팅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이러한 건축물의 불리한 조건을 전시 내용과 연출의 출발점으로 수용한다. 우선 유리 벽면을
관통하는 외부 풍경을 안으로 끌여들이고, 자연 채광을 사용하며 공간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또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원형이나 파형 벽면 등 죽은 공간을 활용하여 전시 면적을 넓힐 뿐 아니라 연출 효과를
높인다. 더구나 대부분의 타국가관들이 정방형이나 장방형의 반듯한 전시 공간임을 감안할 때 한국관의 특징이
이러한 건축적, 공간적 특성에서도 부각될 수 있다.
한국관은
또한 프랑스관, 영국관, 독일관, 러시아관, 일본관 등 일급관들이 열지어 선 중심부에 있으나 노변으로부터
약간 후미진 곳에 위치하여 주위를 끌 연출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번 한국관 전시는
실내 전시 이외에 야외전을 설정한다.
마.
3인 작가의 협업 및 역할
3인의
참여작가는 개성과 독자성을 부각시키면서도 차이를 조화시키는 협업의 과정을 통해 한국관의 총체적 이미지를
창출한다.
현관과
마주하고 있는 내부의 주된 전시공간인 천정 높은 장방형의 중앙 공간을 과감하게 비워놓고 좌우의 후미진
공간을 사용한다. 우측 파형 벽면을 중심으로 황인기의 아셈블라주 부조 벽화를 설치하고, 좌측의 원형,
사각형등 분할 공간에 정서영의 수수께끼 같은 밀봉적 오브제를 배치한다. 외부 풍광에 조응하는 황인기의
서사적 벽화와는 대조적으로 보물찾기식으로 꼭꼭 숨어있는 정서영의 오브제가 외부를 거부하는 동시에 특이한
방식으로 외부와 황인기의 작업에 대응한다.
건물
옥탑과 외부 공간은 박이소의 작업으로 점유된다. 단순히 외부에 작품을 위치시키는 야외 오브제가 아니라
건물 사이트와 외부 경관의 공간적, 지리적 해석에 따른 사이트특정적 설치작업으로 수행된다.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기 위해 비워둔 내부 중앙 공간이나 다른 제3의 장소에 박이소의 간소한 오브제를 낙점시킨다.
전통을
재해석하는 황인기의 현대적 서사, 제3세계 정체성을 이슈화하는 박이소의 정치적 메시지,
조형
언어의 응축과 확장을 구현하는 정서영의 미학적 메타포 등, 3인 작가의 다양한 차이가 개념미술의 코드로
통합되며 엇박의 조화를 일궈낸다. 이 작가들, 작품들의 차이가 전시 공간의 차이,
외부
자연과의 차이와 함께 엇갈림의 스펙트럼을 형성하며 차이의 풍경을 구축한다. 황인기, 박이소, 정서영의
작업은 물량 위주의 스펙터클로부터 개념적, 비 물질적, 과정적 비스타(vista)
로의
전환을 가능케한다. 일견 비대중적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개념이 군더더기 없이
시각화될
때 오히려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관객이 읽고 찾아야 하는 개념적 작업은 역으로 관객의 참여도를
높이는 "쿨미디어"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관객에게 주도권, 독재권을 되돌려 준다는
의미에서 부쳐진 "Viewer's Dictatorship"이라는 비엔날레 본 전시의
부제와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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